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전단지. 연합뉴스
원자력 전문가와 과학자들이 작동 중 불꽃이 이는 문제가 발생한 신한울 원전 1호기 수소제거기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원자력연구원에서 이뤄진 ‘수소농도 8% 제거 실험’에서 실패한 이 원전 수소제거기에 대한 추가 실험 없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제작사 실험실에서 한 실험 자료로 성능을 확인하기로 하면서, 전문가와 과학자들이 안전성 우려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원안위 산하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신한울 1호기 수소제거기와 관련해 원자력연구원의 실험 결과를 검토한 뒤 지난 15일 원안위에 “(원자력연구원에서) 수소연소 발생으로 8% 실험을 수행하지 못했다”며 원자력연구원이나 제작사에서 방안을 마련한 후 ‘실험 수행’을 조치 방안으로 보고했다. 하지만 지난 30일 제164회 원안위 회의에서 유국희 원안위원장은 “수소농도 8%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해석’이 남아 있다”며 ‘추가 실험’을 수행하지 않는 것을 원안위 논의의
결론으로 정리했다.
이 결정에 대해 원자력 실무 전문가 단체 ‘원자력 안전과 미래’와 ‘핵과 에너지의 안전과 환경을 우려하는 과학자 모임’은 4일 공동 성명을 내, 원전 안전을 위해 작동 중 불꽃이 이는 문제가 발생하는 수소제거기의 전면 교체를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3월 원자력연구원의 실험에서는 이 불꽃으로 불이 붙어 화재까지 발생해 실험 자체가 중단된 바 있으나, (원안위는) 관련 시험 동영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시험 중 불꽃과 화재가 발생한 동영상을 즉시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원안위는 원전의 안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수소제거 중 불꽃 발생은 수소제거기 설계에서 고려되지 않은 우발적인 사태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변명은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더욱이 실험 중 발생된 불꽃을 ‘발광체’로 표현하며 화재와 무관한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심각한 사실 왜곡이며 안전을 위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원전 중대사고 발생 시 어떤 상태가 될 지 모르는 현장 상황을 고려하면 불꽃이 화재 및 수소폭발을 촉발하는 등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며 “성능도 만족되고 불꽃이 발생되지 않는 수소제거기로 즉각 교체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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