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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댐 수해 1년…원인조사·피해보상 어디까지 왔나?

등록 2021-07-27 06:41수정 2021-07-27 11:38

“작년 수해는 복합적인 원인”…주민 “맹탕조사” 반발
합천·구례 등 수해 주민들, 국가 상대로 배상 신청 속속
급변하는 날씨…정부 ‘기후변화 풍수해 종합대책’ 마련
지난해 8월 섬진강댐 범람으로 피해를 본 전남 구례군 주민들이 26일 환경부가 주관해 수해원인 조사결과를 발표한 전북 남원시 금지면 온누리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책임자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섬진강댐 범람으로 피해를 본 전남 구례군 주민들이 26일 환경부가 주관해 수해원인 조사결과를 발표한 전북 남원시 금지면 온누리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책임자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 주민 김일순(54)씨는 지난해 여름 이후 지금까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8일 섬진강댐 방류로 집이 통째로 물에 떠내려갔다. 부인, 자녀와 함께 구례군에서 제공한 임시주택에 머무르고 있지만 7평 남짓한 조립식 패널형 주택은 더위와 추위를 충분히 막아주지 못한다. 냉난방 설비는 있어도 단열 기능이 떨어지는 탓이다. 특히 바닥 난방만 되는 겨울에는 “공기가 차가워 콧잔등이 얼 것 같은” 날을 보내야 한다. 겨울이 돌아오기 전 새 터전을 마련해야 하지만 살림 밑천이던 소 30마리까지 잃어 대출을 받기도 쉽지 않다. 1년 째 오갈 곳 없는 상황이나 책임을 물을 곳은 불분명하고 피해 보상 과정은 지난하다. 김씨는 “임시주택 말고 달리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다음달 8일이면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로 섬진강·낙동강·금강 유역 마을에 수해가 발생한 지 1년이 된다. 당시 전례 없는 폭우와 급격한 댐 방류로 인해 전국에서 42명의 사망·실종자가 나오는 등 피해가 컸다. 수해 1년을 향해가는데 원인 조사와 피해 보상, 대책 마련 등 수재민의 일상 복귀를 위한 대처는 어디까지 진척됐는지 짚어보았다.

1년 조사 결과 “복합적 원인”…책임 물을 곳 없는 주민들 “맹탕조사”

지난해 수해 피해를 입었던 지역은 섬진강댐, 합천·남강댐, 용담·대청댐 유역의 지자체다. 섬진강댐 유역의 전북 남원·임실·순창, 전남 광양·구례·곡성, 경남 하동과 합천·남강댐 유역의 합천·진주·사천, 용담·대청댐 유역의 충북 청주·옥천, 전북 무주·진안 등이다. 각 댐에 대한 수해 원인 조사 결과는 수해 1년이 지나서야 속속 발표되고 있지만, 모두에게 잘못이 있다는 식의 모호한 결론이 나와 책임을 물을 곳 없는 주민들은 애가 탄다.

중앙 정부, 각 지자체, 피해지역 주민이 참여한 ‘댐 하류 수해원인 조사협의회’는 26일 섬진강댐·주암댐에 대한 ‘댐 하류 수해원인 조사용역 결과(안)’를 발표했다. 지난 2일 중간조사 내용 발표 이후 나온 최종 결론이다. 최종안을 보면, “섬진강댐 수해는 지구 별 차이는 있으나 댐의 구조적 한계와 관리 미흡, 법·제도의 한계, 댐-하천 연계 홍수관리의 부재, 하천 예방 투자 및 정비 부족, 설계기준을 초과한 강우와 홍수 유입 등 복합적 원인으로 발생했다”고 결론지었다. 또 “국가(중앙정부, 하천관리청, 한국수자원공사 등)는 기술적·사회적·재정적 제약 등으로 인한 운영·관리의 한계는 있으나 홍수 피해의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주민들은 책임 주체와 원인을 콕 집어 밝히지 못한 ‘맹탕 조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창승 구례군 수해피해 주민대책위원회 대표는 “사전방류를 통해 댐을 비워놓는 조처를 취했어야 했으나 하지 않았고 댐을 고수위로 유지하다가 결국 과다방류로 이어졌다. 이것이 주민들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수해 원인인데, ‘복합적인 원인’이나 ‘구조적 한계’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문제를 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또 “중간조사 결과도 모호한 결론으로 비판 받았는데 최종 결과는 그보다 정부의 책임을 더 지우려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중간조사 결과 보고서의 종합 결론을 보면 “중앙정부, 지자체, 수공 등은 기술적·사회적·재정적 제약 등으로 인한 운영·관리의 어려움은 인정되나 홍수피해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은 사실”이라고 나온다. 반면 최종 보고서에서는 “국가는 홍수 피해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만 했다.

