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전국 가구당 에어컨 보유 대수는 0.97대이지만, 저소득 가구의 경우는 0.18대(서울시 기준)에 지나지 않는다. 평균적으로 1가구당 1대의 에어컨을 보유하고 있지만, 저소득 가구는 5.5가구당 1대의 에어컨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폭염의 불평등’이다. 에어컨이 없으면 찜통더위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펴낸 ‘냉방의 미래’(2018)와 ‘냉방용 온실가스 정책종합보고서’(2020) 등을 보면, 더운 지역(일평균 기온 25도 이상)에 사는 인구는 28억명인데, 이 가운데 에어컨을 소유한 가구는 8%뿐이다. 반면 미국과 일본 가구의 에어컨 보유율은 90% 이상이다.
폭염의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에어컨을 보급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에어컨이 많아질수록 지구온난화는 더 심해진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는 기후위기 시대, ‘에어컨의 역설’에 부닥친다. 앞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에어컨 보급률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2050년 냉방용 에너지 수요가 지금의 3배로 늘어날 것으로 국제에너지기구는 예상한다.
에어컨은 여름철 더운 날, 특정 시간에 사용량이 폭증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피크 시간대의 전력 부하를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어, 태양열발전 등 시설 확충 등이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국제에너지기구는 에어컨의 효율성을 개선한 ‘저탄소 에어컨’을 개발하는 게 관건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에어컨의 기술적인 혁신은 크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치를 산업화 이전 1.5~2도로 묶어두는 파리협정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에어컨의 에너지 효율을 2배로 늘리고, 엄격한 인증 표시제를 운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에어컨 사용량을 줄이는 문화도 필요하다. 이러한 ‘효율적 냉방 시나리오’를 시행하면 2050년까지 냉방용 온실가스를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고 국제에너지기구는 내다봤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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