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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투표에 비닐장갑 써야 하나” 대선 최대 8800만장 폐기 예상

등록 2022-03-07 17:13수정 2022-03-07 17:25

비닐장갑 대신 면장갑 쓰는 시민들의 항변
전문가들도 “손소독으로 충분…쓰레기 과도”
황승용(36)씨가 지난 5일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면장갑을 끼고 투표한 뒤 인증 사진을 찍었다. 황씨 제공
황승용(36)씨가 지난 5일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면장갑을 끼고 투표한 뒤 인증 사진을 찍었다. 황씨 제공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황승용(36)씨는 지난 5일 플로깅(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 할 때 쓰던 면장갑을 끼고 사전투표소로 향했다. 플로깅 모임 ‘와이퍼스’를 만든 그는 선거철 쏟아지는 일회용 폐기물 문제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번 대선 투표 현장에서도 그가 걱정한 모습이 재현됐다. 유권자들 대부분은 비치된 일회용 장갑을 착용했고 투표장 쓰레기통은 비닐로 가득 찼다. “쓰레기 봉투 밖으로 비닐장갑이 흘러넘치더라고요. 이게 과연 코로나19를 막는 길인가 싶었죠.”

코로나19 확산 이후 투표 시 일회용 비닐장갑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선거 폐기물 문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방역과 환경 사이의 딜레마가 여전한 가운데 몇몇 시민들은 일회용 비닐장갑 대신 고무장갑 등을 이용하며 ‘쓰레기 없는 투표’를 시도하고 나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은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유권자가 요청할 경우 일회용 비닐장갑을 제공한다고 방침을 정했다. 선관위는 지난 4~5일 전국 3552곳의 사전투표소에 일회용 비닐장갑과 손 소독제를 비치했다. 오는 9일 치러질 본투표에서도 일회용 비닐장갑을 비치하고 유권자가 선택 시 제공할 계획이다. 다만 지난 2020년 치러진 제21대 총선 때부터 투표 시 일회용 비닐장갑을 쓰도록 권고가 이뤄진 터라 일회용 비닐장갑 사용이 일반적인 분위기다. 별도의 요청 없이도 일회용 비닐장갑을 유권자들에게 일일이 나눠주는 등 방침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투표소도 있다.

이에 몇몇 시민과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일회용 비닐장갑 없이 투표하자는 독려가 이뤄지고 있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올해 대선 투표소에서는 일회용 비닐장갑을 쓰지 말자”고 제안했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일회용 비닐장갑은 제작·폐기 시 온실가스를 발생시킨다”며 “투표소 소독, 발열체크, 마스크 착용, 손 소독 등 방역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다. 투표 후 손 씻기로 안전한 코로나 예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자원순환사회연대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번 대선 때 전국의 모든 유권자가 투표소에서 일회용 비닐장갑을 사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약 8800만장이 쓰레기로 배출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2020년 4월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인수인 4390만명을 기준으로 계산한 수치다. 비닐장갑 1장당 평균 길이는 28㎝로, 8800만장은 펼쳤을 때 서울과 부산을 31번 왕복할 수 있는 길이다. 투표소에서 사용된 일회용 비닐장갑은 소독 후 종량제봉투에 담겨 생활폐기물로 처리된다는 게 선관위의 설명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사전투표소 한쪽에 놓인 쓰레기봉투. 일회용 비닐장갑이 흘러넘치고 있다. 황씨 제공
경기도 남양주시 사전투표소 한쪽에 놓인 쓰레기봉투. 일회용 비닐장갑이 흘러넘치고 있다. 황씨 제공

선거 때마다 폐기물 발생과 방역 사이에서 혼란스럽다며 정부 차원의 명확한 안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시 관악구에 사는 30대 유권자 윤선영씨는 “따로 목장갑을 챙겨갔는데 투표소에서 비닐장갑을 무조건 뽑아서 나눠줬다”며 “막상 비닐장갑을 받아드니까 방역이 걱정돼 결국 비닐장갑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또 “이번 대선이 코로나19 이후 처음 치러지는 선거도 아니잖나”라고 반문하며 “여전히 방역과 환경 사이에서 구체적인 안내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투표소에서의 거리두기와 손 소독 등이 이뤄진다면 일회용 비닐장갑 이용은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는 게 감염병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손 소독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고 입장하기 때문에 일회용 비닐장갑을 착용하지 않아도 방역상 큰 문제는 없다”며 “중요한 것은 코로나19에 노출되지 않도록 투표소에서의 대기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지 비닐장갑 착용은 반드시 필요한 조치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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