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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미 동부 물범 떼죽음은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인간도 안심 못해

등록 2023-03-16 11:51수정 2023-03-16 12:00

포유류로 다가오는 AI 바이러스, 특이적 변이도 확인돼
미국 동부 뉴잉글랜드 해안가에 서식하는 회색물범. 해안선을 따라 갈매기와 서식지가 겹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지난해 집단폐사 사태를 겪었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제공
미국 동부 뉴잉글랜드 해안가에 서식하는 회색물범. 해안선을 따라 갈매기와 서식지가 겹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지난해 집단폐사 사태를 겪었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제공

지난해 7~8월 미국 동부 뉴잉글랜드 해안가를 따라 파도를 타고 물범의 사체가 밀려 들어왔다. 회색물범 330마리 이상 죽은 이 재난은 당시 새들에 유행하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와 관련 있을 거라는 추측이 나왔다.

웬디 퍼이어 교수 등 미국 터프츠대학교 연구팀은 이들 물범의 유전자 검사를 벌였고, 물범 집단폐사는 포유류에 특징적인 변이를 일으킨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이런 연구결과를 16일 <신종감염병저널>에 밝혔다.

연구팀은 터프츠대 야생동물 병원과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해양포유류 좌초 네트워크와의 협업해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등 광범위한 유전자 자료에 접근할 수 있었다. 좌초된 물범 41마리를 검사한 결과, 거의 절반이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었다. 몇몇 물범에서 발견된 바이러스는 이미 포유류 적응과 관련된 돌연변이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조류인플루엔자의 유전자형은 H5N1으로, 한국에 오는 철새에서도 발생한다. 미국에서는 2020년 10월 이후 6천만 마리의 조류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 바이러스는 조류뿐만 아니라 밍크나 여우, 스컹크, 곰 같은 포유류로 숙주를 옮겨 종간감염(스필오버)을 일으키는 것으로도 알려졌지만, 극히 일부 사례인 데다 소규모 발생으로 끝났다. 하지만 이번 물범 집단폐사는 이 바이러스가 포유류로 숙주를 확장하는 가운데 큰 규모로 일어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물범들은 갈매기 배설물이나 배설물이 섞인 물에 접촉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였다. 바이러스의 파괴력은 놀라웠다. 터프츠대는 16일 낸 보도자료에서 “조류인플루엔자 양성 반응을 보인 물범은 샘플 채취 당시 죽어 있었고, 살아있는 개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다. 양성 반응을 보인 동물 중 회복된 동물은 없었다”고 밝혔다.

물범을 떼죽음으로 몰고 갔던 바이러스의 여행은 다행히 거기서 끝났다. 다른 물범 집단으로 퍼지지 않았고, 다른 종으로 옮아가는 스필오버도 일어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카이틀린 사와츠키 박사후연구원은 “막다른 골목에서 일어난 재난이었다고 할 수 있다”며 “물범에 퍼진 바이러스는 더는 확산하지 않고 곧 소멸했다”고 말했다.

웬디 퍼이어 교수는 이번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물범 간에 감염을 일으켰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에는 아직은 이르다고 밝혔다.

“포유류간 감염의 확실한 증거는 많은 개체 수의 감염과 시간 등 두 가지입니다. 이번에는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획득함에 따라, 포유류에 특징적이지만 조류에서 볼 수 없었던 공통된 돌연변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물범끼리 감염됐다는 증거가 나올 만큼 조류인플루엔자 유행이 오래 지속하지는 않았습니다.”

문제는 최근 들어 조류인플루엔자가 포유류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페루에서는 약 3500마리의 바다사자가 바이러스로 인해 폐사했다. 인간 또한 안심할 수 없다.

한국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세계적으로 조류인플루엔자가 인체를 감염시킨 사례는 132명으로, 이 가운데 22명이 숨졌다. 다만, 2018년 이전에 860명의 발생자 중 454명이 숨져 52.8%의 높은 치명률을 보였던 H5N1형은 2018년부터 인체 감염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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