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새벽 폭우로 다수의 차량이 침수된 서울 강남구 대치사거리의 배수구가 뚜껑이 없어진 채 소용돌이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여름(6~8월) 내린 비 중 절반은 장마 이후에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평년(1991~2020년)의 경우 장마 때 여름철 비의 절반이 내린 것과는 대비되는 양상을 보인 것이다.
기상청은 7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2년 여름철 기후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료를 보면, 이번 여름 장마 이후 8월말까지 전국 강수량은 335.3㎜로 전체 여름철 강수량(672.8㎜)의 거의 절반인 49.8%를 차지했다. 장마 때 내린 비는 284.1㎜(42.2%)였다. 반면, 평년의 경우 여름철 전체 강수량(727.3㎜)의 절반에 가까운 356.7㎜(49%)의 비가 장마철에 내렸다. 장마 후에는 304.5㎜(41.9%) 내렸다.
올해처럼 장마가 끝난 뒤 내린 비의 양이 장마철보다 많았던 때는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된 1973년 이래 50년동안 올해를 포함해 20차례(40%)였다. 장마 이후 강수량이 여름 강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때는 13차례(26%)였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장마가 더는 ‘일년 중 가장 많은 비가 내리는 때’를 뜻할 수 없다면, 동남아의 ‘우기’라는 표현처럼 우리 여름철을 설명할 더 적확한 단어를 찾아야 한다. 올가을 기상학회에서 기후변화 시대 우리나라 여름철을 설명할 단어를 찾는 연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여름 전국 평균 강수량은 672.8㎜로 평년(622.7~790.5㎜)과 비슷했다. 비가 내린 날은 40.9일로 평년(38.5일)보다 2.4일 많았다.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집중호우가 쏟아졌지만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한 이유는 비가 중부지방 중심으로 내렸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 중부지방 강수량은 941.3㎜로 평년 759.6㎜보다 많았지만, 남부지방 강수량은 483.3㎜로 평년(704.0㎜)보다 적었다. 올여름 중부와 남부지방 강수량 차이(458.0㎜)는 1995년(536.4㎜)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또, 올여름 남부지방 가뭄일은 85일로 중부지방(32일)보다 53일 많았다.
이번 여름 태풍은 북서태평양 해상에서 총 9개(평년 11개) 발생했고, 이 중 3개(평년 2.5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줬다. 3개의 태풍 모두 북상하면서, 우리나라 주변의 고기압성 흐름에 막혀 상륙하지는 못하고 해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됐다.
올여름 전국 평균 기온은 24.5도로 평년(23.7도)보다 0.8도 높았다. 1973년 이후 고온 7위에 해당한다. 때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6월 하순과 7월 상순 전국 평균 기온은 각각 25.7도와 27.1도로 평년에 견줘 3.3도와 3.7도 높았다. 각 기간 전국 평균 기온으로는 1973년 이후 최고치였다.
폭염일수는 10.3일로 평년(10.7일)과 비슷했다. 그러나 열대야일수는 12.9일로 평년에 견줘 6.5일 많아 1973년 이후 4위를 기록했다. 특히 제주도 제주시는 올해 54일(9월 중 하루 포함)의 열대야가 발생해 1923년 이후 최다일수를 기록했다.
이번 여름 우리나라 해역 해수면 온도는 23.9도였다. 1997년 이래 가장 높았던 2021년(24.1도)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치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올 여름철은 장마철과 동시에 때 이른 열대야가 시작되고, 장마철 이후에도 역대급 집중호우가 내리는 등 기후변동성이 뚜렷이 나타났다”며 “기후위기 속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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