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민주공화국 비룽가국립공원에 서식하는 마운틴고릴라. 세계자연기금 제공
1970년부터 2018년까지 관찰된 야생동물 개체군의 규모가 평균 6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자연기금(WWF)는 13일 <지구생명보고서 2022>를 내어 전 세계 생물종 개체군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풍족도를 보는 ‘글로벌 지구생명지수’(LPI)를 발표했다.
이번에 나온 지구생명지수는 1970년부터 2018년까지 관찰된 5230개의 생물종, 3만1821개의 개체군을 대상으로 했다. 보고서를 보면, 5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야생동물 개체군의 상대적 풍족도는 평균 69% 감소했다. 특히 아마존강 유역이 있는 남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연안은 94% 감소해, 가장 큰 생물다양성 위협을 겪고 있었다.
생물종별로 보면, 민물에서 사는 담수 생물종 개체군이 평균 83% 감소했다. 포유류∙조류∙양서류∙파충류∙어류 등 1398종을 대표하는 6617개 개체군을 분석했는데, 풍족도 감소의 원인으로는 담수 생태계의 연결성이 줄어든 것을 꼽았다. 세계자연기금은 “1천㎞가 넘는 하천 중 37%만이 (인위적 장벽 없이) 전체 구간을 자유롭게 흐른다”며 “일부 어종은 ‘고속도로’ 같은 경로를 따라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댐이나 저수지에 가로막혀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세계자연기금은 바다 상어와 가오리에도 주목했다. 전 세계 31종의 상어∙가오리 가운데 18종의 개체 수가 지난 50년간 71% 감소했다. 24종은 멸종 위기에 놓였다. 장완흉상어의 개체 수는 3대에 걸쳐 95% 감소했다. 세계자연기금은 “생계형 어업이 수백년 동안 이어져 온 저소득 국가 주민들의 대안적 생계 수단과 수입원이 개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매년 포르투갈 면적에 해당하는 1천만ha의 숲이 사라지고 있다. 숲이 사라지면 기후변화의 강도는 세지고, 생태계와 생물종 다양성은 훼손된다.
세계자연기금은 “인류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이라는 이중의 비상상황에 직면했다”며 “2050년까지 전 세계 생물다양성 감소와 생태계 훼손 추세를 회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화석연료 자원 추출 △토지∙해양 이용 변화 △과도한 자원 이용 △환경오염 △침입종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계자연기금은 선도 사례로 코스타리카를 들었다. 국토의 3분의 1이 국립공원인 이 나라는 전체 전력의 99%를 수력∙태양광∙풍력∙지열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다. 석유∙가스 개발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탄소세를 거둬 원주민과 농가의 산림 복원 활동에 지원한다. 1994년 각종 개발 사업으로 산림 면적이 전체 국토 면적의 25%로 감소했지만, 오늘날엔 재조림 사업을 통해 50% 넘는 수준까지 늘었다.
세계자연기금은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고 과감한 보전 활동을 실행해야 2050년 이전에 생물다양성의 감소 추세를 반전할 수 있다고 봤다. 이 단체는 올해 12월 열리는 제15차 유엔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BD COP15)에서 기후문제를 다룬 파리협정처럼 생물다양성 손실을 막기 위한 범지구적 합의를 만들 것을 촉구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