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가 지난 7일 이집트 샤름알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DPA/연합뉴스
개발도상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데 해마다 2조달러(2700조원)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영국과 이집트 정부가 함께 작성해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개도국의 기후대응에 매년 2조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고 8일 보도했다. 이 수치는 중국을 제외한 세계 모든 개도국의 필요 자금을 계산한 것이다. 지금까지 분석돼 나온 개도국의 기후재정 필요재원 중 가장 높은 액수다.
이 보고서의 주 저자를 맡은 영국 경제학자 니콜라스 스턴은 “앞으로 10년 동안 대부분의 에너지 인프라와 소비의 성장은 개도국 같은 신흥 시장에서 발생할 것”이라며 “이들이 화석연료에 의존하게 되면 세계는 위험한 기후변화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니콜라스 스턴은 기후변화 대응의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스턴 보고서’(2006년)로 유명하다.
하지만 개도국이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한편 저탄소 기술에 투자하고 기상이변에 대처하는 데 많은 돈이 든다. 또한 기후변화가 일으키는 기상이변과 재난 등을 극복하고 이를 예방하는 데도 자금이 필요하다. 지난 6일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개막한 이번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공식 의제로 채택된 ‘손실과 피해’는 바로 이런 기후변화의 영향에 개도국이 성공적으로 적응하도록 선진국이 재원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개도국에 필요한 기후재정의 약 절반은 지역(국내) 재원에서 나올 수 있다”며 자본시장을 강화해서 지역 재원의 풀을 넓히고, 국내 은행의 개발 투자를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 같은 외부금융도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니콜라스 스턴은 “신흥시장과 개도국을 지원하는 외부금융을 늘리는 데는 세계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향후 몇 년 안에 선진국의 개도국 지원재원을 현재 600억달러에서 1800억달러로 세 배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 기후변화 협상에서 선진국들은 2020년까지 연간 1천억달러를 개도국에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러한 약속은 아직 지켜지지 않았으며, 내년에도 달성될 가능성은 없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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