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 사용 방법 등을 바꾸면 탄소배출량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 이미지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이 전체 수명주기 온실가스 배출 분석을 통해 전 세계에서 살포되는 비료의 탄소배출량을 2050년까지 지금의 20% 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들의 연구 논문은 10일 <네이처>의 자매지 <네이처 푸드>에 발표됐다.
비료에서 주로 만들어지는 아산화질소(N₂O)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다음의 주요 온실가스로 꼽힌다. 따라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적극 감축해야 하지만 2050년까지 20%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구를 부양할 식량 생산과 결부돼 있다는 것이 문제다. 작물의 생산성에 영향을 주지 않고 비료를 줄이는 방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비료 생산에서 사용에 이르는 전체 수명주기 온실가스 배출 기여도를 분석해, 비료 온실가스 3분의2가 땅에 살포된 이후에 발생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3분의1은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자들은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를 포함한 전 세계 9개 지역의 2019년 질소 비료 생산과 지역적 배출 요인까지 종합해 전 세계 합성 비료의 흐름과 배출량을 파악했다. 케임브리지대는 연구 설명자료에서 “비료의 전체 수명주기 온실가스 배출 기여도를 완전하게 정량화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런 정량화 결과, 비료로 사용되는 분뇨와 합성 비료에서 해마다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탄소량으로 환산해 약 2.6Gt(기가톤)으로, 전 세계 항공과 해운 분야 배출량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현재의 비료 생산과 사용 관행이 유지될 경우 2050년에 합성 비료를 통해서만 1.66Gt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으로 평가하고 다양한 감축 시나리오를 검토했다. 그 결과 비료 원료인 암모니아 합성에 필요한 열과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탈탄소화와 사용 과정의 변화가 함께 이뤄질 경우의 감축 잠재량이 최대 80%에 이를 것으로 평가됐다.
비료에 기인한 온실가스 배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사용 단계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는 비료 사용 효율화를 통한 시비량(거름을 주는 양) 감축, 비료의 질소 성분이 토양 박테리아에 의해 아산화질소로 바뀌는 것을 막는 질산화억제제 사용 확대, 요소와 같이 탄소 배출 기여도가 높은 비료의 질산암모늄 대체 등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현재 전 세계 농업의 평균 질소 사용 효율이 42%에 불과해, 작물 생산에 영향을 주지 않고도 이 효율을 67%까지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봤다. 또 질산억제제 사용은 2019년 기준 합성 비료 온실가스 배출의 48%를 차지하는 경작지의 아산화질소 배출 뿐 아니라 토양 산성화를 막기 위한 석회 수요도 감소시켜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이게 된다고 밝혔다.
연구 논문 공동 저자인 케임브리지대 공학과 안드레 세레노 박사는 연구 설명자료에서 “우리는 식량을 생산하는 방법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아마 그것은 농부들에게 온실가스를 더 적게 배출하도록 인센티브를 주고, 우리가 음식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의미할 것”이라며 “탄소 배출을 줄이며 세계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재정, 기술과 정책의 조합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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