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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낙동강 수돗물에 녹조 독소 없다”…환경부 ‘눈 가리고 아웅’식 해명?

등록 2022-09-13 18:00수정 2022-09-14 02:17

환경부 “10개 정수장 정수 모두 마이크로시스틴 ‘불검출’”
정량한계 높게 설정...환경단체 검사치보다 6배 많아야 표시
낙동강 녹조 다 사라졌는데, 뒤늦게 “민관 공동조사 추진”
지난 8월4일 경남 창녕군과 함안군 경계에 있는 창녕함안보에 녹색 물감을 푼 듯한 녹조가 발생한 모습. 연합뉴스
지난 8월4일 경남 창녕군과 함안군 경계에 있는 창녕함안보에 녹색 물감을 푼 듯한 녹조가 발생한 모습. 연합뉴스

낙동강 수돗물에서 간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최근 환경단체가 발표해 논란이 일자, 환경부가 환경단체와 같은 방법(ELISA∙정밀효소면역측정법)으로 수돗물을 조사한 뒤 ‘독성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13일 발표했다. 하지만 환경부 발표 내용은 환경단체에 견줘 정량한계를 높게 잡은 데 따른 결과여서 ‘눈 가리고 아웅’식 대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독성물질을 검출할 때는 정량한계를 설정하는데, 독성물질의 농도가 한계값 이상일 때만 구체적인 검출 수치를 표시한다.

환경부는 대구와 부산, 경남 창원, 경북 구미 등 낙동강 수계 10개 정수장의 정수처리 과정을 거친 물(정수)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이날 밝혔다. 검사 시기는 지난달 29일이고, 측정 방식은 정밀효소면역측정법이었다. 다만, 삼계, 덕산, 화명 정수장에서는 정수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은 물(원수)에서 최대 1.1㎍/ℓ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이는 환경단체의 조사 결과와 차이가 난다. 환경운동연합과 대한하천학회 등이 지난 7~8월 영남 지역 22곳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6곳의 수돗물(정수)에서 최대 0.051㎍/ℓ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환경부와 환경단체의 조사 결과가 엇갈리는 이유는 정량한계가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정량한계를 0.3㎍/ℓ로 잡았지만, 환경단체의 정량한계는 이보다 훨씬 낮은 0.05㎍/ℓ였다. 환경부 조사에서 무시된 마이크로시스틴이 환경단체 조사에서는 잡혔을 수 있다. 환경부 조사 방법대로라면, 환경단체 검사치 보다 농도가 6배 높아야 ‘검출’로 인정되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량한계를 0.3㎍/ℓ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정밀효소면역측정법에서 그 아래 수치는 신뢰도가 낮아 쓰지 않는다. 이는 미국연방환경보호청(EPA)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겨레>가 각종 논문과 미국 각 주의 환경보호청 누리집을 살펴보니, 연방환경보호청과 달리 정량한계를 0.3㎍/ℓ 이하로 규정하는 곳도 다수였다. 뉴저지주는 정밀효소면역측정법을 이용한 정량한계를 0.15㎍/ℓ로 규정하고 있었다. 녹조에 대한 규제가 가장 강한 지방정부 중 하나인 오하이오주에서는 정수장 정수에서 마이크로시스틴 수치가 0.3㎍/ℓ 이하로 검출되면 이틀 연속 정수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을 검사하도록 한다. 0.3㎍/ℓ 이하 수치를 아예 무시하는 환경부와 달리, 미국 일부 주에서는 이 값을 이용해 사전예방조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환경단체 활동가를 비롯한 민간 전문가들이 ‘낙동강 국민 체감 녹조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발표한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환경단체 활동가를 비롯한 민간 전문가들이 ‘낙동강 국민 체감 녹조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발표한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는 문제 될 게 없다는 태도다. 고성능액체크로마토그래피법(LC-MS/MS)으로 검사한 결과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이 모두 ‘불검출’로 나왔기 때문이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정밀효소면역측정법은 마이크로시스틴 총량을 재지만, 고성능액체크로마토그래피법은 각각의 종을 검출하기 때문에 더 정확하다”고 말했다. 정량한계는 0.005㎍/ℓ로 잡았다고 한다.

최근 들어 녹조에서 생기는 독성물질이 공중보건을 위협한다는 연구 결과가 쌓이면서, 일부 나라와 지방정부는 미국 환경보호청보다 엄격한 안전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검사방법도 개선돼 학계를 중심으로 독성물질을 더욱 정밀한 수준에서 검출한다.

하지만 환경부는 ‘불검출’이라고 반박하는 것 말고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4대강 사업을 추진했던 인사들이 이번 정부 들어 재등장하면서, 이 사업의 ‘아킬레스건’인 녹조의 부작용이 불편해진 것이라고 환경단체는 본다.

진명호 환경부 물이용기획과장은 “이달 내에 환경단체와 제3의 기관과 함께 공동조사를 해서 오해를 불식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름이 지나고 태풍까지 분 터라 녹조는 낙동강에서 사라진 상태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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