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포플래닛’ 활동가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현대차의 그린워싱에 반대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케이팝포플래닛 제공
방탄소년단(BTS) 팬 ‘아미’(ARMY) 등 케이팝 팬들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현대자동차의 ‘그린워싱’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그린워싱은 실제로 친환경적이지 않은 활동을 친환경적인 것처럼 포장하는 행위를 말한다.
케이팝 팬들이 주도하는 기후행동 플랫폼인 ‘케이팝포플래닛’은 23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스나얀파크몰에서 방탄소년단 대표곡에 맞춰 커버 댄스를 추며 현대차의 친환경 경영을 촉구하는 캠페인 활동을 벌였다.
이들이 친환경 경영 촉구 캠페인을 벌인 현대모터스튜디오는 벽면과 천장을 둘러싼 대형 엘이디(LED) 화면에 방탄소년단이 출연한 친환경 홍보영상을 틀어 인기를 끌었던 곳이다. 케이팝포플래닛은 이곳에서 방탄소년단의 노래 ‘마이크 드롭’(Mic Drop)에서 이름을 딴 ‘현대, 석탄 멈춰’(Hyundai, Drop Coal)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단체는 “두 달 만에 한국과 인도네시아, 미국, 영국 등 68개국 1만832명(22일 기준)이 현대차의 그린워싱에 반대하는 서명에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케이팝포플래닛 활동가들과 팬들은 이날 쇼핑몰 앞 현대 전기차 충전소에서 방호복을 입고 ‘마이크 드롭’과 ‘다이너마이트’ 등 방탄소년단 히트곡 메들리에 맞춰 커버댄스(특정 아티스트의 춤과 노래를 팬이 따라하는 행위)를 선보였다. 이어 ‘기후위기로 죽기에 우린 너무 귀여워’(We are too cute to die from climate crisis)라고 적힌 펼침막을 배경으로 현대차에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들은 “비티에스와 현대차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며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비티에스가 말했듯 ‘우리가 하는 모든 선택은 변화의 시작’이다. 현대차도 석탄발전으로 알루미늄을 생산하는 (현지 협력사) 아다로미네랄과 업무 협약을 철회하는 것에서부터 진정한 친환경 실천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현대차 그린워싱’ 논란은 무엇?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B20 인도네시아 서밋’에서 인도네시아의 대표적 광물생산 기업인 아다로미네랄과 알루미늄 공급 협약 체결을 발표했다. B20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맞춰 해당국의 주요 기업 대표들이 모여 벌이는 행사다.
당시 현대차는 영문 보도자료에서 “인도네시아 알루미늄은 수력발전을 이용한 저탄소 알루미늄”이라며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현대차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다로미네랄이 새로 지을 알루미늄 제련소 가동을 위해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포함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현대차의 발표는 그린워싱 논란으로 번졌다.
인도네시아와 국제 환경단체는 지난 2월 공동성명에서 “아다로미네랄은 알루미늄 제련소 건설 계획과 함께 제련소 가동을 위한 신규 석탄발전소를 칼리만탄주에 건설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며 “현대차가 저탄소 알루미늄으로 포장하는 것은 그린워싱”이라고 비판했다. 신규 석탄발전소의 완공 목표 시점은 2025년인 반면 신규 수력발전소 계획은 2029년 이후에나 예정돼 있어, 알루미늄을 우선 구매하기로 한 현대차의 ‘저탄소 알루미늄’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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