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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기후위기 시대, ‘아라비카’ 지고 ‘리베리카’ 뜰까?

등록 2022-12-16 01:00수정 2022-12-16 01:05

기후변화에 민감한 커피나무…공급 부족 겪는 고급 커피 대안 꼽혀
100년 전에 세계 커피 시장에서 사라진 리베리카 품종의 열매. 기후변화에 탄력적인 이 품종은 앞으로 고급 원두인 아라비카 품종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에런 데이비스 제공
100년 전에 세계 커피 시장에서 사라진 리베리카 품종의 열매. 기후변화에 탄력적인 이 품종은 앞으로 고급 원두인 아라비카 품종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에런 데이비스 제공

리베리카는 100년 전만 해도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이 판매되는 커피 품종이었다. 맛과 수익성이 떨어져 시장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는데, 이 품종이 기후변화로 커피 수급에 비상이 걸린 미래의 대안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커피 작물의 기후변화 영향에 관한 세계적 전문가인 영국 왕립큐식물원의 에런 데이비스 박사 등 연구팀은 15일(현지시각) 학술지 <네이처 플랜트>에 리베리카 품종이 기후위기 시대에 발생한 커피 공급량 부족의 대안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세계에 유통되는 커피는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등 두 품종으로, 각각 전체 생산량의 55%와 45%를 차지한다. 하지만 남위 25도~북위 25도의 열대·아열대 지역인 ‘커피 벨트’에 가뭄이 잦아지면서, 지난 30년 동안 75% 늘어난 커피 수요를 맞추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중에서도 우리가 카페에서 마시는 고급 품종인 아라비카는 기후와 온도, 병충해, 토양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연간 강우량 1200~1800㎜, 온도 15~25도의 고지대 등 까다로운 환경에서 잘 자라기 때문이다. 로부스타는 아라비카보다는 환경에 덜 민감하지만, 전체적으로 풍미가 떨어져 일반적으로 인스턴트커피에 사용된다.

우간다의 국립농업연구원의 캐서린 키우카 연구원이 엔테베식물원에서 리베리카 커피나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에런 데이비스 제공
우간다의 국립농업연구원의 캐서린 키우카 연구원이 엔테베식물원에서 리베리카 커피나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에런 데이비스 제공

연구팀은 리베리카 품종이 아라비카 품종을 대체할 수 있으리라고 봤다. 이들은 “리베리카 품종은 19세기 후반까지 해충과 질병에 강하고 수확량이 많아 아라비카가 잘 자라지 않은 따뜻한 저지대에서 많이 생산됐지만, 20세기 들어 풍미와 수익성이 떨어져 사라졌다”고 했다. 연구팀은 박물관 수집종과 문헌 조사를 통해 당시 커피 생산자들이 좋은 열매를 선별하고 가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품질 관리에 실패했고, 이 때문에 리베리카 품종이 커피 상인에게 버림받았다고 밝혔다. 동시에 아라비카가 고급 커피로 자리잡고 낮은 가격의 로부스타 품종도 확산되면서, 한때 일부 지역에서 두 품종의 생산량을 앞질렀던 리베리카 재배 농가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커피 재배 기술이 발달한 지금에는 리베리카 품종의 부활을 꿈꿀 수 있다고 봤다.

(a) 1870년대 스리랑카에 도입된 리베리카 품종을 그린 그림으로 큰 열매가 두꺼운 껍질이 특징이다. (b) 리베리카 나무는 아라비카 나무에 견줘 크다. 출처: &lt;네이처 플랜트&gt;
(a) 1870년대 스리랑카에 도입된 리베리카 품종을 그린 그림으로 큰 열매가 두꺼운 껍질이 특징이다. (b) 리베리카 나무는 아라비카 나무에 견줘 크다. 출처: <네이처 플랜트>

연구팀은 최근 들어 리베리카 품종의 일종인 엑셀사 커피가 아프리카에서 재배지를 넓히고 있는 걸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농장 200곳이 엑셀사를 재배하는 우간다에서는 로부스타 농장이 리베리카를 택하면서 해마다 재배 면적이 늘고 있다. 남수단에서도 소규모 농가를 중심으로 엑셀사를 재배하는 추세다. 연구팀은 “외부의 이해관계자가 아닌 농민들 스스로 이러한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게 특징적인 점”이라고 밝혔다.

엑셀사는 아라비카 열매와 비슷한 크기에 순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난다. 카페인 함량도 적은데다 시고 쓴 맛도 덜하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아라비카와 달리 고산지대가 아닌 저지대에서도 재배할 수 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심해지는 미래에 리베리카는 상업적 경쟁력이 있는 고급 커피종으로서 자리잡을 잠재력을 갖췄다”며 “아라비카보다 더운 지역에서 재배될 수 있는데다 로부스타보다도 기후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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