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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팽창하는 별이 행성을 삼키는 순간, 첫 포착

등록 2023-05-04 00:00수정 2023-05-04 20:24

천문학자들, 우리은하 독수리자리에서
50억년 뒤 태양계 지구에도 닥칠 미래
태양과 같은 별이 수소 핵융합 연료가 소진돼 팽창하면서 주변의 행성을 삼키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국제제미니천문대 제공
태양과 같은 별이 수소 핵융합 연료가 소진돼 팽창하면서 주변의 행성을 삼키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국제제미니천문대 제공

밤하늘의 별에게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일생이 있다. 별은 우주 공간에 있는 수소와 헬륨 등의 원소가 뭉쳐 만들어져 수십~수백억년 동안 핵융합을 통해 에너지를 방출한다. 그러다 핵융합의 연료 격인 수소가 고갈되면 질량에 따라 서로 다른 종말을 맞는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질량이 태양보다 작은 별은 서서히 식어 자그마한 백색왜성이 된다. 태양 정도의 별은 수소 대신 헬륨을 태우면서 점점 팽창해 거대한 적색거성이 되는 단계를 거쳐 핵만 남아 백색왜성이 된다. 태양 질량의 10배가 넘는 큰 별은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들까지 태우며 핵융합을 계속하다 초신성으로 관측되는 대폭발을 거쳐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돼 생을 마친다.

과학자들은 태양과 같은 별들이 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팽창할 때는 자기 주변을 도는 행성까지 집어삼킬 것으로 본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런 현상이 발생한 여파를 관측한 연구는 있었으나, 그 순간을 실제 포착한 연구는 없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하버드대, 캘리포니아공대 등의 과학자들은 4일 <네이처>에 지구에서 1만2000광년 떨어진 우리 은하 독수리 자리에서 별이 행성을 삼키는 것을 처음 관찰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는 2000년 5월 독수리 자리를 관측하던 미국 캘리포니아의 팔로마천문대에서 별이 열흘 사이에 100배 이상 밝아졌다가 빠르게 사라진 뒤 낮은 온도의 신호가 지속되는 것을 포착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연구 논문 주저자인 키샬레이 데 박사(엠아이티 카빌 천체 물리학 및 우주연구소)는 엠아이티가 낸 보도자료에서 “어느날 밤 갑자기 100배나 밝아진 별을 발견했는데, 이것은 내 인생에서 본 어떤 별의 폭발과도 달랐다. 우리는 별이 행성을 삼키는 마지막 단계를 보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애초 관측한 폭발이 두 항성의 충돌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도 검토했다. 하지만 미항공우주국(NASA)의 적외선망원경(NEOWISE), 미국립과학재단의 광학-적외선천문학연구소(NOIRLab) 제미니천문대 등을 활용한 후속 연구를 통해 이런 가능성은 배제됐다. 폭발 현상이 발생한 이후 별에서 매우 적은 양의 에너지만 방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데 박사는 “이것은 별과 합쳐진 것이 무엇이든 우리가 본 다른 어떤 별보다 1000배 더 작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관측 자료들을 짜맞춘 결과 2000년 5월 관측된 것이 목성 크기의 행성이 죽어가면서 팽창하는 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목성의 질량은 태양 질량의 약 1000분의 1이다.

과학자들은 연구팀이 관측한 것이 약 50억년 뒤 태양계에서도 벌어질 것으로 본다. 수소 핵융합 연료가 소진돼 태양이 팽창하면서 수성, 금성, 지구 등의 행성을 삼킨다는 것이다.

데 박사는 “만약 다른 문명이 1만광년 떨어진 곳에서 태양이 지구를 삼키는 것을 관찰한다면, 그들은 태양이 갑자기 밝아진 뒤 주변에 먼지를 일으키고 되돌아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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