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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네덜란드 시민 1만7천명, 화석연료 대기업 상대 승전보

등록 2022-08-01 08:00수정 2022-08-01 12:35

[세계는 기후소송 중]
로열더치셸에 보낸 ‘기후위기 고지서’
“기업이 우리의 인권을 침해했다”
헤이그법원에 소송, 작년 5월 판결
“생명권 침해 주의…탄소 45% 줄이라”
정부 넘어 기업에 책임 묻는 전환점
네덜란드 ‘지구의 벗’의 도날트 폴스(가운데서 오른쪽) 대표와 니너 더파터르(왼쪽) 활동가가 네덜란드 법원 앞에 서 있다. 네덜란드 ‘지구의 벗’ 제공
네덜란드 ‘지구의 벗’의 도날트 폴스(가운데서 오른쪽) 대표와 니너 더파터르(왼쪽) 활동가가 네덜란드 법원 앞에 서 있다. 네덜란드 ‘지구의 벗’ 제공

국제 비영리기관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자료를 보면, 1988~2015년 세계 100개 기업이 배출한 온실가스는 전세계 산업 온실가스 배출량의 70.6%를 차지했다. 화석연료의 생산, 공급과 이용 과정까지 합산했을 때 수치다. 그런데도 우리는 기업에 역사적 책임을 물리지 않아 왔다. 정부에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밀한 ‘게임의 룰’을 만들고 엄격한 심판관이 되라고 촉구할 뿐이었다. 기후변화 소송의 대상도 정부였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네덜란드에서 나온 판결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 확실하다. 시민 1만7천명이 네덜란드와 영국 합작법인인 로열더치셸(셸)을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헤이그지방법원이 이 에너지기업에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탄소배출량을 45% 줄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셸은 세계 10대 탄소 배출 기업(1988~2015년 기준) 중 하나다. 네덜란드 환경단체 ‘지구의 벗’ 활동가 니너 더파터르(30)는 2019년부터 소송 원고로 참여했다. 청소년 때부터 반전 운동에 참여하고 자연을 좋아했던 그는 자연스레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기후변화의 주범이 화석연료 대기업임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그는 7월 초 <한겨레>와 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셸에 온실가스 저감을 요구하는 운동을 벌이던 중, ‘위르헨다 판결’이 나왔어요. 우리는 여기서 힌트를 얻었죠. 셸과 같은 화석연료 대기업도 기후변화 대응 책임이 있다고 본 거예요.” ‘위르헨다 판결’은 네덜란드 대법원이 정부에 ‘2020년까지 1990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25% 이상을 감축하라’고 선고한 판결을 이른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책임이 정부에 있음을 명시한 판결이다.
니너 더파터르. 네덜란드 ‘지구의 벗’ 제공
니너 더파터르. 네덜란드 ‘지구의 벗’ 제공

파터르는 셸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법원이 정부는 물론 기업에도 ‘주의 의무’를 부과한 점을 성과로 꼽았다. 기업이 이윤 획득 과정에서 인권과 생명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판례로 항공, 시멘트, 철강 등 화석연료 다배출 업종에 대한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파터르는 “파리협정에 근거한 온실가스 저감 계획을 수립하도록 네덜란드에 있는 29개 공해기업에 요구하고 있다. 그들이 합당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원은 사안의 다급성에 비춰 셸에 즉시 (온실가스 감축을) 이행하라고 했지만, 항소심 절차가 남아서인지 셸은 온실가스 감축에 아무런 진전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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