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대전 갑천 탑립돌보에서 월동 중인 혹고니. 대전환경운동연합 제공
동화 ‘미운오리새끼’의 주인공이기도 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조류인 혹고니의 겨우살이가 대전 도심 하천에서 확인됐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지난 3일 대전 갑천 탑립돌보에서 혹고니 한 개체의 월동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혹고니는 천연기념물이자 1급 멸종위기 야생생물이다. 대전에서 혹고니의 월동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에서 혹고니는 약 50개체만 주로 강원 고성 화진포호, 강릉 경포호 등 호수와 강 하구에서 월동한다.
이번에 발견된 혹고니는 어린 개체로, 성체와 달리 부리에 검은색 혹이 없고 깃털도 순백색을 띠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혹고니는 대전에서 월동 중인 11개체의 큰고니 무리와 떨어져 단독으로 월동하면서 나무뿌리를 캐는 등의 채식 활동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최근 도심 하천인 갑천에서 혹고니와 노랑부리저어새, 호사비오리 등 멸종위기종의 서식이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며 “겨울 철새 서식 현황을 정밀히 조사해 멸종위기종의 서식처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유성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 연구사는 “혹고니는 큰고니와 달리 우리나라에 도래한다고 알려진 장소가 적다. 대전 갑천은 내륙에 있는 도심 하천인데, 혹고니의 일반적인 서식지는 아니기 때문에 갑천에서 발견된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최 연구사는 이어 “혹고니가 도심 하천에서도 잘 적응하는지 관찰하고, 멸종위기종의 서식지 분포를 파악하기 위해 좀 더 조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