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다세대주택 가스 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전기·가스요금 인상 문제와 관련해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자구 노력을 연일 강조하고 나섰다. ‘전기·가스요금 인상’ 딜레마에 빠진 당정이 국민 여론을 우선 살피며 요금 인상의 ‘명분’을 쌓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6일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요금 관련 민·당·정(민간·여당·정부) 간담회를 마친 뒤 “(한전, 가스공사가) 고강도 긴축경영으로 비용을 절감해 2026년까지 28조원 규모의 자구 노력을 강도 높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다시 한번 보고했다”며 “국민이 ‘그만하면 됐다’고 할 때까지 뼈와 살을 깎는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민·당·정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 2월 말 한전과 가스공사는 2026년까지 각각 14조3천억원, 14조원씩 고강도 자구 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정승일 한전 사장과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이 이런 내용을 재차 보고하자, 박 의장이 자구 노력을 압박한 것이다.
당정이 지난달 29일과 31일 당정협의회를 통해서 전기·가스요금 인상 문제를 결론 내지 못한 것은 지난해 겨울 ‘난방비 폭탄’으로 국민 여론을 확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전기·가스요금 인상 문제가 올여름 ‘냉방비 폭탄’과 올겨울 ‘난방비 폭탄 시즌2’로 이어지면 내년 4월 총선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이유로 당정은 요금 인상의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밝히면서도 한전과 가스공사의 자구 노력을 강조하며 요금 인상 여부 발표 시기를 미루고 있다.
다만 공기업의 자구 노력만 강조하는 것으로는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진호 지스트 에너지융합대학원 교수는 “전기·가스가 더는 값싼 에너지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에너지를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 필요하다”며 “에너지 소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혁신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한전 직원이 모두 임금을 받지 않아도 2조원 정도밖에 안 줄어든다”고 했다. 정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연료비가 폭등했지만, 폭등한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해 생긴 구조적 적자라고 설명했다. 한전은 2020년 대비 2022년 전력구입단가는 90.5% 증가했지만, 판매단가는 9.7% 증가에 그쳤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전의 지난해 적자는 32조6500억여원,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8조6천억원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박 정책위의장은 에너지 공기업의 자구 노력뿐 아니라 △취약층에 대한 정부의 두터운 지원 △국민의 에너지 절약 협조도 함께 언급했다.
당정은 이날 간담회에서도 전기·가스요금 조정 시기를 밝히지 않았다. 당분간 의견 수렴을 더 한다며 국민 여론을 살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간 끌기’만으론 국민 여론이 나아진다고 보장할 수 없다. 시민사회단체 연대기구 ‘너머서울’이 지난달 14일부터 30일까지 서울시민 235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공요금 설문조사를 보면, 시민들 87.0%(2045명)가 전기·가스요금 하반기 추가 인상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에 반해
찬성은 4.1%(97명)에 그쳤다.
기민도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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