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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윤 정부 탄소중립 계획 탓에 7년 뒤 국내산업 나락으로”

등록 2023-03-26 18:00수정 2023-03-29 11:07

인터뷰|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기후대응 글로벌 삼각 파고가 한국 덮치는 중
2020년대 가장 중요한 5년 허비하고 있어
최소한 산업 부문 감축 목표는 원상복귀해야”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단언컨대 2030년이 되면 국제 무역 규범이 탈탄소 무역규범으로 완벽하게 옮겨갈 것입니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 기업과 산업, 경제가 기후변화에 대응을 못해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불행한 상황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환경경제학자’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최근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을 평가하며 “너무 안이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정부는 기업이 처한 당장의 ‘현실’적 어려움을 이유로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 감축량을 줄여줬지만, 홍 교수는 이런 근시안적 대책으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까지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한 약속(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을 지키기 어렵게 될 뿐만 아니라, 달라지는 세계 무역환경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뒤쳐지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경제학을 전공한 홍 교수는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역임하는 등 경제·산업과 기후·환경을 연결하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인터뷰는 지난 22일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제1차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전체적으로 어떻게 보셨나요?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가 단독으로 발표한 게 아니라 관계부처 합동으로 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어요. 윤석열 정부의 기후변화, 에너지, 탄소 정책의 일차적인 결정판을 국민에게 내놓은 것이거든요. 기후정책이 단순히 에너지∙환경 정책이 아니고 산업∙경제 정책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이 문제의 심각성이나 인식의 정도가 매우 낮다, 관심이 별로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내용 때문인가요?

“기후변화라고 하면 환경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2020년대 글로벌 시장의 흐름은 글로벌 기업 차원에서 아르이100(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 글로벌 금융기관과 기관투자자들은 이에스지(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유럽연합 같은 국가 차원에서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로 나타나고 있어요. 이 삼각 파고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겠다는 명분으로 한국 경제를 향해 동시다발적으로 밀려들고 있어요. 그런데 이번 계획을 보면 그런 것들(삼각 파고)에 대한 심각성은 별로 없고, 2030년까지 기존 엔디시의 부문별(전환∙산업∙수송∙건물 등) 감축 목표에 조정을 가한 정도예요. 기후문제가 산업 정책이자 경제 정책이고, 앞으로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데도 말이에요.”

(아르이100은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기로 사용하겠다는 자발적인 글로벌 캠페인, 이에스지는 기업의 친환경 경영,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의미한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탄소비용이 반영되지 않은 수입품에 대해 유럽연합 생산제품과 동일한 수준의 탄소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정부는 아직 기술개발이 안 돼 있다고 합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미국, 유럽이 탈탄소로 가고자 하는 노력과 진정성, 기업들에 주는 정책 시그널(신호)를 보면, ‘이미 많이 앞서가고 있는데도 더 강력하게 (탈탄소를) 추진하겠다’는 것이거든요. 결국은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 강화하겠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로 와라. 우리나라에 투자해라, 세제 혜택 주겠다. 일자리 만들어달라’는 시그널을 엄청나게 주는 거예요. 이 정부는 친기업 표방하지 않습니까? 시장 목소리 귀 기울이겠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목소리를 귀 기울인 것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정부는 산업계의 목소리를 담았다고 하는데, 정말 산업계가 이걸 원할까요? 아니면 정부가 아르앤디(R&D)나 금융∙재정적 지원을 강하게 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정책적 노력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을 원할까요? 일부 기업이 너무 힘들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다른 기업들엔 그것을 기회 삼아 탈탄소 경영으로 가는 데 더 힘낼 수 있는 시그널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이번 계획은 2050 탄소중립(온실가스 순 배출량 0) 이행으로 가는 여정에서 후퇴인가요, 진전인가요?

“그거(탄소중립)까지 생각 안 한 것 같아요. 안타까운 점은 이 정부가 2022년부터 2027년까지 5년 임기라는 겁니다. 임기 끝나고 3년이면 2030년이 돼요. 2030년 엔디시 목표를 달성하려면 2027년 5월부터 시작하는 차기 정부가 전체 감축량의 75%를 줄이고, 현 정부는 25%만 줄이겠다는 건데요. 이거는 누가 봐도 상식에 어긋나고 무책임하게 느껴져요.”

―차기 정부로 떠넘겼다는 거죠?

