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농수로에 빠져 고립되어 있는 고라니.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
앞으로 공공기관은 야생동물이 농수로에 추락하거나 투명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것을 막기 위해 탈출로와 조류충돌 방지장치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8일 환경부는 농수로와 투명창 및 방음벽 등 인공구조물로 인한 야생동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개정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야생생물법) 시행규칙’을 9일 공포 후 1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6월 야생생물법 개정으로 국가기관, 지자체 및 공공기관(이하 공공기관)이 야생동물 충돌·추락 피해 예방을 위해 소관 인공구조물을 설치·관리하도록 의무를 부여한 데 따른 것이다.
환경부 조사 결과, 연간 약 800만마리의 야생조류가 조류 충돌로 폐사한다. 건물 유리창에 약 765만마리(1동당 1.07마리), 투명방음벽에 약 23만마리(1㎞당 163.8마리)의 야생조류가 매년 부딪혀 죽고 있다.
이번 시행규칙에 따라 공공기관은 투명창이나 방음벽 등을 설치할 경우, 점 또는 선형 무늬를 넣어 조류 충돌을 방지해야 한다.
야생동물이 추락 후 빠져나올 수 있는 계단과 경사면이 마련된 농수로 탈출로. 환경부 제공
또한,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이 추락하곤 하는 농수로 같은 인공구조물을 설치할 경우, 추락한 동물이 탈출할 수 있는 시설이나 이를 횡단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도록 의무화했다.
농수로는 ‘야생동물의 무덤’으로 불린다. 환경부에 따르면, 매년 약 9만마리(양서‧파충류 미포함)의 야생동물이 농수로에 빠져 폐사한다. 환경부가 약 200㎞ 구간을 표본 조사한 결과, 탈출시설 미설치 구간에서는 1㎞당 0.57건, 설치 구간에서는 1㎞당 0.2건의 폐사체가 발견됐다.
야생생물보호법에 따르면, 정부 기관은 야생동물 충돌∙추락 실태조사를 벌여야 하는데, 이에 따른 구체적인 방법론도 이번 시행규칙에서 정했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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