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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환경오염 골칫덩이’ 폐합성섬유 선별·재활용 기술 첫 개발

등록 2023-01-18 12:00수정 2023-01-18 12:10

조정모 박사팀, 특수 추출제 만들어 적용해
색깔있는 저급 섬유도 경제적 재활용 기대
지난해 4월22일 지구의 날 맞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이벤트광장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기 위해 열린 ‘고 네이키드, 노 플라스틱' 캠페인에서 시민 활동가들이 일상에서 배출되는 식품 포장재를 이용해 만든 옷을 입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4월22일 지구의 날 맞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이벤트광장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기 위해 열린 ‘고 네이키드, 노 플라스틱' 캠페인에서 시민 활동가들이 일상에서 배출되는 식품 포장재를 이용해 만든 옷을 입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연구진이 재활용이 쉽지 않아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폐합성 섬유를 화학적 방법으로 선별해 플라스틱 원료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18일 “연구원 조정모 박사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폐의류 안 염료의 화학적 성질을 이용해 재활용 원료를 분리하는 선별 기술과 이렇게 선별한 폐합성섬유를 합성 이전의 단량체 원료로 되돌리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동시에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단량체는 화학 결합을 통해 고분자 물질이 될 수 있는 단분자 물질로, 플라스틱 제조의 원료로 사용된다.

인간이 입고 버리는 의류는 재활용이 쉽지 않아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돼 지구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의류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합성섬유 소재 의류는 잘 썩지 않아 특히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주범의 하나로 꼽힌다.

의류 폐기물을 재활용하려면 먼저 재질 별로 분류해야 하지만, 이 작업은 주로 수작업이나 비중에 따라 물에 뜨고 가라앉는 차이를 이용하는 물리적 방법으로 이뤄져 효율성이 낮다. 게다가 분류가 돼도 여전히 각종 이물질이 포함된 경우가 많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재활용 섬유는 의류 폐기물이 아니라 대부분 투명하고 깨끗한 폐페트(PET)병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조 박사는 “폐섬유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폴리에스터 섬유를 분리해내는 방법으로는 물리적 방법 이외에도 특수한 빛을 조사해 섬유 특성을 구분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런 분광학적 방법은 굉장히 고가 장비가 도입돼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폐섬유에서 폴리에스터 섬유를 분리하는데 ‘화학적 선별’을 적용한 기술은 이번에 처음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폴리에스터에만 작용해 색 변화를 일으키는 ‘추출제’를 개발해 경제성 있는 화학적 선별의 길을 텄다. 연구팀은 이 방식을 사용하면 기존에는 분리가 어려웠던 염료까지 제거가 가능하고, 사용 후 염료가 포함된 추출제를 회수해 재사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고 자연 친화적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이 함께 개발한 단량체 제조 기술은 200도의 고온을 요구하는 기존 분해공정과 달리 150도에서도 적용 가능해, 에너지 소비량을 크게 줄여 재활용의 경제성을 높여 줄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화학연구원은 이 기술을 ㈜리뉴시스템에 이전해 내년 말까지 연간 1만t 규모의 실증 플랜트를 구축하고, 2025년부터는 본격적인 재생 단량체 양산에 들어가게 한다는 계획이다.

연구원 이미혜 원장은 “이번 성과는 그동안 재활용이 어려웠던 저급 유색 폐섬유까지 고품질 단량체 제조를 위한 원료로 적용할 수 있어서, 의류 폐기물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자원 순환형 재활용 기술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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