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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이촌동 프로젝트’ 뜰까

등록 2006-02-14 18:46수정 2006-02-15 14:05

서울 한강공원~아파트단지~용산공원 ‘그린웨이’로 연결
1인당 생활권 공원면적 4.58㎡(1.4평).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최소 수준인 9.0㎡(2.7평)의 절반을 조금 넘는 이 수치가 녹색도시를 지향하는 서울시의 초라한 현주소다.

세계 어느 곳보다 훌륭한 숲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도시 안에 1인당 23.46㎡(7평)의 생활권 공원을 보유하고 있는 캐나다의 밴쿠버, 서울 못지 않은 고밀도 도시임에도 시민의 숨통을 틔워주는 생활권 공원이 1인당 14.12㎡(4.3평)나 되는 미국의 뉴욕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 중국 상하이(9.16㎡, 2,8평)와 비교해도 절반 밖에 안된다. 게다가 현 상태로는 나아질 전망도 밝아 보이진 않는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지가가 높은 도시에서 녹지를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꼽는 것이 재개발·재건축사업 때 공공에 개방되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밴쿠버나 뉴욕 등 생활권 녹지가 많은 도시들도 이에 따라 대규모 도시재개발사업을 할때 전체 개발대상지의 평균 35~45%까지를 공공공간으로 조성해나가고 있다. 서울의 뉴타운 개발사업의 하나인 한남 뉴타운 개발지역에 계획된 공공공간은 1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실제 개발이 완료된 곳을 보면 양재천변의 도곡동 주상복합단지와 같이 공공공간에 실질적인 배려가 전혀 없는 재개발·재건축사업도 많다. 서울이 경쟁상대로 삼고 있는 다른 도시들과 비교하기도 부끄런 수준이다.

이처럼 회색 일색의 서울에서 도시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물길이면서 바람길이 되고 있는 한강, 도심 한 복판의 남산과 곧 반환될 용산 미군기지는 가치를 따질 수 없는 녹색자원이다. 하지만 이 자원은 바다에 떠 있는 섬과 같이 따로 떨어져 있다. 지난해 조성되고 복원된 서울숲과 청계천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떨어져 있는 생태자원을 선형의 녹지나, 산책로, 문화·예술공간 등으로 연결해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려는 것이 ‘그린웨이’다.

서울대 김기호 교수 제안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김기호 교수는 “야생동물들을 위한 생태통로를 도시환경에 적용시킨 사람들을 위한 생태통로가 그린웨이”라며 “이것을 구축하는 것이 서울을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고 시민들의 삶의 질이 확보되는 도시로 다시 태어나게 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지난 8일 서울프레스센타에서 열린 ‘2006 서울 그린웨이 국제워크숍’을 통해 서울 시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제안한 ‘이촌동 프로젝트’는 바로 이 그린웨이 구상을 구체화해 본 것이다. 김 교수가 환경대학원 도시건축연구실 구성원들과 함께 지난 2년 동안 작업한 결과인 이 프로젝트의 뼈대는 강변도로와 철길로 단절돼 있는 용산공원과 한강시민공원을 그 사이에 있는 이촌동 아파트단지를 통해 연결하자는 것이다.

강변북로 복개… 철로위에 보행육교


이촌동 프로젝트는 구체적인 연결 방법으로 한강시민공원과 이촌동 아파트지구 사이의 강변북로를 절두산 성지구간과 마찬가지로 복개해 지하화하고, 이촌동 아파트지구와 용산공원 사이의 철로와 서빙고로 위에 선유도 공원 보행육교와 같은 보행육교를 놓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이촌동을 그린웨이 구상의 첫 번째 적용대상지역으로 고른 이유에 대해 인천상륙작전을 비유해 설명했다. “난개발의 서울을 삶의 질이 확보되는 도시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국전의 전세를 바꾼 인천상륙작전과 같은 계기가 필요하며, 이촌동이 바로 그런 상륙지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촌동이 북쪽으로 용산공원과 남산, 청계천, 남쪽으로 한강시민공원을 연결하고, 뚝섬 서울숲까지 연결하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또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이촌동 주변에 재건축을 추진중인 아파트단지들이 있다는 점이었다. 아파트단지 재건축을 계기로 한 공공공간 확보를 통해 시민들이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그린웨이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한 것이다. 이 계산은 전용면적 24평짜리 철거 아파트를 기준으로 전용면적 31평짜리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재건축조합원들과 건설사가 30평짜리 아파트를 받는 데 만족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재건축조합 반대하지 않을 것”

김 교수는 “재건축을 추진하는 쪽의 의사를 물어본 적은 없지만 한강시민공원과 용산공원 연결에 따른 부동산 가치 상승 등 개발이익을 감안하면 그쪽에서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이촌동 프로젝트는 재건축사업자와 주변 주민, 서울 시민이 모두 함께 이길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촌동 프로젝트를 비롯한 그린웨이 구상을 실현하는데 또 하나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은 그린웨이로 발생할 이익을 둘러싸고 벌어질 지 모를 특혜시비다. 김 교수는 “이런 의혹에서 자유롭고 장기적 안목에서 그린웨이 구상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현실화하기 위한 조직으로 공공부문과 개발업자, 전문가, 시민 등이 참여하고,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도시환경설계센터’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센터설립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기대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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