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리고 있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 참석한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위원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각) 인터뷰에서 이번 정부 들어 축소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다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샤름엘셰이크/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세계와 교역하고 있는 한국이 재생에너지를 외면하면 안 된다. (이전 정부에서) ‘탈원전’ 하듯이 (이번 정부에서) ‘탈재생에너지’ 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리고 있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 참석한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위원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각)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이번 정부 들어 축소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다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책적 의지”를 강조한 이유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서두르지 않으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전기를 많이 쓰는) 삼성전자가 지금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거의 절반을 가져가는 등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이 충분하지 못하다”며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은 협력사에도 ‘아르이(RE) 100’ 참여를 요구하는 등 산업계의 필요가 있는 만큼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공급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아르이 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자’는 국제 캠페인이다. 캠페인 참여 기업은 물론 납품업체까지 이 기준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세계 경제의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하지만 아르이 100에는 원자력발전이 포함되지 않는다. 국내 기업들이 원전 발전 비중이 최대 3분의 1가량에 이르는 한전에서 공급하는 전력을 쓰면 이 기준을 달성하기 힘들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해상풍력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태양광은 대량생산에 한계가 있다”며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해상풍력을 제대로 키워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영국은 석탄을 굉장히 줄이고 원전은 계속 보강하면서 재생에너지를 키우고 있다”며 “영국이 2040년이면 청정에너지 수출국으로 전환한다고 하는데, 영국 모델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소속 기구인 탄녹위는 탄소중립 정책의 컨트롤타워다. 전력 수급 및 에너지 등을 포괄하는 법정 상위계획인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탄소중립계획)을 수립한다. 김 위원장은 당연직인 국무총리와 함께 실질적으로 탄녹위를 이끌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8월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서 지난 정부 탄소중립위원회(탄녹위 전신)에서 확정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2018년 대비 40% 감축)’의 에너지 믹스를 뒤집어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30.2%에서 21.5%로 낮추고, 원전은 23.9%에서 32.8%로 높인 바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밝힘에 따라 내년 3월 발표되는 탄소중립계획에서 부문별 감축 목표와 경로 등에 대한 적지 않은 수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지금 진행 중인 작업이라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처음부터 완전무결한 계획을 내놓기보다 ‘롤링 플랜’(수정·보완하는 계획)으로 향상하는 방향으로 수정과 보완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하위 계획과의 정합성을 위해서 대화 채널을 가동하며 맞춰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후 전문가로서 해마다 당사국총회를 참여하고 있는 그는 “한국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국가로서 세계의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며 “한국이 그에 상응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해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샤름엘셰이크/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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