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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신규 석탄발전소 7곳 가동되면 온실가스 감축 노력 물거품 돼”

등록 2021-08-25 04:59수정 2021-12-28 10:28

이종규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 |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

김앤장 근무하다 기후운동단체 ‘이직’…탈화석연료 캠페인 앞장
‘2030년 탈석탄’ 못 하면 사회적 비용 ‘눈덩이’…정부 결단해야
탈석탄 하고 재생에너지 전환하면 새 일자리 2.8배 많아질 것

온실가스 감축 목표 35%는 너무 미흡…‘50% 이상’으로 높여야
기후위기 대응 늦으면 기업 경쟁력도 상실…산업계도 동참 필요
원전은 기후위기 대안 못 돼…신규 건설 중단은 충분히 합리적
기후운동을 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기후솔루션’ 소속 윤세종 변호사가 23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사무실 옥상에서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석탄을 넘어서'는 예전 기자회견 때 썼던 것이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기후운동을 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기후솔루션’ 소속 윤세종 변호사가 23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사무실 옥상에서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석탄을 넘어서'는 예전 기자회견 때 썼던 것이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기후솔루션’이라는 단체가 있다. 이름만 보면 ‘운동’하고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기후운동을 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단체명에서 알 수 있듯이, 기후위기의 해법을 모색하는 활동을 한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해 기후변화의 위험에서 사회와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을 단체의 비전으로 삼고 있다. 1.5도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2018년 내놓은 특별보고서에서 기후 파국을 막기 위해 전세계에 제시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 제한 목표치다.

2016년 설립된 기후솔루션에는 환경 전문 변호사를 포함해 에너기·기후변화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이 단체의 이사를 맡고 있는 윤세종(37) 변호사도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의 국제중재팀에서 일하다 2019년 이 단체에 합류했다. 김앤장에서 에너지 분야의 국제 분쟁 사건을 담당했다. 기후솔루션에서는 ‘탈석탄’ 분야를 주로 맡고 있다. ‘청소년기후행동’에서 활동하는 청소년들과 함께 기후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낸 헌법소원 사건이다.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 기후솔루션 사무실에서 윤 변호사를 만나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등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기후솔루션은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가.

“기후변화 문제에 집중해서 활동하는 비영리 환경단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줄이자는 ‘기후 금융’ 캠페인을 꾸준히 벌여왔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시장 개편 등 에너지 전환을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기후솔루션이 탈석탄 네트워크인 ‘석탄을 넘어서’의 사무국 역할도 맡고 있는 걸로 아는데, ‘석탄을 넘어서’에는 어떤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등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해 꾸준히 활동해온 시민사회단체 24곳이 참여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을 중단시키고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조기 폐쇄해 ‘탈석탄’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에 탈석탄이 가장 중요하니 여러 단체들이 네트워크 형태로 공동 캠페인을 벌여 보자는 취지로 모이게 됐다.”

―국내 굴지의 로펌인 ‘김앤장’에서 변호사로 일하다 기후운동 단체로 옮겼다는 것이 이색적이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법대와 로스쿨을 다닐 때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아서 환경법을 꾸준히 공부했다. 로펌에 있을 때도 주로 환경 규제 관련 자문, 국제 에너지 분쟁 업무 등 환경 분야에서 일했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도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2015년에 파리기후변화협정이 체결되고 2018년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가 나오고 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굉장히 커졌는데, 국가 정책이나 법적인 차원에서는 충분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변호사 업무라는 게 고객들한테 이런 법과 규제가 있으니 지키라고 조언해주는 것인데, 기후변화 문제는 법률 자문을 하고 법을 지키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으로는 해결하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정부를 향해서 필요한 것들을 요구하고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의식을 높이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보다 앞서 퇴사한 로펌 동료 변호사 2명이 설립해 운영하던 기후솔루션에 합류하게 됐다.”

―지난해 3월 청소년들이 정부를 상대로 낸 기후소송(헌법소원)을 대리하고 있는데, 소송의 취지와 의미를 설명해달라.

“기후변화 문제는 사실 ‘정치의 실패’라고 생각한다. 정부와 국회가 오랫동안 제대로 대응을 하지 않는 바람에 문제를 해결할 기회 자체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기후변화는 기본권, 인권의 문제가 됐다. 정치가 해결을 못한다면 헌법재판소가 법률과 헌법의 관점에서 판단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문제 제기를 하는 데 가장 정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들은 기후변화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된 청소년 세대라고 봤다. 헌법소원을 낸 청소년들은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너무 낮고 기후변화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소송들이 많이 진행돼 왔다. 2019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아일랜드와 독일에서 최종 승소 판결이 나왔고, 벨기에와 프랑스에서도 1심에서 승소했다.”

