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올해도 추석이 돌아왔습니다. 혹시 추석 선물에 쓰이는 플라스틱을 보며 마음이 불편하진 않으셨나요? 최근 폭우와 태풍에 기후변화를 실감하시나요? 그렇다면 이번 추석은 좀 더 환경과 기후를 생각하며 즐겨보면 어떨까요.
그린피스가 제안한 ‘지구를 위한 한가위’ 보내는 네 가지 방법을 토대로 환경을 생각하며 추석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그린피스는 △과대포장 하지 않은 친환경 명절 선물 △추석 동안 사용한 일회용품 세어보기 △명절 음식은 먹을 만큼만 준비하기 △가족들과 환경보호 캠페인 참여하기를 제안했습니다.
추석 선물에는 종이상자, 플라스틱 포장 등이 쓰입니다. 환경을 신경 쓰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유통업계에서도 과대포장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일부 있기는 합니다. 소비자들이 스팸 뚜껑을 없애라고 요구하며 ‘스팸 뚜껑 어택’을 벌인 결과 씨제이(CJ)제일제당이 2020년 추석 뚜껑 없는 스팸 선물세트를 처음 선보였죠. 하지만 아직은 대다수 추석 선물을 사면 원치 않는 일회용품도 함께 구매해야 합니다.
이런 플라스틱 포장재와 용기는 플라스틱 전체 생산량 중 40% 이상을 차지하고 평균 수명도 6개월 이하로 짧습니다. 분해되는 데는 수백 년이 걸리죠. 차윤탁 그린피스 플라스틱팀 리더는 “추석 선물을 살 때 플라스틱 필름으로 코팅돼있지 않고 재생용지 등을 사용한 제품을 고르면 불필요한 플라스틱 쓰레기와 이에 따른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당장 줄이기 어렵다면 추석 선물에 쓰인 포장재가 얼마나 되는지, 이번 추석 기간 일회용품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세어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요?
명절에는 음식물쓰레기도 늘어납니다. 한국환경공단 전자태그(RFID) 기반 음식물쓰레기 배출 통계를 보면, 올해 설 연휴를 포함한 일주일(1월31일∼2월6일)간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은 1만8914톤으로 2주 전인 1월17일∼1월23일 배출량(1만6840톤)보다 12% 많았습니다. 지난해 추석 연휴(9월20일∼9월26일)에는 음식물쓰레기 2만1495톤이 배출돼 같은 달 6일∼12일 배출량인 1만8378톤보다 17% 늘었습니다. 전체 음식물쓰레기의 70%가량을 가정과 소형 음식점에서 배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명절에 가정에서 버린 음식물쓰레기로 늘어난 배출량이 상당한 셈이죠.
환경부는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으로 △식단계획과 유통기한을 고려해 최소한의 식재료만 구매 △소포장 식재료 구매 △계량기구를 사용해 적정량 조리 등을 권고합니다. 특히 환경부는 “음식물쓰레기 10%는 보관하다 먹지 못하게 돼 버리는 식재료고, 음식물쓰레기의 절반 이상이 조리 전에 발생한다”며 적정량을 구매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차윤탁 리더는 “명절 음식 준비를 할 때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한 재료를 적정량 구매하면 음식물 낭비를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품 생산과 유통 과정에 따른 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해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해 누리집에서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기후위기와 싸우는 것을 도울 수 있는 방법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윤민지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는 “기후위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보통 다른 사람들이나 매체를 통해 심각성을 인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기후위기는 많은 사람이 함께 해결해나가야 하는 문제인 만큼 일상 속에서 대화를 통해 주변 사람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올 여름 강렬했던 폭우와 최근 태풍 힌남노를 겪은 만큼, 날씨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해볼 수 있겠습니다. 윤 활동가는 “기후위기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최근 강해지는 태풍, 매해 더 심해지는 폭염 등 기후위기의 증상을 겪는다. 이를 기후위기라는 근본 원인과 연결해 이야기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윤 활동가도 이런 방법으로 얘기한 결과, 환경 문제에 별로 관심 없던 가족이 지금은 분리배출을 철저히 하고 투표할 때도 기후변화 관련 공약을 고려한다고 합니다. 가족들과 함께 이야기하다 결혼·성적 같은 달갑지 않은 주제가 나온다면, 기후변화로 주제를 돌려보면 어떨까요?
김윤주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