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장국가산업단지 장항지구 사업계획상 매립 예정지인 장항읍 송림개펄에서 한 어민이 매립예정지 개펄 북쪽의 김 양식장에서 수확한 김을 운반하고 있다.
군장산업단지 장항지구 사업추진하면서 매립 논란
새만금 간척사업을 둘러싼 논쟁이 여전히 뜨거운 가운데 금강 하구에서 또 개펄을 메우는 간척사업이 준비돼 논란을 빚고 있다.
금강 하구 북쪽의 충남 서천군 장항읍과 마서면 서쪽 개펄에 374만여평 규모의 산업단지를 만드는 이 사업은 애초 군장(군산·장항)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의 일부로 이미 16년 전인 1990년에 기본계획이 확정됐다. 하지만 애초 예상과는 달리 서천 지역에 대한 공단용지 수요가 없어 14년 가까이 집행이 미뤄져왔다. 그러다 2004년부터 환경영향평가에 들어가는 등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해 현재 막바지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진행 중이다.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공사는 이미 올해 사업비로 400억원을 확보해 놓고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협의만 통과시켜주면 바로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여러 면에서 남쪽으로 채 10㎞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만금 간척사업과 닮은 꼴이다. 우선 간척사업으로 만들어질 땅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구체적 밑그림도 없는 상태에서 일단 제방부터 쌓고 보자는 것부터가 그렇다. 토지공사 쪽이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위해 금강유역환경청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간척지의 토지이용계획은 단지 안에 들어설 의료시설과 종교시설 면적까지 평방미터 단위로 정밀하게 세워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토지이용계획은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통과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다.
이는 사업 추진기관 관계자들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군장산단 장항지구와 같이 사업기간이 긴 경우는 입주 수요를 예측할 수가 없다”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발할지는 미래의 일”이라고 말했다. 임승택 한국토지공사 단지사업처 부장도 “장항지구는 일단 호안부터 쌓고 토지수요에 따라 단계별로 공단을 조성하는 방안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공장과 주거·여가시설이 함께 들어가는 복합산업단지로 조성하면 충분히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새만금에서 북쪽으로 10㎞
하지만 이런 전망은 사업시행 명분을 만들기 위한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 지역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여길욱 서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건너편에 조성된 군장산단 군산지구의 실수요 기업들에 대한 용지분양률이 25%에 불과하다는 점과, 또 산업구조가 점차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변화되는 추세를 볼 때 군장산단 장항지구 사업의 성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이렇듯 실패 가능성이 높아 사장될 것처럼 보이던 사업계획이 되살아난 것은 사업의 경제성과 타당성이 검증돼서라기보다는 주민들의 지역개발 욕구와 이를 득표에 이용하려는 정치적 계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장항지구 사업은 미래에 필요한 산업시설 용지 공급보다는 지역경제 활성화가 더 중요한 목적”이라는 건교부 관계자와 “공사가 국책사업을 손해가 날 수 있다고 해서 안 할 수는 없다”는 토지공사 관계자의 설명이 이를 뒷받침한다. 일단 재방부터 쌓고 보자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사업을 침체된 지역을 살릴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며 여론을 몰아가고 있는 것이나, 이미 지출된 막대한 관련 사업비를 내세워 돌이키기에는 늦었다는 주장을 펴는 것도 새만금과 닮았다. 박종렬 서천군청 경제진흥과장은 “어민들의 어업권 보상비와 이미 완공되거나 진행 중인 산업단지 진입로 공사비 등에 들어간 돈이 몇 천억원”이라며 “사업이 백지화된다면 이 돈을 모두 날리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공단 조성으로 지역 경제가 살아날 가능성은 없거나 불확실한 반면 개펄이 사라지는 데 따른 피해는 너무나 확실하다는 것이 환경단체들이 공단 조성을 반대하는 이유다. 여 사무국장은 “매립 예정지인 개펄과 주변의 유부도 일대는 천연기념물이면서 국제적 보호조류인 검은머리물떼새의 국내 최대 도래지”라며 “개펄이 매립되면 검은머리물떼새의 생존이 심각한 위협에 놓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간척사업으로 생계의 터전을 잃게 될 어민들은 경우 이미 10여년 전 어업권 보상을 받았다는 점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점차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6일 사업계획 지구 안 송림개펄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집 앞 도로에서 실뱀장어잡이 그물을 손질하고 있던 방월영(47·장항읍 옥남1리)씨는 “마을 앞에서 한해 6개월 남짓 실뱀장어잡이를 해서 올리는 수입이 4천여만원이 넘는다”며 “누구를 위해 개펄을 없애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우봉(50) 서천군 어민회장도 “군에서는 이미 오염이 돼 죽은 개펄은 매립하려는 것이라고 하지만, 썩은 개펄에서 어떻게 조개가 나오고 새들이 몰려드느냐”며 “어민들의 삶의 터전을 황무지로 만들겠다는데 가만 있을 어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민들 개발욕구+정치적 계산”
여 사무국장은 “정부와 서천군은 불확실한 지역경제 회생과 확실한 개펄 훼손, 1조원이 넘는 사업비 낭비를 걸고 도박을 하려는 것”이라며 “서천의 가장 큰 자원인 개펄과 개펄에 날아드는 국제적인 보호조류, 모래찜질로 유명한 모래밭, 해안 송림 등을 파묻어 버릴 사업 추진을 중단하고 이들 천혜의 자원을 활용해 지역을 살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천·군산/글·사진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이렇듯 실패 가능성이 높아 사장될 것처럼 보이던 사업계획이 되살아난 것은 사업의 경제성과 타당성이 검증돼서라기보다는 주민들의 지역개발 욕구와 이를 득표에 이용하려는 정치적 계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장항지구 사업은 미래에 필요한 산업시설 용지 공급보다는 지역경제 활성화가 더 중요한 목적”이라는 건교부 관계자와 “공사가 국책사업을 손해가 날 수 있다고 해서 안 할 수는 없다”는 토지공사 관계자의 설명이 이를 뒷받침한다. 일단 재방부터 쌓고 보자
(왼쪽부터)모래찜질 장소로 유명한 매립예정지 남쪽의 송림백사장. 매립될 송림개펄 바로 뒤로 해안선을 따라 길게 형성돼 있는 솔숲. 매립 예정지인 장항읍 송림개펄. 잡초가 우거진 채 방치된 군장산단 군산지구 미분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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