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8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관계자들이 달팽이 모양 대형 풍선으로 현대차의 수소사회 비전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세계 10대 자동차회사 친환경 평가에서 현대차·기아가 지난해보다 한 단계 하락한 5위를 기록했다. 토요타는 2년 연속 꼴찌였다.
그린피스는 8일 이런 내용이 담긴 ‘2022년 글로벌 10대 자동차회사 친환경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평가 대상에는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기준 상위 10대 자동차 회사인 토요타, 폭스바겐, 현대차·기아, 스텔란티스, 제너럴모터스(지엠·GM), 혼다, 포드, 닛산, 르노, 메르세데스 벤츠 등이 포함됐다. 그린피스는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 및 전기차 전환 △부품 공급망 탈탄소화 △자원 지속가능성 △문제점 등 4개 부문에서 각 회사의 친환경 실적과 계획을 평가한 뒤 종합 평점을 매겼다.
평가 결과, 지엠이 38.5점(100점 만점)으로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 메르세데스 벤츠(37.0), 폭스바겐(33.3), 포드(23.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현대차·기아는 22.3점으로 지난해 4위보다 한 단계 하락한 5위로 평가됐다. 이어 르노(20.3점), 스텔란티스(19.3점), 닛산(13.4), 혼다(12.8), 토요타(10.0) 순이었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와 수소차 등 온실가스 무배출 차량 판매량이 2020년 13만여 대에서 지난해 23만여 대로 75%가량 증가했고, 같은 기간 전체 판매 차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18%에서 3.49%로 높아져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저탄소 철강업체와 업무 제휴를 맺는 등 철강 탈탄소화 노력에서도 점수를 얻었다. 하지만 에너지 소비량이 높은 스포츠실용차(SUV) 판매 비중이 높은 것은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스포츠실용차 판매 비중이 49%로 10대 자동차회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또 유럽과 미국 등 지역 외 전 세계 시장 차원의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계획을 내놓지 않아 점수가 깎였다.
나란히 최하위권에 오른 일본 자동차 3사는 전기차 비율이 낮았다. 토요타는 지난해 전체 판매 차량 중 전기차 비율이 0.18%로 10개사 중 가장 낮았다. 혼다와 닛산의 지난해 전기차 비율도 각각 0.35%, 2.2%에 그쳤다. 토요타는 또 부품 공급망 탈탄소화와 자원 재활용 등 다른 부문에서도 최하위를 기록했고, 지난 6월 일본 정부에 하이브리드차에도 보조금을 지급하라고 촉구하는 등 기후변화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여 감점을 받았다. 1위를 차지한 지엠은 중국 시장에서 전기차 저가모델인 울링 홍광 미니를 많이 판매했다. 지엠이 2021년 중국 시장에서 판 울링 홍광 미니는 42만여 대에 달했다.
그린피스는 10대 자동차회사들에 “2030년 이전 내연기관차 판매중단을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세계에너지기구(IEA)는 지구 온도 1.5도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하고, 이를 위해 늦어도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에이다 콩 그린피스 동아시아교통프로젝트 매니저는 “자동차업계 전체가 전 세계시장에서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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