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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울산 미포·온산 공생의 ‘싹’

등록 2006-03-14 19:01수정 2006-03-14 20:00

지난해 말 생태산업단지 시범사업지역으로 선정된 울산 온산산업단지의 일부.  울산시청 제공
지난해 말 생태산업단지 시범사업지역으로 선정된 울산 온산산업단지의 일부. 울산시청 제공
옆 공장끼리 ‘증기’ 등 사고팔아 연간 수십억 벌고 비용절감
20개 기업 자발적 네트워크 구축

녹색 꿈꾸는 산업단지 / (하)국내 생태산업단지 현주소

입주해 있는 업체들이 한 기업의 폐기물과 부산물을 다른 기업의 원료나 에너지로 사용하는 순환네트워크를 형성해 환경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생태산업단지’의 개념에 근접한 산업단지는 국내에 없다. 이는 생태산업단지의 효시로 꼽히는 덴마크의 칼룬보그와 같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빼면 외국에서도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생태산업단지로 자라날 수 있는 산업공생의 싹은 국내 산업단지에서도 발견된다.

울산의 온산산업단지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제련업체인 엘에스니꼬(LS-NIKKO)는 원광석에서 구리를 뽑아내고 남은 부산물(광미)을 바로 옆의 고려아연 공장으로 보내고 있다. 구리를 제련하고 난 광미에 다량 함유돼 있는 아연을 추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대신 아연 원광석에서 아연을 뽑아내고 남은 광미를 엘에스니꼬로 보낸다. 아연을 추출하고 난 광미에 엘에스니꼬가 전문으로 제련하는 구리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엘에스니꼬는 또 더이상 뽑아낼 금속이 없게 된 잔재물은 시멘트 제조 원료로 쌍용시멘트에,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증기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3㎞ 가량 떨어진 한국제지 공장에 보내고 있다. 이 증기 판매를 통해 엘에스니꼬는 연간 20~30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한국제지도 값싼 증기를 쓰는 만큼 연료인 벙커씨유 사용량이 줄어 연간 10억여원 가량의 비용절감 효과를 얻고 있다. 벙커씨유 사용량 감소는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 배출 감소로 이어져, 넓게는 지구환경을 보전하고 좁게는 산단 주변지역의 대기질을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다 주고 있다.

소수 기업만 참여해 한계… 정부, 울산 등 시범지역 선정

〈자료: 울산 생태산업단지구축사업단〉
〈자료: 울산 생태산업단지구축사업단〉

울산 미포산업단지에서 폐기물 소각장을 운영하는 산업폐기물 처리업체 코엔텍과 석유화학업체인 ㈜에스케이는 단순한 부산물 교환에서 한 발 더 나가 서로의 부산물을 결합시켜 새로운 제품을 내놓고 있다. 석유화학공정에서 나오는 물과 소각장에서 나오는 폐열을 이용해 증기를 만들어 인근 화학회사들에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포항산업단지에도 포스코를 중심으로 잉여 증기를 교환하고, 슬래그나 폐산, 폐내화물, 슬러지등의 산업폐기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기업들 사이에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

국내 산업단지의 몇몇 기업 사이에서 발견되는 이런 관계는 덴마크의 칼룬보그나 전국적인 산업공생프로그램이 추진되고 있는 영국의 일부 공업지역에서 볼 수 있는 산업공생 관계와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그것이 소수 기업들의 사례일 뿐이라는 점이다. 지난해말 서울에서 열린 국제생태산업단지 컨퍼런스 발표 자료를 보면 울산의 미포·온산산업단지에서 가동 중인 600여개 기업의 공장 가운데 어떤 형태로든 다른 기업의 공장과 생태적 네트워크를 가동하고 있는 공장은 20여개도 안된다.

산업자원부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착수한 생태산업단지 구축 사업은 산업단지안 몇몇 기업 사이에 자생적으로 형성된 이런 연계를 산업단지 전반으로 확산시키려는 것이다. 산자부는 이미 지난 2월까지 전국 산업단지 가운데 자생적 산업공생 관계가 많이 형성돼 있거나 지방자치단체의 생태산업단지 조성에 대한 의지가 강한 울산의 미포·온산산단, 포항산단, 여수산단, 청주산단, 안산의 시화·반월산단 등 5개 지역 산업단지를 시범사업지역으로 선정했다.

산자부는 1단계로 2009년까지 국비와 지방비 등 1700억원을 투입해 이들 5개 지역 산업단지에 생태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2단계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6800억여원을 더 투자해 20개의 기존 산업단지를 추가로 생태산업단지로 바꾼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강혜정 산자부 산업환경과장은 “몇 곳에서 생태산업단지가 성공하게 된다면, 다른 산업단지들도 그 성과를 목격한 지역 주민들의 요구에 밀려서라도 생태산업단지로 가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며 “그런 여건과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산자부 계획대로 기존 산업단지의 생태산업단지 전환이 쉽게 이뤄질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산업생태학적 고려가 전혀 없이 설계·조성돼 수 십년째 가동되고 있는 산업단지를 생태산업단지로 리모델링하는 작업은 단순히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기업만을 입주시키는 청정산업단지나 재활용업체를 모아 놓는 자원순환단지 조성 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까다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5년간 1700억 투입 초석 놓기로 “정부 성과주의 기울면 안돼”

생태산업단지 조성에 대한 산자부의 의지의 표현인 수천억원 규모의 예산지원 계획은 우리보다 먼저 생태적 산업 네트워크 구축작업을 시작한 오스트리아와 영국 등의 관련 전문가들의 입을 벌리게 할 정도다. 문제는 이런 정부 주도의 의욕적인 생태산업단지 조성작업은 생태산업단지의 실현을 앞당길 수 있지만, 자칫 성과주의에 기울어 생태적 네트워크의 자생력을 왜곡할 위험도 높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스티리아주의 생태산업 네트워크 구축작업에 참여해 온 그라츠 카를 프란첸스대 혁신·환경경영연구소의 아르눌프 하슬러 교수는 “기업 간의 유기적 연관성을 강화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들의 의지와 서로에 대한 신뢰”라며 “이런 문제는 민감하기 때문에 짧은 기간 안에 성과를 얻겠다고 몰아가면 잘못되기 쉽다”고 강조했다.

김진호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 박사도 “중앙에서의 관리를 통해 환경개선과 경제적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려고 했던 스티리아주 주정부의 접근이 오히려 기업 간 자발적 연계의 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생태적 산업 네트워크 형성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장기적 관점의 방안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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