“의도적으로 (다음 정부) 맛 좀 보라고 한 건 아닐 텐데 너무 안이합니다. 이 정부가 2020년대 가장 중요한 5년에 자리 잡고 있잖아요. 단언컨대 2030년 되면 국제 무역규범이 기존 전통적 세계무역기구(WTO) 자유무역 규범에서 탈탄소 무역 규범으로 저는 완벽하게 옮겨간다고 봐요. 지금 그 이행기에 있거든요. 이 흐름이 앞으로 10년 되면 정착이 되는 건데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가 2032년이면 완전히 정착하거든요. 2020년대 가장 중요한 중간 기간을 차지하는 윤석열 정부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부의 정책 공감대를 확 높여줘야, 그다음 정부가 탄력을 받고 적극적으로 에너지 전환, 녹색산업 정책을 끌어갈 수 있어요. 여기서 정책 우선순위를 낮춰서 기업들은 허덕이고, 그러다가 못 참고 견딜 수 없어서 많은 당근을 제공하는 미국으로 생산기지와 직접투자를 이전하게 되면, 다음 정부가 설사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더라도 너무 늦지 않겠어요? 우리나라 기업과 산업과 경제가 기후변화 대응 못 해서 다시 약해지는,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런 불행한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는 거죠.”

―2030 엔디시 달성(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에 견줘 40% 감축)은 가능할까요?

“2030 엔디시 목표는 국제사회에 공언한 것이고요. 파리협정에서 말하는 후퇴 불가의 원칙이 있어요. 그래서 국제사회에 그냥 우리 잘못했으니 덜 줄이겠다고 도저히 말할 수가 없어요. 단순히 기후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신인도 문제이니까요. 그런데 이 결정적 기간에 연평균 2% 정도만 약하게 약하게 줄이다가, 갑자기 2028년 돼서 모든 기술이 다 들어오고, 타성에 젖어 있는 산업계가 2028년부터 전체 감축량의 75%를 확 줄일 수 있다고요? 저는 그런 식으로 정책 움직이는 거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지금부터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경제성과 사업성은 부족하지만 탄소감축의 핵심 기술이 각 산업 부문에 퍼져 있거든요. 어떻게 정책적 시그널을 줘서 기업에 기술개발 유인을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인데, 기술이 준비 안 돼 있다고 치부한 것은 현재의 위중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너무 안이하고 안타까운 모습이에요. 연금개혁, 노동개혁뿐만 아니라 기후∙에너지 산업으로 연결되는, 이 정책의 우선순위를 확 끌어올려야 합니다.”

환경단체 회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 등에 대한 공청회에서 기습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환경단체 회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 등에 대한 공청회에서 기습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그런데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량이 810만톤(14.5%→11.4%) 축소됐습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강국(국내 총생산 대비 28% 비중)이라고 하잖아요. 당연히 전기, 에너지 소비가 많다고 하는데, 이 단순한 논리도 바꿔야 해요. 독일, 일본은 제조업 비중이 작나요? 20% 이상입니다. 독일은 제조업 경쟁력 유지하면서도 탄소배출 줄이고자 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거든요. (2021년 문재인 정부의 2030 엔디시 상향안에 견줘) 2년 사이에 산업부에서 산업 부문 감축 목표를 10%포인트나 줄였는데, 정말 같은 공무원들 아닙니까? 그 사이에 다 바뀌었나요?” (산업부는 지난 2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에 산업 부문 감축 비중을 14.5%에서 5%로 줄여달라고 요청했고, 결국 11.4%로 결정됐다)

―선진국들은 어떻게 합니까?

“철강이 에너지 많이 쓰고 오염물질 배출도 많기 때문에 사양산업이지만 독일은 철강산업을 지금도 합니다. 독일에 탄소차액계약제도(CCfD·Carbon Contracts for Differences)라고 있어요. 탄소 배출이 많은 철강산업 같은 경우 탄소 배출권을 살 수도 있고, 수소환원제철(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혁신적인 기술) 기술을 개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수소환원제철을 개발하는 데 돈이 굉장히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려요. 그러니까 기업 입장에서 ‘5∼10년 투자하기 보다는 그냥 배출권 사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이런 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가격을 정해놓고 배출권 가격이 그보다 비싸지면 정부가 차액을 보전해줄 테니 기업은 열심히 기술개발을 하라고 하는 것이죠. 기업 입장에서는 개발에 따른 비용의 불확실성이 확 줄어들잖아요. 철강회사들이 스스로 탄소배출을 줄이고자 하는, 새로운 기술개발 유인에 대한 강력한 시그널이 제공되는 것이죠. 이런 게 하나의 예입니다. 정부가 많은 투자액이 들어가고, 기술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산업에 대해 좀 더 현명한 방식으로 지원 정책을 사용하라는 것입니다.”

