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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학뉴스

교육부 300억 당근에 대학들 ‘짬뽕 전공’ 남발

등록 2015-12-14 19:55수정 2015-12-15 09:47

원칙 없는 ‘융복합학과’ 신설
대학들이 교육부 사업에 발맞춰 이른바 ‘융복합 학과’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 중 일부 신설 학과들은 철저한 산업수요 분석과 커리큘럼 없이 기존 전공을 무원칙하게 뒤섞은 ‘짬뽕 전공’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문과+전자전파과=웹툰창작과”
경희대 부총장 발언 논란 일어
인하대는 5개 학과 합친 전공도

산업수요 맞춤 학사개편 겨냥한
교육부의 ‘프라임 사업’ 따내려
융복합 명분 아래 이름만 섞어

교육부는 지난 11일 공청회에서 학문 간 융복합, 융복합 교육과정 확대를 학사구조 개편의 모범 사례로 제시한 ‘프라임 사업 기본계획(시안)’을 발표했다. 프라임 사업(산업수요 맞춤형 선도대학 지원 사업)은 “대학-산업 간 인력 미스매치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산업수요에 맞춤한 학과 및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대학을 선정해 지원하겠다”는 취지를 내건 교육부의 대표적인 고등교육 정책이다. 교육부는 이달 말까지 기본계획을 확정해 내년 2월까지 사업신청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대학이 프라임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면 최대 30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다.

문제는 프라임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대학들이 신설을 논의하고 있는 융복합 학과·과정이 이름만 통합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경희대에서는 국문학과와 전자전파공학과를 통폐합해 ‘웹툰창작과’를 만들 수 있다는 한균태 부총장의 말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희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14일 “지난 1일 프라임 사업 관련 면담 자리에서 부총장님이 학문 융복합 계획을 밝히시면서 웹툰창작과를 예시로 들었다”며 “지리학과와 경영학과를 통합해 지역경영학과를 만들 수 있다고도 말했다”고 전했다. 이화여대가 내년 3월부터 신산업융합대학에 신설하는 ‘건강웰니스 뷰티트랙’은 단과대 내 체육과학부, 식품영양학과, 융합보건학과 3개 학과의 전공수업을 엮은 ‘학과 간 융합 교육과정’이다. 이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학교 쪽에 뷰티트랙 신설의 판단 근거를 요청했지만, 학교 쪽에서는 ‘교육부가 좋아한다, 교육부가 융합이라는 말을 선호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쪽 관계자는 “건강은 체육 쪽과 관련되고, 뷰티는 융합보건 쪽이다. 식품영양학도 크게 건강웰니스 쪽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인하대가 최근 융복합 학과 후보로 확정한 10여개 학과를 보면 ‘바이오메디컬엔지니어링공학과’의 경우 무려 5개 전공(기계공학+전기공학+전자공학+의과대학+생명공학)을 융합한 것이다. 김영 인하대 교수회 의장(국어교육과 교수)은 “학문 간 교집합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인력 수급 등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융합이 되어야 한다. 교육부 사업에 선정되려 급하게 호박에 줄 그어 수박 만드는 식으로 접근하니 학내 갈등만 불거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프라임 사업 기본계획 시안’에서 융복합 학과 개설 등 학사구조 개편이 ‘중장기 인력수급계획’ 등 공신력 있는 자료에 기초해 합리적으로 수립돼야 한다고 명시했지만, 정작 교육부가 지난 11월까지 대학에 제공하기로 했던 ‘중장기 인력수급계획’ 자료는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프라임 사업 선정 심사를 할 때, 신설한 융복합 학과에 미래 산업수요가 있다는 것을 대학이 객관적으로 증빙해야 한다. 무조건 융복합만 한다고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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