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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0.08㎜ 그물코로 ‘깔따구 유충’ 잡아라…인천 정수장 가보니

등록 2022-08-22 18:10수정 2022-08-22 19:39

[현장] 부평정수장 현장취재
전국 최초 ‘유충차단장치’ 설치
깔따구 유충 3중망으로 걸러내
“반복되는 사태, 예산·관리 강화”
지난 19일 인천 부평정수사업소에서 인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가 활성탄지 지별 밀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윤주 기자
지난 19일 인천 부평정수사업소에서 인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가 활성탄지 지별 밀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윤주 기자

인천 부평구 부평정수장에는 ‘유충차단장치’가 설치돼 있다. 전국 최초라고 한다.

쫀쫀하게 짜인 스테인리스 망이 3중으로 정수 배관 안에 설치돼 있는 구조다. 가장 촘촘한 가운데 망은 0.08㎜ 물질까지 걸러낸다. 깔따구 유충은 작은 것은 1~2㎜, 큰 것은 1㎝ 정도여서 이 망에 다 걸러지는 셈이다. 이 장치는 2년 전 ‘인천 수돗물 깔따구 유충 사태’를 계기로 당시 부평정수장에 근무하던 직원이 제조업체와 함께 개발했다.

2년 전 인천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되기 전까지 국내 정수장에선 대부분 깔따구 유충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고, 이후 재발을 막기 위해 장치를 개발했다고 한다. 인천 수돗물 사태 이후 관련 예산이 배정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부평정수장에 설치된 유충차단장치는 개당 4000만원으로, 모두 18개가 설치돼 총 7억2000만원이 들었다. 장치 외에 함께 설치하는 밸브 등까지 합치면 가격이 더 비싸지고, 다른 정수장에 설치될 경우 배관 크기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진다. 깔따구 유충의 인체 유해성은 검증되지 않았지만, 수돗물에서 벌레가 나올 경우 시민들의 불쾌감, 불안감 등의 큰 불편을 감안해 환경부는 최근 유충을 먹는물 수질감시항목으로 지정해 감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장치는 활성탄지(활성탄을 활용한 정수 목적의 연못 형태 시설)에서 마지막 단계인 정수지로 가는 배관에 이 미세망들을 장착한 것이다. 수압에 찢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바깥 망은 격자로 보강했다. 청소하기 위해 유충차단장치를 배관에서 빼내야 할 때는 자동장치를 통해 위로 올릴 수 있다. 부평정수장은 ‘활성탄지 지별 밀폐’도 전국 최초로 시행했다. 활성탄지마다 개별로 밀폐해 벌레가 들어오기 어렵게 한 것이다.

지난달 경남 창원시와 경기 수원시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되면서 ‘2년 전 인천 수돗물 유충 사태와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최근 창원 석동정수장과 수원 광교정수장을 조사한 결과 유충 발견 원인으로 방충설비 미흡 등 부실 관리를 꼽았다. 2년 전 인천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을 때도 부실한 정수장 관리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뒤 인천 상수도사업본부는 어떻게 정수장을 관리하고 있을까. 지난 19일 인천 부평정수사업소를 찾아 현장취재를 했다. 부평정수장은 대부분 한강 취수장에서 물을 끌어와 정수 처리한 뒤 인천 계양구·부평구에 수돗물로 내보낸다.

활성탄흡착지가 있는 시설 출입문을 열자 위생설비인 ‘에어샤워’ 바람이 머리 위에서 훅 불어왔다. 흰색 위생복을 입고 비닐 덧신을 신는 등 위생을 위한 무장을 한 뒤에야 실내를 둘러볼 수 있었다. 이 시설은 2년 전 유충이 유출된 장소로 지목됐던 곳이다. 2020년 8월 ‘수돗물 유충 관련 전문가 합동 정밀조사단’은 유충 체내와 표피(머리, 꼬리 부분 등)에 활성탄의 미세입자가 부착된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유충이 활성탄지를 통과했음에도 걸러지지 않고 수돗물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시설 안으로 들어서자 곳곳에 푸른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벌레를 잡는 포충기였다. 깔따구 성충이 좋아하는 빛으로 벌레를 유인하고, 내부에 붙은 끈끈이가 벌레를 포집하는 기계다. 끈끈이에 붙은 벌레는 주기적으로 핀셋으로 떼어 내 모니터링하는데, 이날 확인한 포충기에는 벌레가 한 마리도 붙어있지 않았다. 박성연 인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안전부장은 “건물 외벽 창문에 있는 방충망부터 내부 시설까지 벌레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꼼꼼히 막았다”며 “활성탄지 역세척(활성탄 내부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세척하는 것) 주기도 20∼30일에 한 번씩 하던 것을 3일에 한 번 하고 있다. 깔따구 유충의 성장 기간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 부평정수사업소 활성탄지에서 정수지로 가는 배관에 설치된 유충차단장치. 사진은 유충차단장치를 위로 올린 모습이다. 김윤주 기자
인천 부평정수사업소 활성탄지에서 정수지로 가는 배관에 설치된 유충차단장치. 사진은 유충차단장치를 위로 올린 모습이다. 김윤주 기자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수돗물 깔따구 유충 문제를 해결하려면 ‘유충차단장치’와 같은 설비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독고석 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실질적으로 유충을 막으려면 인천에서 설치한 유충차단장치와 같은 설비를 활용해 마지막 단계에서 유충이 통과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규모가 작은 지방 정수장일수록 시설이 노후해 유충 우려가 큰데, 정부가 예산을 늘리고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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