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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정유사 ‘횡재세’ 도입?…“온실가스 뿜는데 기름값 올라 횡재”

등록 2022-08-18 07:00수정 2022-08-18 08:59

기후정의동맹 “횡재세로 온실가스 배출기업 통제”
정유업계 “횡재 기준 모호, 영국과 한국 상황 달라”
용혜인, 3조~4조 횡재세 걷는 법안 이달 안 발의
민주, 횡재세 아닌 2008년처럼 기금출연 의견 전달
기후정의행동이 17일 종로구 에스케이 서린빌딩 앞에서 횡재세 도입을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기후정의행동이 17일 종로구 에스케이 서린빌딩 앞에서 횡재세 도입을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올해 상반기 유가폭등 등으로 약 12조 영업이익을 낸 정유 4사 등에 이른바 ‘횡재세’(windfall tax)를 거둬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제기된 가운데, 기후 단체들도 집회를 열고 횡재세 도입 촉구에 나섰다. 온실가스를 내뿜는 화석 연료 기업의 과도한 이윤을 환수해 에너지빈곤층 등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이하 기후정의동맹)은 17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종로구 에스케이(SK) 서린빌딩 앞에서 집회를 열고 “‘횡재세’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기업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올해 국내 4대 정유사(에스케이(SK) 기술혁신, 에쓰(S)오일, 지에스(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자체 발표에 따른 상반기 4사 전체 영업이익은 12조3203억으로 역대급 흑자를 기록했다”며 “국내 4대 정유사의 매출 상승은 기업의 노력이 아닌 유가 상승분보다 더 많은 가격을 인상해 정제마진(정유사들이 원유를 수입하고 정제해 생산한 석유제품을 팔아 남기는 이익)을 확보한 폭리”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또 영국이 석유·가스 기업 이윤의 25%를 횡재세로 부과했고, 이탈리아도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500만 유로(약 67억원) 이상 이익을 낸 에너지 기업에 25%의 횡재세를 부과할 계획인 것을 횡재세 도입의 주요 근거로 들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정유 기업에 대한 규탄 발언도 나왔다. 한재각 ‘924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반지하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기후재난을 피할 수 없어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이 있다”면서 “반면 온실가스를 펑펑 내뿜어 기후위기가 온 와중에 정유회사들은 엄청난 폭리를 누리고 있다. 이 극렬한 대비에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시장논리와 어긋난다는 이유로 횡재세 도입에 반발하고 있다. 2020년 유가급락으로 정유 4사가 5조원 규모의 적자를 냈을 때는 정부의 지원이 없었는데, 이윤이 났을 때 세금을 걷는 것은 일관되지 않다는 것이다. 영국 등 해외 정유업체들은 유전을 직접 시추해서 얻은 부분에 횡재세를 부과하지만, 한국은 해외에서 원유를 사와 가공한 뒤 석유제품을 만드는 2차 정제마진으로 수익을 내는 등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핵심 반박 논리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초과 이윤을 낸 다른 산업들과 달리 정유업체만 타깃팅이 되고, 횡재의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점을 볼 때 벌주기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횡재세법안 발의가 준비되고 있지만 여당과 제1야당은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대정부질문에서 질의도 하지만 막상 공동발의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며 “이번주 안에 집중적으로 전화를 돌리고, 이번 달 안에는 꼭 발의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용 의원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유 4사는 2조5천억원, 은행사는 1조2천억원 등 총 약 3조~4조원 규모의 세금을 내야 한다.

민주당은 정유업계에 기금출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정책위 고위관계자는 “2008년 정유업계가 기금을 출연한 사례도 있기 때문에 기금출연이 좋겠다는 의견을 정유사에 전달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영국 등은 정유업체라기보다는 석유채굴생산업체다. 예를 들어 석유가 배럴당 20달러에서 40달러가 되도 석유 캐내는 값은 비슷하니 이익이 명확해 횡재세 성격으로 걷는데 우리는 정유업체이기 때문에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다만 석유 가격 등락 과정에서 이득을 본 게 맞으니 기금을 내거나 일종의 부담금을 걷는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성호 에너지전환정책연구소 소장은 “기금 출연은 정유업계의 선의에 기대는 것이라 정치권이 횡재세에 무관심하다는 지적을 받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소장은 “특수한 상황에서 특별하게 많은 이익을 얻은 것을 ‘횡재’라고 한 것인데, 과거 적자와 현재 이익을 비교하는 정유업계의 반박은 횡재 이익이 아니라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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