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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후쿠시마 ‘삼중수소’, 인체 영향 적다는 일본 주장은 ‘가짜 뉴스’”

등록 2023-04-27 16:59수정 2023-04-28 09:29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생물학자 무소 교수
그린피스 기자회견서 삼중수소 문헌조사 발표
티머시 무소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생물학 교수가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영향 연구' 기자회견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티머시 무소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생물학 교수가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영향 연구' 기자회견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 중 하나인 삼중수소(트리튬)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낮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삼중수소가 인체 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연구는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중수소가 암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말할 과학적 근거가 없는 셈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에 인간 등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티머시 무소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대 생물학과 교수는 27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삼중수소와 관련한 과학 문헌 70만여 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삼중수소가 인체 등에 미치는 생물학적 영향을 일부라도 다룬 연구는 250건(0.03%)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특히 발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이 가운데서도 고작 14건에 그쳤다. 그나마도 쥐와 같은 실험용 동물을 대상으로 이뤄진 연구라, 사실상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사실상 전무하다는 게 무소 교수의 분석이다.

무소 교수는 미국 국립과학원의 방사선 영향 자문위원을 역임하고, 한국와 일본의 세계무역기구(WTO)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에서 한국 쪽 자문을 맡기도 한 방사능 오염 분야의 저명 학자다.

과학계는 삼중수소가 유전 독성과 발암성을 지니고, 생식계에도 생물학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 스콜라를 통해 보면, 발암성이 있다고 알려진 다른 물질들에 관한 연구 논문 수는 가공육 31만3000여건, 석면 19만7000여건, 라돈 9만6700여건, 비스페놀 에이 8만7000여건 등으로 삼중수소의 발암 관련 연구와 견주기 어려울 정도로 월등히 많다. 무소 교수는 <한겨레>와 별도 인터뷰에서 “삼중수소가 이렇게 과학적인 연구망을 피해 간 것은 상당히 신기하다”며 “생물학적 영향에 관련된 연구가 놀라울 정도로 적은 것은 이 주제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투자 부족을 반영하는 것으로, 아마 (원전 이용에 어려움을 줄 것을 우려해) 의도된 것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영향을 다룬 논문 전수 분석한 결과, 여러 논문에서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효과비(REB·생물 유전자 등에 손상을 주는 정도)가 대표적 방사성 물질인 세슘보다 2배 이상 높다는 사실이 반복적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일부 논문에선 이 비율이 최대 6배까지 높게 제시된 것도 있었다고 한다. 무소 교수는 이와 관련 “세슘의 감마 방사선은 투과력이 강해 순간적으로 디엔에이(DNA)나 세포에 영향을 주고 밖으로 빠져나가지만, 삼중수소의 베타 방사선은 투과력이 약해 체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집중적인 내부 피폭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소 교수는 “삼중수소에 피폭된 실험쥐에서는 정자와 난자 그리고 생식기 손상이 관찰됐고, 유전자 고리가 단절되면서 유전인자 변이도 나타났다”며 “삼중수소 피폭의 영향은 먹이사슬 상위 단계로 갈수록 커지고 여러 세대를 거쳐 축적되면서 종 유전자 변형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방사선에 의한 유전정보 변경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 지역의 떠돌이 개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무소 교수도 공동 저자로 참여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 3월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돼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세계 주요 언론에 소개됐다.

무소 교수는 “일본이 방류하려는 후쿠시마 오염수 속 삼중수소의 영향이 얼마나 클 지는 지금 당장 말하기 힘들 것 같지만, 우리가 몰랐을 뿐 생태계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쳤던 합성물질 디디티(DDT)와 같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디디티는 1940년대 이후 전세계에서 살충제 농약 등으로 널리 사용되다 생물학자 레이첼 카슨이 1962년 <침묵의 봄>을 써 생태적 독성을 고발한 것을 계기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퇴출된 물질이다.

 무소 교수는 “인터넷을 보면 삼중수소에 대한 허위 사실이 많이 있는데, 기본적 메시지는 ‘삼중수소는 상당히 약한 에너지 방출체’라는 것으로 동일하다. 특히 도쿄전력에서도 ‘삼중수소는 상당히 약한 방사성 물질’이라고 얘기를 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은 다 ‘가짜뉴스’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것들은 대중들에게 혼란을 주기 위한 의도로 나온 것”이라며 “삼중수소에 대한 진실은 낮은 에너지를 방출한다는 것이고, 그것이 반드시 영향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삼중수소에 대량의 물을 섞어 희석시킨 뒤 바다에 방류하기 때문에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현재 도다리와 전복, 해초를 바닷물로 희석한 오염수에서 키우며 생물학적 영향을 평가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무소 교수는 이를 두고 “폐사 여부와 발육 상태 등만 살펴보는 방식은 과학적 상식에 비춰 보여주기식 연구”라고 평가하고 “오염수에 노출될 수백 종의 생물로 확대하고, 민감도 기법을 활용한 연구가 오염수 방류 전 독립적인 과학자들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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