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필리핀을 덮친 태풍 고니로 인해 쓰러진 나무. 연합뉴스
기상청이 지난해 필리핀에서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태풍 고니(GONI)를 대체할 새로운 태풍 이름을 공모한다.
20일 기상청은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우리말 태풍 이름을 공모한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앞으로 15일 동안 기상청 공식 누리집을 통해 제출된 후보 이름 중 5개 이름을 선정한다. 이 중 의미나 발음상 사용하기 부적절한 경우를 대비해 3개의 이름을 세계기상기구(WMO) 태풍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내년 2월 말 열리는 제54차 태풍위원회 총회에서 제출된 후보 이름 가운데 고니를 대체할 이름을 최종 결정한다. 태풍 이름은 정서적으로 나쁜 의미가 없고 상업적 성격을 지니지 않으며 발음하기 쉬운 2~3음절의 우리말이면 된다.
태풍위원회 회원국은 막대한 피해를 입힌 태풍에 대해서는 해당 태풍 이름의 퇴출을 요구할 수 있다. 태풍 고니는 지난해 11월 필리핀을 관통해 25명의 사망자와 400여명의 부상자, 4000억원의 재산 피해를 초래했다. 이에 지난 2월 열린 제53차 태풍위원회 총회에서 이름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고니와 함께 삭제하기로 정해진 태풍 이름은 린파(LINFA), 몰라베(MOLAVE), 봉퐁(VONGFONG), 밤꼬(VAMCO) 등이다.
태풍은 같은 지역에서 여러 개가 동시에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름을 붙여 부른다. 1999년까지는 미국에서 정한 여성이나 남성의 이름을 사용했지만, 2000년부터는 태풍위원회에 속한 14개 회원국이 각각 10개씩 이름을 제출해 썼다. 총 140개의 이름을 차례대로 부르며, 140개를 모두 사용하고 난 뒤에는 1번부터 다시 쓴다. 고니는 제비, 너구리, 메기, 독수리 등과 함께 한국이 제출한 이름으로, 기러기목 오리과의 물새 이름이다.
한국에서 제출한 태풍 이름이 특정 지역에 큰 인명, 혹은 재산상의 피해를 일으켜 퇴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6년엔 태풍 수달이 2004년 미크로네시아에 큰 피해를 줬다는 이유로 퇴출돼 미리내라는 이름으로 대체됐다. 2007년에는 나비가 삭제되고 독수리라는 이름으로 대신한 바 있다. 북한에서 제출한 이름인 태풍 매미, 소나무, 무지개 등도 퇴출되고 새 이름으로 대체됐다.
한편 지난 12일 오후 3시 중국 잔장 남서쪽 260㎞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제4호 태풍 고구마(KOGUMA)는 한국의 먹는 고구마와 동일한 발음으로 관심을 모았으나, 한국 이름이 아닌 작은곰자리를 뜻하는 일본말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태풍 고구마는 지난 13일 오후 3시 베트남 하노이 남서쪽 약 180㎞ 부근 육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됐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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