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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도심 통행료 구간’ 확대한 런던의 하늘을 보라

등록 2022-02-09 04:59수정 2022-02-09 09:55

[기후 청년의 런던 견문기④]
한강 공원뿐인 서울…도심 공원서 휴식 중인 런던
런던대 앞 런던 혼잡통행료 구역 표지판 사진.
런던대 앞 런던 혼잡통행료 구역 표지판 사진.

런던 유스턴역 혼잡통행료 구역 표지판 사진.
런던 유스턴역 혼잡통행료 구역 표지판 사진.

서울과 런던은 많은 점이 닮아 있다. 어디를 가도 사람들로 붐비고 출퇴근 시간에 차량으로 메워진 도로는 전형적인 도시의 풍경을 연출한다. 탄소배출량마저도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상위권을 나란히 차지하고 있다.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런던은 2005년 C40 도시 기후 리더십 그룹을 주도했고 이듬해 서울시도 가입했다.

비슷한 점이 많은 도시지만 런던의 깨끗한 하늘과 도시 곳곳에 있는 공원은 서울의 빌딩 숲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십여 년 전만 해도 런던은 대기오염으로 몸살을 앓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점진적으로 도심 내 차량을 제한하고 대중교통을 장려하며 친환경 도시를 구축해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혼잡통행 운임제를 시행하고 도로 주변부 대기오염이 44% 감소했다. 런던 시내를 걸으면서 보이는 빨간 동그라미 안에 적힌 흰색 C 글자는 혼잡 통행 구간의 시작을 알린다. 진입하는 차량들은 혼잡 통행 요금을 내야 한다.

초기 2003년에는 런던 중심가의 혼잡통행료 구역(congestion charge)을 진입하는 전차량에 일일 15파운드(한화 24000원)를 부과했지만 현재는 저배출존(LEZ)과 초저배출존(ULEZ)이 함께 운영되고 있다. 초저배출존(ULEZ)은 노후차량과 대기 오염도가 높은 차량에 일일 12.5파운드(한화 19400원)를 부과하며 2021년부터 남북 순환 지역까지 대상 지역이 확대되었다.

런던의 정책을 벤치마킹하여 서울시에서도 2019년부터 한양도성 내부의 녹색교통 지역을 지정해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C40 도시 기후 리더십 그룹의 성공적인 기후변화 대응 사례임에도 불구하고 런던의 2030 넷 제로 목표 분석 보고서는 교통부문에서 27%를 더 감축해야 넷 제로 달성이 가능하다고 권고했다. 이런 분석에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최대 2파운드(한화 약 3240원)의 일일 통행료와 향후 마일 당 운임 계획을 제안했지만, 시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런던의 사례는 기후변화의 속도에 맞춰서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도시의 현주소이자 서울시의 2050 넷 제로 목표 달성의 험난한 길을 예고한다.

런던 햄스테드 로드 혼잡통행료 구역 표지판 사진
런던 햄스테드 로드 혼잡통행료 구역 표지판 사진

런던 외곽까지 포함된 초저배출존. C40 도시 기후 리더십 그룹 지식 허브 웹사이트 갈무리
런던 외곽까지 포함된 초저배출존. C40 도시 기후 리더십 그룹 지식 허브 웹사이트 갈무리

런던의 또 다른 매력은 공원이다. 필자가 사는 동네의 도보 거리에는 크고 작은 공원 4개와 템스강을 따라서 조성된 산책길이 있다. 도시 공원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도시 면적의 47%를 차지하는 녹지에는 14,000종 이상의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사디크 칸 시장은 런던 환경전략(London Environment Strategy) 수립을 통해 2050년까지 도시녹화, 그린 인프라, 녹지 관련 기금을 통해 도시 절반을 녹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환경적인 측면에서 도시 녹지는 미세먼지를 저감하고 탄소흡수원으로 작용한다. 더불어 공원은 시민들의 체육 활동 공간이자 시민들의 안식처로 정서적 물리적 안정을 제공한다. 접근성이 높은 공원은 게으른 필자마저도 틈이 날 때마다 잔디밭을 거닐고 벤치에 앉아서 쉴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되었다. 서울시도 공원녹지 정책으로 2020년 기준 15.7 제곱킬로미터(전체 면적의 약 26%)의 녹지를 확보했다.

런던 중심부 하이드 파크 사진.
런던 중심부 하이드 파크 사진.

하지만 서울과 런던의 공원은 다른 양상이다. 런던의 공원에서는 드넓은 잔디밭과 나무들이 있고 야생동물을 자주 볼 수 있다. 시민들은 주로 산책과 운동을 위해 방문하고 대부분의 공원들은 밤 12시 이후 출입할 수 없다. 반면 서울의 공원은 멋진 조형물과 분수대 앞에서 사진과 야경을 찍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 한강 공원 한쪽에서는 배달 음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늦은 밤까지 시끌벅적했었다. 자연보다는 인간 중심의 공원에서는 동식물과 조용한 휴식을 찾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은 찾아보기 힘들다. 작년 서울시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후보자들의 환경 관련 공약은 시민과 자연의 거리를 여실히 보여줬다. 당시에 화제였던 부동산 개발, 취업, 경제 부문을 제외하고 후보자들의 공약에는 기후공약이 없거나 환경 개발의 관점에서만 논의되었다. 서울의 녹색공간이 주민들의 휴식공간이자 자연과 인간의 균형을 찾는 장소로 자리 잡기를 희망한다.

도시는 지구 면적의 2%를 차지하면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특수한 공간이다. 전 지구적으로 온실가스를 급격히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시민들의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지역 사회의 수용 속도와 발맞춰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2020년 7월 한강 노들섬 야경.
2020년 7월 한강 노들섬 야경.

글·사진/박소현 런던대 대학원생(환경 전공)·유튜브 <기후싸이렌> 패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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