―기업들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가 와 닿을까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전자·자동차·석유화학 기업들은 이미 탈탄소 문제의 심각성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빅4(삼성·에스케이·현대차·엘지)가 다 아르이100 선언한 게 우연이 아니에요.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고, 안 할 수 없는 상황이 돼서 한 거죠. 우리나라 기업들이 애플이 무섭겠습니까, 정부가 무섭겠습니까. 애플이 자발적으로 (탄소 저감을) 압박하고 있고, 글로벌 기업은 그런 리스크에 완전히 노출돼 있어요. 이에스지도 기관투자자들이 본다는 건데, 요새는 이에스지에서도 탄소배출로 이야기하는 ‘이’(E)가 대세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다 느낍니다. 대한상공회의소 보세요. 얼마나 적극적으로 이에스지를 장려합니까. 대한상의 회장이 석유화학 핵심인 에스케이 회장입니다.

애플이 국제분업 관계에 있는 반도체 생산기업들에 탄소배출 어떻게 하는지 제출하라고 하잖아요.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 이러고 있습니다. 다만 중소기업들, 중견기업들은 노출이 적죠. 그러나 삼성전자 포함한 우리나라 글로벌 대기업들이 국내 중소 중견기업과 협력관계로 연결돼 있습니다. 부품 생산하는 삼성전자의 수많은 협력사가 전기를 어떻게 쓰는지 봐야 하는 거예요.”

―산업계 중심으로 국외 감축분을 확대하고, 국내 감축분을 축소하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국제감축은 불확실성이 높아요. 국제감축 어디까지 인정해줄 것인지, 해당국이 투자국에 감축분을 다 내줄 것인지, 아예 인정을 안 할 것인지 정해진 게 없어요. 그 나라들도 엔디시를 줄여야 하잖아요. 국제감축에 너무 의존하다가 오히려 탄소감축의 진정성이 떨어지는 거 아니냐는 인상을 줄 수 있어요. 국제감축을 하지 말라는 건 아닌데, 국내에서 안 줄이고 해외에서 하면 안이한 태도로 느껴지게 마련이에요.”

―기후변화와 관련해 산업 정책이 중요해지는 흐름인데요.

“최근 대구시가 산업단지에 지붕형 태양광을 깔겠다는 3조원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중요한 건 산단에 입주한 업체들이 자기 지붕에 태양광을 깔 수 있도록 계약을 맺어줘야 해요. 그래야 태양광을 설치하고 전기를 공급할 수 있잖아요. 임대료도 적정한 수준이어야 하고, 그밖에 여러 유인이 필요하겠죠. 그런데 정부가 산업계에 탄소 감축하라고 하지도 않고, 재생에너지에 별로 신경도 안 쓰고, 원전으로 간다는 정책 신호만 주면, 공장주들이 한다고 할까요. 공장주들이 안 한다고 하면 이 사업 성공 못 하거든요. 이창양 산업부 장관부터 가서 공장 주인들을 만나 설득해야 해요. 이런 시그널 줘야 기업들이 숨통 트이는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 으쌰으쌰 잘하잖아요. 어퍼컷도 좀 하고, 힘 실어줘야죠.

이게 성공하면 대구 산단에 원전 1기보다 더 큰 1.5기가와트(GW) 정도 되는 태양광 설비가 설치되는 거예요. 혹시 압니까? 글로벌 기업들이 대구 근처에 공장 짓고 바로 재생에너지 받으려고 할지. 수도권에만 공장 자꾸 짓지 말고 지역에 공장 지으면 얼마나 좋아요. 이게 기후, 에너지, 산업이 연계된 정책인 거죠. 보수 정부이기 때문에 솔직히 기후정책의 첨단은 바라지 않아요. 그래도 최소한 에너지∙산업 정책은 우리나라 기업을 위한 거잖아요. 이건 첨단으로 달려야죠. 케케묵은 원전 대 재생에너지 논쟁만 하고 있을 거예요? 확실한 것부터 했으면 좋겠어요. 재생에너지 한다고 이 정부 욕 안 해요. 지금 보수의 본산 대구가 하겠다는 것인데요.”

―다음 달에 확정될 탄소중립기본계획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이미 숫자를 내버렸으니 기대하기 쉽지 않지만, 최소한 산업 부문의 감축 목표는 원상 복귀해주십사 요청합니다.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포함한 정책적 노력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시그널을 주면 좋겠어요. 아르이100 관련해서 기업들이 너무나 바라는 거니까, 그 정도만 산업부가 해줘도 너무 고맙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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