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전자 폐기물 처리장’ 보고서.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2019년 전 세계에서 전자 폐기물 약 5360만 톤이 생성됐고, 다수가 동남아시아 등 중·저소득 국가로 수출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25일 지난해 6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간한 ‘어린이와 전자 폐기물 처리장’을 번역해 26일 공개한다고 밝혔다. 전자 폐기물은 부품, 소모품을 포함해 모든 폐기된 전자·전기기기를 말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2014년 1월부터 세계보건기구 협력센터(취약계층 환경보건 분야)로 지정돼 활동 중으로, 협력센터 활동으로 이 보고서를 번역했다.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전자 폐기물은 2019년 약 5360만 톤으로 5년 전에 견줘 21% 증가했고, 2030년에는 7470만 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로 선진국에서 많이 발생하는 전자 폐기물은 폐기물 관리 규제가 약한 중·저소득 국가로 수출된다. 2019년 전자 폐기물을 100만t 이상 생성한 국가는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 주로 선진국이었다. 하지만 대규모 비공식 전자 폐기물 해체장과 재활용장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베트남, 필리핀, 가나 등 주로 중·저소득 국가에 있었다. 보고서는 “고소득 국가에서 중·저소득 국가로 운송되는 불법 전자 폐기물은 계속 발생하고 있으며, 지역 내 발생량도 증가하고 있다. 중고 전자기기와 컴퓨터 부품은 ‘재판매’를 위해 합법적으로 빈번히 운송되고 있으나, 결국 그 종착지는 전자 폐기물 처리장이다”라고 지적했다.
2019년 각국에서 생성된 전자폐기물 양.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중·저소득 국가에서 취약계층은 전자 폐기물 처리장 주변에 살거나 일하면서 중금속 등 유해물질에 노출되는데, 어린이와 임산부 등도 포함된다. 이들은 전자 폐기물에서 금, 구리 등을 채취하기 위해 기기를 태우거나 독성 화학 용기를 사용한다. 그 과정에서 수은, 납, 다이옥신 등 위험한 화학물질에 노출되고, 유독성 입자로 오염된 공기를 마시게 된다. 이는 암과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 증가 등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현재 전 세계 폐기물 관리 고용 시장은 6400만명 수준으로, 2030년까지 약 70%(4500만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폐기물 가운데 전자 폐기물이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향후 폐기물 관련 일자리 대부분은 전자 폐기물 처리 분야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전자 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제기구·비영리단체 등 국제적 차원, 정부·산업계 협력 등 국가적 차원, 의료전문가 양성 및 활동 등 지역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