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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전기차 수명 다한 폐배터리…가로등, 선박, 휠체어로 재탄생

등록 2022-10-26 08:00수정 2022-10-26 08:35

제주 ‘전기차 폐배터리’ 재사용센터에 가보니
14일 제주테크노파크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에 전기차에 사용됐던 배터리팩이 보관돼 있다. 김윤주 기자
14일 제주테크노파크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에 전기차에 사용됐던 배터리팩이 보관돼 있다. 김윤주 기자

지난 달 기준 전국의 전기차 등록대수는 34만7395대다.(국토교통부 통계누리) 이 중 제주도에서의 등록대수는 2만9556대(8.5%)다. 경기(19.6%), 서울(15.5%)에 이어 세 번째로 등록대수가 많은 제주도는 전기차에서 나오는 폐배터리 활용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4일 제주시 아라동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에 자리잡은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에는 전기차에서 사용됐던 폐배터리팩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채 빼곡히 쌓여있었다. 이날 센터의 배터리 적재실에 보관돼 있는 폐배터리는 300여개 정도였다. 센터는 제주테크노파크가 2019년부터 운영 중이다. “저희가 수거한 전기차 폐배터리를 기업에 저가에 공급해주면, 기업은 배터리를 활용해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김형진 제주테크노파크 에너지융합센터 성능평가팀장은 센터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센터는 폐차한 전기차에서 나온 배터리가 새로운 제품에 다시 쓰일 수 있도록 돕는다. 폐배터리는 자동차용으로는 수명을 다했더라도, 아직 70~80%의 효율을 유지하고 있어 가능한 일이다.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사용하면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 전기차는 친환경차로 분류되지만, 전기차 폐배터리는 산화코발트, 리튬, 망간, 니켈 등을 함유하고 있어 그대로 폐기했다가는 환경이 오염된다.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폐배터리도 더 많이 생기는 만큼 이를 활용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환경부는 전기차 폐배터리가 2020년 275개에서 2025년 3만1700개, 2030년에는 10만7500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김 팀장은 “제주에는 반납 의무가 남아있는 차량이 2만1천대가량 있어 2030년까지 회수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가 회수된다면 용량이 600㎿h 수준인데, 제주도 전체 전력 하루 분량”이라고 설명했다. 보조금 수혜 전기차는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차량을 말소할 때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배터리를 반납할 의무가 있었지만, 지난해 1월 법이 개정되면서 현재는 반납 의무가 사라진 상태다.

이날 오후 4시께 제주 기온은 약 20도였는데, 배터리가 보관된 실내도 온도도 비슷했다. 김 팀장은 “배터리는 온도와 습도에 예민해 이를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통상 배터리를 보관하기 적절한 온도는 20~25도 사이, 습도는 60% 수준까지 괜찮다고 보지만 좀 더 건조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테크노파크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 내 모듈 검사 준비장. 김윤주 기자
제주테크노파크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 내 모듈 검사 준비장. 김윤주 기자

센터에서 폐배터리팩은 더 작은 단위로 분해된다. 배터리는 셀(배터리의 최소 단위), 모듈, 팩 순서로 구성돼 팩 형태로 전기차에 탑재된다. 센터에서는 이를 역순으로 분해해서 검사한다. 우선 배터리팩의 외형을 검사해 사고 차량에 탑재된 폐배터리팩 등 크게 손상된 폐배터리팩은 제외한다. 이후 폐배터리팩의 남은 용량 등 성능을 72시간가량 검사해 배터리팩 형태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은 바로 기업에 보내고, 그렇지 않은 제품은 모듈 형태로 쪼개 72시간가량 더 검사한다.

검사를 거친 배터리는 센터에서 직접 연구 등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필요로 하는 기업에 보낸다. 센터에 있는 전기차 충전소에도 200㎾h급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설치돼 있는데, 르노코리아 SM3에서 나온 폐배터리팩을 사용했다. 폐배터리는 태양광연계 가로등, 전기선박, 개인형 이동장치, 농업용 운송기기, 전동휠체어 등으로도 새로 태어난다.

이러한 폐배터리 산업화 센터는 제주외에도 나주, 포항, 울산에도 있다. 또 일부 민간 기업에서도 실증 특례를 받아 전기차 폐배터리 재사용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달 11일 국무회의에서 전기차 폐배터리 안전성 검사 제도 등을 담은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일부 개정안이 의결되면서 폐배터리 재사용 관련 법적 근거도 강화될 전망이다. 김 팀장은 “이번 개정안 의결을 시작으로 시행령 등을 통해 전기차 폐배터리 재사용 상용화를 위한 제도가 갖춰질 것으로 기대한다.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사용하려는 센터와 민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주/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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