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대학뉴스

시간강사 해고 도미노…교육부는 ‘뒷북 대응’만

등록 2015-12-07 20:00수정 2015-12-07 21:11

강사 내쫓는 ‘강사법’ 시행 한달앞

영남지역 한 대학교 철학과에서 20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쳐온 오아무개(52)씨는 초조함 속에 연말을 보내고 있다. 12월 초순이면 대개 다음 학기 강의가 배정되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학교 쪽은 지난달 학과별로 필요한 시간강사 수를 파악하는 수요조사를 진행했다. 현재 30명이 철학과 시간강사로 일하는데 대학본부에는 ‘10명’만 보고됐다. 오씨는 “20명은 쳐내겠다는 신호가 아닐까. 몇년 동안 막연하게 두려워했던 강사법의 파장이 비로소 피부에 와닿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학 시간강사 처우개선 명분
1년이상 임용·4대보험 의무화

추가부담 안지려는 사립대들
오히려 시간강사 해고 이어져

교육부, 유예기간 3년간 손놓다
뒤늦게 “유예·재개정 검토” 건의

내년 1월1일 시행을 앞둔 일명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이 표류하고 있다. 대학 시간강사의 신분을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한다는 취지 아래 만들어진 법이지만 “시간강사의 씨를 말리는 개악”이라는 비판 속에 두 차례나 시행을 미뤘는데도 정부·대학·정치권이 서로 눈치만 보며 수수방관해온 까닭이다. 교육부가 최근 유예, 재개정 등 대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미 시간강사 해고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어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7일 교문위 위원장인 박주선 의원(무소속)을 찾아 강사법과 관련해 △유예 뒤 보완입법 △폐지 △보완입법 뒤 시행 등 세 가지 방안을 담은 자료를 제출한 뒤 “이런 방안을 반영한 강사법 개정안이 1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여야 합의를 모아달라”고 건의했다.

2010년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를 호소하며 조선대 강사 서정민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만들어진 강사법은 시간강사에게 교원 지위인 ‘강사직’을 주고 ‘1년 이상 임용, 4대 보험 적용’ 등을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사립대학 등에서 추가 부담을 지지 않기 위해 시간강사를 대량해고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이런 우려 때문에 애초 2013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이던 이 법은 두 차례 유예됐다.

실제 각 대학에서는 시간강사의 ‘해고’ 도미노가 이어지고 있다. 대구대에서 18년 동안 강의하다 지난해 ‘해고’된 권정택(52)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2년 동안 대구대에서만 시간강사가 150명가량 일자리를 잃었다. 전공 수업은 기존 교수들이 더 부담하고 교양 수업은 폐강하는 방식으로 자리를 없앴다”고 말했다. 많은 대학들은 시간강사를 강사법이 적용되지 않는 초빙교수·겸임교수 등의 형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강사법 시행에 대응하고 있다.

비정규교수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의 대학 현장이 발칵 뒤집어졌는데도 국회는 아직까지 강사법 시행을 막는 관련 법안 발의조차 하지 않았다. 강사법을 폐기하고 비전임 교원들에게 2~3년 단위 재임용 계약과 생활임금을 보장하는 연구강의교수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어렵게 법이 만들어진 만큼 일단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강사법을 시행해 교원 지위를 인정받고 처우 개선 등 부족한 부분은 후속 입법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장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교육부가 지난 3년 동안 현실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시행이 두 달도 남지 않은 지난 11월19일에야 처음 ‘강사법 개정 검토의견’을 국회에 제출하고 재검토를 요청했다. 시간강사들의 처지는 2010년 당시보다 오히려 열악해졌다. 교육부가 박주선 의원에게 제출한 ‘한국교육개발원 고등통계조사’ 자료를 보면 2010년 6개월 미만 단기 계약을 맺은 시간강사의 비율은 94.7%였지만 2015년 4월 98.9%로 되레 늘었다.

엄지원 전정윤 기자 umkij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강혜경 “명태균, 김건희는 밖 나가면 안 되는 주술사라 해” [영상] 1.

강혜경 “명태균, 김건희는 밖 나가면 안 되는 주술사라 해” [영상]

‘때려잡자 빨갱이’ 발언 지적에…울산시장 “난 그렇게 배웠다” 2.

‘때려잡자 빨갱이’ 발언 지적에…울산시장 “난 그렇게 배웠다”

“우린 로보캅이 아니다”…삭발까지 나선 경찰들 왜 3.

“우린 로보캅이 아니다”…삭발까지 나선 경찰들 왜

의협 쪽 “2025 의대 증원 ‘감축’이라도 해야 정부와 대화 가능” 4.

의협 쪽 “2025 의대 증원 ‘감축’이라도 해야 정부와 대화 가능”

안성재 “백종원과 합 안 맞아” 그런데 “존경스럽다”고 한 이유 5.

안성재 “백종원과 합 안 맞아” 그런데 “존경스럽다”고 한 이유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