이날 발표된 합천·남강댐 수해 원인에 대한 최종 조사 결과안도 수해 원인을 “댐 관리 미흡과 법·제도의 한계, 댐-하천 연계관리 부재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책임 소재를 “국가가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용담·대청댐 방류에 대한 최종 원인 조사 결과는 27일 나올 예정이다.

국가에 배상 신청 내는 주민들…“책임 모호해 보상도 난항 걱정”

원인 조사만큼이나 시급한 것은 터전을 잃은 수재민에 대한 피해 보상이다. 현재까지 피해보상이 이뤄진 곳은 없고 주민들이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정부를 상대로 배상 신청을 시작하는 단계다. 수해를 입은 주민들은 정부를 상대로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를 보상할 것을 요구하며 환경분쟁조정 신청을 내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 합천·남강댐 유역에 거주 중인 경남 합천군 주민 585명은 지난해 8월 집중호우 시 정부의 홍수관리 부실로 피해를 입었다며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등 정부를 상대로 186억원의 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환경분쟁조정 신청서를 환경부 산하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제출했다. 섬진강댐 유역에 거주하는 구례군 주민 1950여 명도 환경부 등 정부를 상대로 1126억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환경분쟁조정 신청서를 다음달 2일까지 제출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신속한 심의를 위해 댐 별 전담 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조속히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는 환경분쟁 조정 사건의 경우 법정 처리기한은 접수일로부터 9개월이지만 이번 홍수 피해 사건은 주민들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할 계획을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합천, 청주 지역 주민들이 배상 신청을 접수했고 구례 등 8개 지자체에서도 조만간 신청을 낼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원인 조사에서 수해의 책임 소재가 분명히 밝혀지지 않은 탓에 보상 시기와 범위가 제대로 인정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창승 대표는 “조사 결과에서 누구의 책임인지가 밝혀져야 그에 따른 보상 범위와 시기가 결정되는데 그러질 못했다”며 “명확한 조사가 없이는 나머지 후속 조치도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보상 시기와 범위 등을 중조위 조정을 통해 주민과 합의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수자원관리과 담당자는 “용역 보고서에 수해 원인 등이 제시가 된 만큼 보고서를 바탕으로 주민과 합의를 해나가는 과정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8일 오전 전남 나주시 영산강에 홍수경보가 내려져 둔치 시설물이 물살에 떠밀려 내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8일 오전 전남 나주시 영산강에 홍수경보가 내려져 둔치 시설물이 물살에 떠밀려 내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예측 어려워진 날씨에 기후변화 감안한 풍수해 종합대책 마련

지난해 수해를 계기로 국가 차원의 재해 관리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예측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기상현상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26일 행정안전부와 환경부, 국토교통부, 산림청 등 16개 부처가 발표한 ‘기후변화에 따른 풍수해 대응 혁신 종합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유역 별로 증가하는 홍수량 가중치를 산출해 댐·하천 설계에 반영하고 하천의 홍수 특보지점을 65개소에서 218개소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국가 하천의 경우 100~200년 만의 폭우를 견딜 수 있도록 한 설계목표를 500년 빈도로 상향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홍수기 제한수위를 섬진강댐의 경우 1.1~2.5m가량 하향하고, 댐 방류 시 하류 지역의 주민들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방류 계획 통보를 3시간 전에서 1~2일 사전 예고하기로 했다.

장석환 대진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큰 홍수를 겪지 않았기 때문에 홍수기 댐 관리나 하천 관리가 가뭄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려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댐에서 물을 빨리 빼낼 수 있도록 보조 여수로를 확보하고 집중호우에 취약한 하천을 우선 파악해 설계 빈도를 높이는 등 당장 할 수 있는 대응부터 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정부가 지난 여름 수해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출범시킨 댐관리조사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을 지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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