―현재 소송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지난해 10월 정부가 처음으로 의견서를 제출했고, 청구인 쪽은 지금까지 의견서를 네 차례 제출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에 이 사건에 대해서는 공개 변론을 진행해 달라고 신청했다. 공개 변론이 기후변화 문제를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논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 헌법재판소가 지난 5월에 우리 소송이랑 굉장히 구조가 비슷한 헌법소원에서 위헌 결정을 했다.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이 미진한 것에 대해서 기본권 침해라고 결정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독일 헌재 결정의 내용과 의미를 분석해서 우리 헌재에 제출하려고 준비중이다.”

―청소년들의 소송 취지는 ‘정부의 소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이 생명권 등 헌법적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의지를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해에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올해 5월에 ‘피포지(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를 여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한 것은 맞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대외적인 의지의 천명이 아니라 내용이다. 특히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핵심이다. 한 나라가 얼마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하고 있는가를 측정하는 바로미터는 결국 온실가스 감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전 정부 시절인 2015년에 세워진 감축 목표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은 너무 미흡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탈석탄 금융’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석탄 금융이 왜 위험한지 설명해 달라.

“우선, 석탄에서 빨리 벗어나야 하는 이유는 석탄이 화석연료 중에서 온실가스를 압도적으로 많이 배출하기 때문이다. 지금 시점에서 석탄에 투자하고 석탄 설비를 늘리는 것이 기후변화 대응의 최대 걸림돌이다. 석탄은 오염물질과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고 발전 단가도 싸지 않기 때문에 이제 경쟁력도 없다. 저희가 특히 금융에 주목하는 것은 석탄에 대한 투자가 한 번 이루어지고 나면 투자 회수를 위해 20~30년간 사업을 운영해야 한다는 경제적인 구실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자 단계부터 막아야 신속한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고 보고,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탈석탄 캠페인을 벌여온 것이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석탄 산업은 이제 더 이상 수익성이 없다. 탈석탄은 금융기관의 재무적 건전성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이미 석탄 투자를 중단한 지가 꽤 됐다.”

―그동안 성과가 있었나?

“올해 4월에 정부가 공적 금융기관들의 석탄 투자 중단을 선언했다. 주요 민간 금융기관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에 있었던 ‘탄소 중립 금융’ 지지 선언식에는 80개 이상의 금융기관들이 석탄 투자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 6곳도 석탄 발전에 대해서는 신규 보험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제 탈석탄은 우리나라 금융기관에서도 상당히 주류적인 입장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본다.”

