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한 사육곰 농가의 철창 속에 있는 사육곰들. 동물자유연대 제공
지난 6일 경기도 용인시 한 곰 사육농장에서 반달가슴곰이 탈출해 수색 중 사살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열악한 곰 사육환경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사육곰에게 ‘철창 밖 자유’를 줄 수 있도록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가운데, 곰 구조단체가 농장에서 구조한 반달가슴곰을 내년 자체 생츄어리(Sanctuary·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이전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육곰 구조 단체인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는 13일 곰 사육농장에서 구조한 반달가슴곰 14마리를 내년께 국내에 자체 조성 중인 생츄어리로 옮겨 보호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태규 곰 보금자리 활동가는 “현재 후보 부지가 있고 해당 지역 주민들과 의견 조율이 끝나는 대로 이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내년에 생추어리가 만들어지면 국내 최초 사육곰을 위한 새 보금자리가 탄생한다.
2018년 시작한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에는 수의사, 동물권 활동가, 변호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 약 10만㎡ 규모 공간을 만들어 100마리 곰이 새로운 삶을 찾도록 한다는 목표다.
농가 소득 증대 상품으로 이용되다 버려진 사육곰
한국 반달가슴곰은 과거 동물을 경제 활동 수단으로 이용했던 슬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동물권 인식이 바닥이던 1980년대 초 농가의 새로운 소득 창출 수단으로 홍보됐다. 국제적 멸종위기종(CITES)이지만 반달가슴곰의 웅담, 발바닥, 피 등이 식용으로 거래됐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곰 보호 목소리가 높아지자 곰 수입 전면 금지(1985년), 무역 제한(1993년) 조치 등이 이어졌다. 다만 이미 국내에 들여온 사육곰 증식은 사실상 방치됐다. 환경단체 요구로 2010년대 중반에야 사육곰 추가 증식을 막는 중성화 사업이 시행됐지만, 자연 폐사와 도축 가능한 연령 도달(10살 이상)로 사육곰 사육이 사실상 완전히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2024년 이전까지는 철창 속 곰들을 구출할 방법이 마땅히 없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확인된 사육 중인 반달가슴곰은 398개체다. 정부가 복원하고 있는 지리산 반달가슴곰 69마리보다 5배나 많다. 사육 중인 반달가슴곰은 러시아 연해주나 중국, 북한 쪽에 사는 ‘우수리 아종’인 지리산 반달곰과는 다른 종으로, 애초 일본이나 대만 쪽에 살던 해양계 반달가슴곰이다. 이런 이유로 중성화를 하고, 복원 대상과도 구분한다.
베트남 깟띠엔 국립공원 프리 더 베어스 곰 생츄어리. 곰 보금자리 제공
이런 상황에서
생츄어리는 사육곰을 보호할 현실적 대안으로 꼽혀왔다. 반달가슴곰을 일정 구역 내에 가두어 기른다는 점에서 동물권을 온전히 충족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민가 피해나 생태계 교란을 막는 동시에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을 보장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츄어리는 동물을 자연과 유사한 환경에서 보호하면서 충분한 먹이와 물, 수의사 진료를 제공해 동물 복지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최 활동가는 “오랜 기간 사육된 곰이 야생에서 생존하긴 어렵다. 순수 혈통이 아니라는 이유로 생태계 교란종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생츄어리라는 공간에서 동물 복지 기준을 지켜가면서 관리하는 게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상업적 이용 안 하고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운영”
다만 생츄어리 내에서도 곰이 상업적으로 이용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생츄어리연맹’에서는 번식, 동물이나 부속물의 상업거래, 안내자 없는 관람, 동물 전시 및 생츄어리 밖으로 옮기는 행위, 대중과 야생동물의 직접 접촉 등을 금지 대상으로 제안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도 반달가슴곰 생츄어리 조성을 준비 중이다. 지난 2월 전남 구례군은 “환경부가 2021년도 사육곰 및 반달가슴곰 보호시설 공모사업 평가회를 개최하여 구례군을 사업 지자체로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구례군은 마산면 황전리 일대 약 2만4천㎡ 부지에 90억원을 투입해 야외방사장, 사육장, 의료시설 등을 갖춘 반달가슴곰 생츄어리를 2024년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담당자는 “계획상으로는 2024년 조성이지만 생츄어리의 필요성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2023년도로 앞당기는 것으로 지자체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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