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서 발견된 ‘사랑벌레(러브버그)’.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최근 서울과 경기도 고양시 일부 지역을 뒤덮은 ‘사랑벌레’(러브버그)가 국내에 기록되지 않은 자생종 털파리인 것으로 확인됐다.
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국립생물자원관의 유전자 분석 결과 최근 도심에 떼로 출몰한 사랑벌레는 새로 발견된 국내 자생종으로, 털파리과 플리시아 속의 한 종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사랑벌레가 아메리카 대륙에 주로 서식하는 ‘플리시아 니악티카'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됐는데,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번에 발견된 종은 플리시아 니악티카와는 다른 종으로, 같은 속에 속하는 국내 자생종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생물종목록에 미기록된 종으로, 현재까지 해당 목록에는 털파리류 12종이 기록돼 있다.
앞서 지난 4일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들은 경기 고양시 덕양구와 서울 은평구에서 현장조사를 하고 사랑벌레 200여마리를 채집했다. 이후 채집된 사랑벌레의 형태를 관찰하고 유전자를 분석했다. 변혜우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털파리과는 현재 국내 분류 전문가가 없어서 오래 전에 기록된 12종이 업데이트되지 않고 수십년 유지돼왔다. 기존 자료들로 판단했을 때 이미 예전부터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었지만 기록이 안 된 종으로 보인다”며 “이 종도 털파리류의 일반적인 습성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털파리류는 암수가 한 쌍으로 있는 모습이 많이 관찰돼 이른바 ‘사랑벌레’로 불린다. 털파리 류는 여러 개체가 동시에 우화(번데기가 성충으로 변하는 것)하고 떼를 지어 다니는 경향이 있다. 성충 수컷은 3∼4일, 암컷은 일주일가량 생존한다.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은 “성충 생존 기간이 짧아 암수가 빨리 만나야 하기 때문에 떼로 나온다. 짝짓기를 시작하면 다른 개체와 또 짝짓기하지 못하도록 놔주지 않기 때문에 한 쌍으로 많이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털파리류 애벌레는 식물성 유기물을 먹기 때문에 낙엽 등이 많이 쌓인 산자락에 주로 서식한다. 최근 은평구와 고양시에서 털파리류가 다수 나타난 데도 북한산, 앵봉산, 봉산, 이말산 등 산과 인접한 지형적 특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에서 털파리류 애벌레는 보통 5월~6월 초께 1년에 한 번 우화하는데, 올해는 우화 시기가 늦은 편이다.
변 연구관은 “올해 봄 가뭄 영향으로 토양에 습기가 없어 우화하지 못하다가 비가 내리면서 고온다습한 환경이 되자 한꺼번에 우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플리시아 니악티카'가 자주 나타나는 미국 남부지역에서는 관련 연구가 비교적 활발하다. 국내에서 새로 발견된 종도 플리시아 니악티카와 일부 특성이 유사할 것으로 추정된다. 플로리다대 ‘식품 및 농업과학연구소'(IFAS)가 펴낸 책 등을 보면, 플리시아 니악티카는 몸길이가 수컷은 6㎜, 암컷 8㎜가량이다. 실험실 환경에서는 수컷 92시간, 암컷 72시간 생존한다.
자연에서는 짝짓기하고 알을 낳아 저장하는 데 필요한 만큼인 3~4일가량 생존한다. 암컷은 알을 100~350개 낳고, 약 20일 뒤 애벌레가 태어난다. 플리시아 니악티카는 주로 낮시간대 기온이 20도 이상일 때 날아다니고 밤에는 낮은 초목에서 쉰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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