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갈매기’라고 불리는 붉은부리갈매기는 여름에는 머리가 밤색이다. 국가철새연구센터 제공
낙동강 하구와 부산 일대에서 많이 보여서 ‘부산 갈매기’로 불리는 붉은부리갈매기가 최장 9천㎞를 여행하는 장거리 철새로 확인됐다.
국립생물자원관 소속 국가철새연구센터는 붉은부리갈매기의 사계절 이동 경로를 추적한 결과, 러시아 북동부에서 번식하고 월동지인 한국을 비롯해 필리핀까지 최장 9054㎞를 이동하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22일 밝혔다.
붉은부리갈매기(학명 Larus ridibundus)는 유럽과 아시아에 분포하는 갈매기과 조류다. 여름에는 머리가 밤색, 겨울에는 흰색을 띈다.
한국에서는 낙동강 하구를 비롯한 부산, 경북 포항 등 남동해안 일대의 습지와 해안가에서 자주 관찰된다. 부산 지역 프로야구단 응원가에서 자주 등장하는 ‘부산 갈매기’가 바로 이 종이다.
국가철새연구센터는 2021년 3월, 2022년 1월과 3월에 경북 경주와 포항에 서식하는 붉은부리갈매기 9마리에 위치추적발신기를 부착해 약 2년 동안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붉은부리갈매기는 3월 중순~5월 중순 한국에서 북상을 시작했다. 적게는 13일, 길게는 72일을 날아 그해 5월말~6월 중순 러시아 하바롭스키 변경주의 북동부 지역, 마가단주 및 러시아 야쿠티아 공화국 동남부의 콜리마강 인근 지역에 도착했다.
시베리아에서 번식을 마친 붉은부리갈매기는 7월초~8월초에 남하를 시작해 그해 10월 중순~12월에 한국 경주, 포항, 울산, 부산 일대에서 겨울을 나기 시작했다. 한 마리는 더 남하해 필리핀 루손섬까지 이동했다. 위치추적발신기 부착 9마리 중 5마리에서 확인된 결과다.
국가철새연구센터는 “국내 월동지까지 평균 5687㎞를 이동했고, 최장 거리인 필리핀까지는 9054㎞를 날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 지역의 붉은부리갈매기 이동 경로에 대해서는 지난해 네덜란드에서 논문이 발표됐지만, 동아시아 개체군의 사계절 이동현황에 대해서는 이번 조사 결과가 세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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