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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한국 배출권거래제 뼈대만 있어…유럽 규제 타깃될 가능성”

등록 2023-05-03 18:59수정 2023-05-03 21:08

제프리 쇼트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인터뷰
제프리 쇼트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이 지난달 28일 서울 삼성동의 한 호텔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6일 세계경제연구원이 개최한 창립 30주년 기념 컨퍼런스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제프리 쇼트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이 지난달 28일 서울 삼성동의 한 호텔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6일 세계경제연구원이 개최한 창립 30주년 기념 컨퍼런스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유럽연합(EU) 이사회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각)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주요 기후법안을 최종 확정했다. 전세계 기업들이 철강·알루미늄 등 6개 품목을 유럽연합으로 수출하는 경우, 제품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량을 추정해 2026년부터 사실상의 ‘관세’(탄소국경세)를 부과하겠다는 게 탄소국경조정제도의 핵심이다. 당장 유럽연합으로 43억달러(약 5조7500억원, 2021년 기준)를 수출해온 한국 철강업계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제프리 쇼트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28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초기엔 철강이 크게 영향을 받겠지만, 향후 한국의 다른 산업들도 영향을 받게 된다. 현재 한국의 배출권거래제도는 뼈대만 갖췄을 뿐, 실제로 기업들이 탄소감축 이행 방안을 도입·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장려하거나 압박하지 못하고 있다”며 “유럽의 제도 시행에 긴밀하게 발맞추기 위해선 (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도도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따라 유상할당비율을 높여가고 있다.

무역정책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그는 이미 지난해 7월 기획재정부의 의뢰로 작성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철강 생산이 탄소 집약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은 처음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난해 7월 보고서에서 한국이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

“한국이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해서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따른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 제도 도입 초기, 6개 품목의 교역액 가운데 70%를 철강이 차지하지만, 유럽연합이 적용 대상 품목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한국의 다른 산업들도 영향을 받게 된다. 2026년 1월 이후 유럽과 한국 간 양자 무역에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에 대한 인식이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탄소국경세가 유럽연합 탄소배출권거래제(ETS)를 가이드라인 삼아 책정되는데, 한국이 현재 탄소배출권을 90% 무상 할당하고 있다. 이 점이 한국의 수출 취약성을 증가시킨다고 보는 것인가?

“현재 한국의 배출권거래제도는 뼈대만 갖췄을 뿐, 실제로 기업들이 탄소감축 이행 방안을 도입·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장려하거나 압박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의 제도 시행에 긴밀하게 발맞추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 (올해 4차 계획 수립을 앞두고 있는) 배출권거래제에서 당장 해야 할 개혁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탄소감축이 현실적으로 기업에 지나치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우려가 있다.

“기업이 가격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후 친화적인 정책을 따르다가 폐업하면 경쟁사도 이를 따르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탄소감축을 위해 장기적으로 사회의 목표를 설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저탄소 생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보조금과 규제 정책의 조합이 필요하다.”

―탄소국경조정제도가 확정된 현재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2026년 1월 이후 미국―유럽, 유럽―한국 간 양자 무역에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에 대한 인식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2026년 이후 탄소국경조정제도의 적용을 받는 수입품의 범위가 확대되고, 수입 부품과 관련된 간접 배출까지 포함하게 되면 무역 규모가 훨씬 커지고, 수입품에 포함된 탄소 배출량을 정의하는 것이 더욱 복잡해질 거다. 유럽연합은 유럽 표준을 기반으로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표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차별을 둘텐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첫째, 무역 거래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는 공통된 접근 방식을 찾아야 한다. 두번째로는 ‘지속 가능한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글로벌 협정’에 관한 미국-유럽 회담의 진전을 이루는 것도 필요해보인다.”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는 총투자 중 에너지 안보 및 기후변화 대응 관련 지출이 80%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기후 정책이 전무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 시행은 세 발자국 전진에 한 발자국 후퇴라고 볼 수 있다. 이 법안은 기후 정책에 대한 자원과 약속을 제공하는 큰 돌파구였기 때문에, 인플레이션감축법이 없었다면 우리는 기후 정책과 기후 대응 계획에 투입되는 광범위한 자원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한 발자국 후퇴는) 공급망의 복잡성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법안이 작성되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제 이런 문제를 관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철강 산업 등에서 탄소감축을 위한 정부 역할은 무엇이어야 하나?

“온실가스 주요 배출국들이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 공평한 전환에 전념하며 협력해야 한다. 중국, 미국, 유럽과 몇몇 나라들이 특히 더 애써야 한다. 그리고 전 세계 배출량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철강 부문에서 감축 노력이 필요하다. 탄소 배출 완화 기술에 대해 더 즉각적으로 투자를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이들 나라가 이런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가 무엇을 하는지 중요하지 않을 정도다. 왜냐하면 이들(온실가스 주요 배출국)이 노력하지 않으면, 지구 온난화의 경로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기후가 통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나?

“협력보다는 갈등이 더 많이 생길까 봐 걱정된다. 탄소국경조정제도의 시행은 (유럽연합과 교역하는 나라들에) 유럽 수준의 기후정책을 채택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오히려 엄격한 기후 요구 사항이 없는 국가들로 철강 무역이 넘어가게 될 수 있다. 친환경 철강에 대한 추가 비용을 지불할 여력이 없는 국가,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탄소 덤핑(탄소 가격을 낮게 반영해 수출하는 행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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