―정부가 석탄화력발전소 7곳의 신규 건설을 중단시키지 않고 있어 기후운동 단체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많은 돈을 투자해서 건설중인데 그걸 중단하면 손해가 크므로 계속 공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 것 같다. 그런데 그 석탄발전소들이 가동될 때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훨씬 클 것이다. 예를 들면, 삼척에 건설중인 2기의 석탄발전소가 완공되면 거기에서 1년에 나오는 온실가스가 1400만톤이다. 작년에 발표한 ‘그린 뉴딜’에 정부가 5년간 투자하는 돈이 73조원인데 그 기간에 감축하는 온실가스가 1225만톤이다. 5년 동안 73조원을 들여서 감축하는 온실가스보다 삼척 석탄발전소에서 1년간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더 많은 셈이다. 석탄발전은 그만큼 덩치가 큰 온실가스 배출원이다. 7곳의 석탄발전소들이 가동이 되면, 다른 분야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쏟았던 수많은 노력과 투자들이 거의 일거에 무의미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들인 돈을 포기하더라도 지금 중단하는 게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더욱이 이 발전소들이 운영되더라도 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예전에는 20~30년간 높은 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어서 수익도 많이 났지만, 지금은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석탄발전소 가동을 제한해야 해서 가동률이 매우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큰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중단에 따른 보상을 해줄 때는 그런 부분까지 감안해야 한다고 본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사회 전체로 봐도, 이게 가장 타당한 해결 방식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2030년 탈석탄’ 로드맵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되나?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부담은 미래의 일로 여기고, 현재의 이해관계자들 입장에 너무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상을 유지하면서 자꾸 부차적인 해결 방식을 찾는 것 같다. 그러나 정부는 사회 전체의 이익이 뭔지 고민해야 한다. 그렇게 보면 답은 확실하다. 유럽에서도 지은 지 얼마 안 된 석탄발전소들을 보상을 해줘가면서 폐쇄하고 있다. 탈석탄을 하지 못하면 그에 따른 비용이 훨씬 크다. 정부가 우선순위에 있어서 판단 미스를 해서는 안 된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가 23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가 23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최근 탄소중립위원회가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공개했는데, 그 중 2개가 탄소 중립을 달성하지 못하는 안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것도 비슷하다. 현재 상태를 최대한 안 바꾸는 선에서 접근하다 보니, 석탄·가스 발전을 남기는 안이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온실가스 감축이 다 안 되고, 그 부분은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활용하거나 해외에서 감축한다는 계획이 나온 것이다. 무탄소 신전원 등 새로운 개념을 등장시키면서, 아직 불확실성이 많은 영역에 숙제를 미뤄 놓았다는 생각도 든다. 불확실성이 매우 큰 기술을 믿고 지금 할 노력을 줄여 버리는 것은 너무 위험한 선택이다. 탄소포집·활용·저장 기술만 해도, 기술적으로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 감축도 불확실하기는 마찬가지다. 그걸 어떻게 인정하고 검증할 것인가에 대해 아직도 논의가 진행중이다. 결국 탄소중립위의 시나리오는 탄소 중립이 안 될 가능성을 안고 있는 위험한 계획으로 보인다. 그나마 3안으로 화석연료 의존도를 최소화하고 국내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방안도 포함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대해 기후운동 단체들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하는데, 산업계는 오히려 너무 급격한 변화라고 우려한다.

“변화가 너무 빠른지, 안 빠른지는 사실 상대적인 개념이다. 남들이 우리보다 더 빨리 움직이면 우리는 느린 거다. 내가 보기엔 이 상대적인 속도에서 우리는 지금 느린 게 맞다.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기후변화 대응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빨리 변하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기회를 찾는 게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높고 주력 산업이 탄소 다배출 업종이다. 그래서 경제계를 중심으로, 탈탄소를 추진하다 보면 경제가 타격을 받고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기후변화 대응에는 ‘전환 위험’이 수반된다. 탈탄소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적응을 못하는 업종들이 있고,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가 전환 위험이 높은 경제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변화할 수 없다고 얘기하는 건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변화는 어쨌든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환 과정에서 사회적 불평등, 일자리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굉장히 많은 투자를 해야 된다.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 변화 과정에서 생기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으로는 전환 과정에 많은 기회들이 숨어 있기도 하다. 기후솔루션이 최근 독일의 국제 기후 연구기관 ‘클라이밋 애널리틱스’와 함께 한국이 2030년까지 탈석탄을 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했을 때 일자리 창출 효과를 분석해 보니, 새로 생긴 일자리가 2.8배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됐다.”

―올해 들어서 선진국들의 기후위기 대응 움직임이 부쩍 속도를 내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주목할 만한 흐름이 있나?

“지난 2~3년간 핵심 움직임이 ‘탈석탄’이었는데, 석탄은 이제 끝나가는 것 같다. 석탄에 대한 투자도. 석탄발전소 건설도 이제 거의 사라졌다. 그런데 석탄은 사실 화석연료 3개 중 하나일 뿐이다. 석유랑 천연가스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부족하다. 석유와 천연가스도 온실가스의 주범이다.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 비중을 보면 석유·천연가스 배출량의 합이 석탄에서 나온 것과 거의 비슷하다. 지금까지 탄소 집약도가 가장 높은 석탄부터 퇴출 캠페인을 벌였던 건데, 이제 석유와 천연가스의 차례가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5월에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2050년 에너지 넷제로 로드맵’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거기에도 탄소 중립을 하려면 지금 시점에서 신규 석유와 천연가스에 투자해선 안 된다고 되어 있다. 이미 개발해 놓은 석유와 천연가스만 다 태워도 이미 ‘탄소예산’(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에게 허용된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초과한다는 거다. 석유는 2050년까지 현재 수요에서 75%, 가스는 55% 감축이 필요하다는 전망도 내놨다. 그래서 이제 석탄을 넘어서 화석연료 전체에 대해 투자와 생산, 소비를 어떻게 줄일 것이냐가 새로운 화두가 될 거다. 이미 영국은 화석연료에 대한 공적 투자를 중단했고, 유럽투자은행(EIB)도 투자 중단을 선언했다. 스웨덴도 신규 가스·석유 시추는 2022년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탈탄소를 목표로 국제 경제 질서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기후위기는 환경 문제이면서 동시에 경제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기후위기 대응에 왜 산업계도 발 벗고 나서야 하는지 설명해 달라.

