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찾아온 지난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제4호 태풍 ‘에어리’는 4일께 낮은 해수온을 만나 더이상 발달해 북상하지 못하고 일본 쪽으로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4∼6일에는 전국에 소나기가 내릴 전망이고, 장맛비는 7∼8일 전국에, 10∼11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3일 “제4호 태풍 ‘에어리’는 오전 9시 현재 오키나와 북북서쪽 150㎞ 부근 해상에서 중심기압 994헥토파스칼, 최대풍속 초속 19m, 강풍반경 250㎞의 상대적으로 약한 상태로 시속 7㎞ 속도로 북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4호 태풍 ‘에어리’의 예상 진로. 기상청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광연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에어리는 애초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서 발생한 열대요란이 상층의 저기압과 만나 발달했지만 이런 구조가 오히려 건조한 공기를 태풍 중심에 불어넣게 돼 태풍 상하층이 분리되는 구실을 했다. 또 에어리가 저수온 해역을 지나며 세력을 더이상 키우지 못한 데다, 저기압성 소용돌이 때문에 강화됐던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가 다시 수축하면서 태풍이 좀더 동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애초 4∼5일께 대한해협을 통과하며 제주와 일부 남부지방에 직접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측됐던 태풍 에어리는 4일 오후 제주 남쪽 먼바다를 지나 일본 규슈 북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광연 예보분석관은 “태풍 경로에서 가까운 제주남쪽 먼바다와 남해동부 먼바다에서는 높은 물결이 일고 이 영향으로 제주도 해안과 남해안 일부 지역에 너울성 파도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어느 지역도 에어리의 직접 영향권 안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태풍의 영향으로 기상상황은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태풍 에어리가 북상하면서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남서류가 우리나라 쪽으로 고온다습한 공기를 실어나르고 강한 햇볕과 기압계 정체가 겹쳐 열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6∼13일 중기예보. 기상청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기상청은 “6일까지 햇볕으로 지표면이 달궈지면 대기 상하층의 온도 차이가 커지는 만큼 대기 불안정도 커져 전국 대부분 내륙에서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고 밝혔다. 소나기가 내리는 곳의 강수량은 5∼40㎜에 이르고 많게는 60㎜ 이상 내리는 곳도 있겠다고 기상청은 덧붙였다.
기상청은 또 “제주도와 남부지방은 태풍 에어리의 간접 영향으로 남동풍이 유입되면서 3일 오후부터 6일까지 비가 오는 곳이 있겠다”고 밝혔다.
7일부터는 중국 남부로 상륙한 제3호 태풍 ‘차바’가 남기고 간 고온다습한 공기가 북쪽에서 남하하는 차고건조한 공기와 충돌하면서 정체전선이 형성돼 전국에 저기압성 강수가 내릴 것이라고 기상청은 밝혔다. 7∼8일에는 전국 규모로, 10∼11일에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올 전망이다.
이광연 예보분석관은 “현재 동아시아 대기가 많이 흔들린 상태여서 안정화 속도에 따라 비가 오는 지역과 시기가 달라질 수 있어 수시로 기상청 예·정보를 확인해 달라”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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