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 국립공원연구원 중부보전센터 생태학습장에 있는 붉은여우. 영주/김윤주 기자
쫑긋 선 귀, 황토색과 붉은색이 뒤섞인 털, 길고 풍성한 꼬리.
지난 30일 경북 영주 국립공원연구원 중부보전센터 생태학습장에 들어서자 붉은여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위와 나무, 흙과 풀 사이에 여우들이 파놓은 굴도 보였다. 여우들은 대부분 자유롭게 움직였지만, 다리 한쪽이 잘려 절뚝이며 걷는 여우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자연에 방사됐다 올무 등에 걸려 다친 채 구조돼 센터로 돌아온 것이다. 오른쪽 앞다리가 없는 ‘시에프(CF)1616’은 새끼 여우 두 마리와 함께 있었다. 서희옥 자연환경해설사는 “다쳐서 센터로 돌아온 뒤 출산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복원 중인 토종여우다. 한때 한반도 전역에 분포했던 여우는 마을 근처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돼 있다. 1960년대 대대적인 쥐잡기 운동으로 여우의 주요 먹이인 쥐가 거의 사라지면서 여우 개체 수가 급감했다. 국내에서 여우는 1978년 지리산과 2004년 강원도 양구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이후 복원사업 전까지 야생에서는 목격되지 않았다.
국립공원공단은 2012년부터 소백산에서 여우 복원사업을 벌였다. 소백산은 들쥐 등 설치류의 밀도가 높아 여우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으로 꼽혔다. 국립공원공단은 현재까지 도입·자체증식·자연출생 등으로 여우 총 262마리를 복원했고, 현재 148마리가 생존해 있다. 이 가운데 76마리는 자연에서 지내고 있고, 나머지는 생태학습장에 있다.
경북 영주 국립공원연구원 중부보전센터 생태학습장에 있는 붉은여우. 김윤주 기자
여우들은 생태학습장에서 먹이 포획과 여우굴 생활 등 자연에 적응하는 훈련을 거쳐 방사된다. 특히 방사 전 한 달 동안은 소백산 내 10평 크기의 임시 방사장에 여우를 풀어놓고, 출입문을 열어 여우가 자연스럽게 방사장 안팎을 드나들도록 한다. 방사 뒤에도 무선발 신기를 통한 위치 추적과 모니터링 등으로 관리한다. 여우들은 대부분 소백산 권역에서 살아가지만, 2015년에는 여우 한 마리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개성공단까지 넘어간 게 확인된 적도 있었다.
방사된 여우의 생존률(생존기간 3∼6개월 기준)은 70%정도다. 방사된 여우는 산뿐만 아니라 마을 부근에서도 지내는데, 마을 주민들이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고라니나 멧돼지 등을 잡으려고 설치한 올무 등에 걸려 죽거나 다치기도 한다. 원혁재 중부보건센터장은 “1년에 10마리꼴로 방사된 여우가 올무 등에 걸려 다쳐 돌아온다. 다친 여우들은 사냥 능력을 잃어 자연에서 살아남는 게 어렵기 때문에 보통 생태학습장에서 계속 지낸다”며 “폐사한 여우를 발견할 때는 직원들이 모두 안타까워한다”고 말했다.
여우가 죽거나 다치지 않도록 불법 엽구(사냥도구)를 수거하는 것도 센터의 주요 업무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올무 1379점, 창애 53점 등 1423점을 수거했다. 또 주민들에게 여우 보호의 필요성을 알리고, 인근 도로에 여우 로드킬을 주의하라는 표지판을 설치하기도 한다. 원 센터장은 “직접 불법 엽구를 수거하고 로드킬을 제보하는 등 여우 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지역 주민들도 많다”고 말했다.
국립공원공단은 2025년까지 소백산 권역 내 붉은여우 100마리 이상 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백산 권역 내 5개 지역에 소개체군이 형성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영주/김윤주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