“결국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부담이 된다고 해서 현 상태를 유지하면 나중에 훨씬 큰 부담으로 다가올 거다. 경제 환경이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변화를 거스를 수는 없다. 앞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들의 물건은 안 팔리게 될 것이다. 유럽연합(EU)이 도입하기로 한 탄소국경조정제도가 그 구체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기업 경쟁력의 문제로 이어질 것이다. 시장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RE 100’(제품 생산에 필요한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한다는 약속)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애플을 비롯해 이 캠페인에 참여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이제 자사의 ‘밸류 체인’(가치 사슬)에 들어와 있는 생산자들한테도 ‘RE 100’을 요구하고 있다. 그 요구에 맞추지 못하면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 기업들도 탄소 중립 노력을 부담이라고만 여길 게 아니라 변화하는 세계 경제의 흐름 속에서 바라봐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의결한 ‘탄소중립 녹색성장법’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으로 명시했다. 기후운동 단체들은 국제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고 비판하고 있다.

“너무 부족하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이 돼야 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서 제시한 감축 경로를 따라가려면 ‘50% 이상 감축’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까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나라니까, 국제적 책임, 공평한 배분 측면까지 감안하면 감축 노력을 더 해야 한다. 우리는 세계 평균 만큼만 감축하면 되는 나라가 아니다. 혹여 35%라는 수치가 ‘하한선’이 아니라 ‘적정선’으로 인식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탄소중립을 하려면 재생에너지의 확대가 시급한데, 우리나라에선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잠재량은 결코 낮지 않다. 유럽 국가들 중에는 우리보다 훨씬 고위도인 국가들이 많은데, 그 나라들 태양광 비율이 우리보다 훨씬 높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제력과 기술력을 가진 나라 중 태양광·풍력 비중이 5%도 안 되는 나라는 거의 찾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은 것은 결국 제도의 문제다. 재생에너지를 공급하기 어렵게 만들고 경제성을 떨어뜨리는 불합리한 규제들이 많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있어서 경제적으로 환경적으로 가장 타당한 대안은 태양광과 풍력이다. 따라서 ‘태양광과 풍력을 어떻게 하면 빨리 보급할 것인가’라는 관점으로 제도를 짜야 하는데, 아주 미미하거나 객관적으로 근거가 없는 부작용들을 이유로 규제를 강하게 해온 거다. 재생에너지 잠재량과 기술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규제를 합리화하면 생각보다 빨리 확산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 힘드니 탈원전을 중단하고 원전을 더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원전의 발전 단가가 태양광·풍력보다 비싸지고 있는 추세다. 그만큼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거다. 반면 원전은 핵폐기물 처리 비용, 해체 비용 등이 굉장히 많이 든다. 가격만 보면, 원전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확실하다. 사실 탈원전 정책은 원전을 없애자는 게 아니라 ‘신규 원전 건설 중단’, 그러니까 더 이상 확대하지 않겠다는 건데, 이름을 잘못 붙인 것 같다. 기존 원전들이 수명을 다할 때까지는 활용하면서 점차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것은 충분히 합리성이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이 이런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원전을 확대해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전면에 내세우는 나라는 제가 알기로는 없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가려면 유연한 에너지원이 필요한데, 원전은 출력 조절이 어려워 유연성이 떨어진다. 이런 점에서도 경직성 전원인 원전은 점차 줄여 나가는 게 맞다.”

―기후솔루션이 올해 집중하고자 하는 사업이 있다면?

“일단 2050년 탄소 중립이라는 ‘종점’이 만들어진 건 큰 의미가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어떤 곡선을 그리면서 줄여나갈 것인가다. 그래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적절한 수준으로 정해지도록 하는 게 올해 하반기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탈석탄이 첫 단추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문제에 더 힘을 실을 계획이다. 탈석탄을 넘어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도록 ‘탈화석연료’ 캠페인도 벌일 생각이다.”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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