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발전소에서 연기가 뿜어져나오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전세계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68억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재생에너지 성장과 전기차, 히트펌프 보급 확대 등에 힘입어 세계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예상보다 적은 1% 미만으로 증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일(현지시각)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2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68억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에 견줘 0.9%(3억2100만톤) 증가한 양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의 2022년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탄소배출량이 예상보다는 낮았다는 평가를 내놨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은 “우려했던 만큼 탄소배출량이 크게 증가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는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히트펌프, 에너지 효율 기술 등의 눈에 띄는 성장 덕분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탄소배출량 증가율은 거의 3배나 높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서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성장으로 전력 부문에서 약 4억6500만톤의 탄소배출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됐고, 전기차·히트펌프를 비롯한 청정에너지 기술 덕분에 약 85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방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상 최고치를 찍은 탄소배출량 증가에 대해 비롤 사무총장은 “여전히 화석연료로 인한 탄소배출량이 증가하고 있어 세계 기후 목표를 달성하려는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며 “기록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 화석연료 기업들은 기후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공약에 따라 책임을 분담해야하고, 이 기업들의 배출량 감축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1900~2022년 에너지 연소와 산업 공정에서 배출되는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출처: 국제에너지기구 ‘2022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보고서
글로벌 에너지 위기로 유럽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가스 사용을 줄이고 석탄 사용을 늘린 탓에 지난해 석탄으로 인한 탄소배출량은 155억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1년에 견줘 1.6%(2억4300만톤) 증가한 양이다. 이는 지난 10년 연평균 증가율 0.4%를 웃도는 수치다.
지난해 석유 사용으로 인한 탄소배출량은 2021년보다 2.5%(2억6800만톤) 증가한 112억톤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증가량의 절반가량은 항공 부문에서 발생했다.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회복되면서 항공 여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총 운송 배출량도 2.1%(1억3700만톤) 증가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 저자들은 “도로 위의 모든 새로운 전기차가 일반적인 휘발유나 경유 자동차였다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은 1300만톤 더 높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천연가스 사용으로 인한 탄소배출량은 1.6%(1억1800만톤) 감소했다. 배출량 감소는 특히 유럽에서 두드러졌는데, 13.5% 감소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액화천연가스(LNG) 현물 가격이 급등해 가스 사용으로 인한 배출량이 1.8% 감소했다. 이 지역에서 전년 대비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천연가스 수요가 견고하게 유지돼 가스 사용으로 인한 배출량이 전년 대비 5.8%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에서의 에너지 관련 탄소배출량은 0.8%(3600만톤) 증가해 총 47억톤으로 나타났다. 건물 부문에서는 지난해 초 한파로 인해 가장 많은 배출량 증가폭을 보여, 지난 10년 연평균 증가량(연간 약 700만톤)을 4배 초과하는 양인 2600만톤 늘었다. 또 여름 폭염으로 인한 최대 전력수요를 충족해야했기 때문에 가스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도 8900만톤 증가했다.
중국에서의 에너지 관련 탄소배출량은 0.2%(2300만톤) 감소한 121억톤으로 나타났다. 전년에 비해 큰 변동이 없었던 셈이다. 경제성장 둔화, 건설 활동 감소,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조처로 인해 산업과 운송 배출량 감소 등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유럽연합에서도 에너지 관련 탄소배출량은 2.5%(7천만톤) 감소했다. 보고서 저자들은 “건물 부문 배출량은 온화한 겨울 날씨 덕분에 현저하게 감소(6천만톤)했고, 발전 부문 배출량은 3.4% 증가했지만 석탄 사용은 예상만큼 높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처음으로 풍력과 태양광 발전의 합산 발전량이 가스나 원자력 발전량을 넘어섰다”고 덧붙였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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