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낮 최고기온이 26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적으로 더운 날씨를 보인 지난 4월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어린이들이 바닥분수 물줄기 사이를 뛰어다니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올해 봄철(3∼5월) 전국 평균기온이 13.5℃로 나타나며 1973년 기상관측망이 전국적으로 확충된 이후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존 역대 1위는 지난해 봄철 평균기온(13.2℃)이었는데, 1년 만에 기록이 경신된 것이다.
기상청은 9일 이런 내용이 담긴 ‘2023년 봄철 기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올해 3월은 역대 가장 높은 평균기온(9.4℃)을 기록하며, 봄철 고온 현상을 이끌었다. 유라시아 대륙의 따뜻한 공기가 서풍류를 타고 우리나라로 유입된데다 맑은 날 햇볕 등의 영향으로 평년대비 3.3℃나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4월에도 동아시아에서 발생한 폭염의 간접 영향을 받아 평균기온(13.1℃, 평년대비+1.0℃)이 역대 9위를 기록했다. 5월에는 따뜻한 남서계열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강한 햇볕이 더해져 평균기온(17.9℃, 평년대비+0.6℃)이 역대 10위로 집계됐다.
올해 봄철 이전까지는 지난해 봄철 평균기온이 13.2℃로 역대 최고였다. 지난해와 올해 봄철 모두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기온이 매우 높았지만, 지난해는 강한 햇볕의 영향, 올해는 따뜻한 바람의 영향을 더 받았다. 실제 지난해와 올해 봄철 일조시간은 각각 755.0시간(역대 2위), 661.3시간(역대 20위)으로 집계됐다.
기상청은 “올해 봄철엔 이동성고기압이 평년보다 우리나라 동쪽에서 자주 위치해 따뜻한 남풍계열의 바람이 불거나, 중국 내륙에서 데워진 공기가 우리나라로 유입될 때, 기온이 크게 오르는 날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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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철 전국 강수량은 154.9㎜(하위 6위)에 그쳤는데, 올해 봄철 전국 강수량은 284.5㎜로 평년(222.1∼268.4㎜)보다 많은 역대 18위를 기록했다. 특히 봄철 누적 강수량은 남부지방(남해 622.6㎜, 거제 552.5㎜)을 중심으로 평년보다 많고, 동해안(강릉 133.3㎜, 속초 148.1㎜)을 중심으로 평년보다 적어 지역별 강수 편차가 컸다. 올해 광주·전남 지역 봄철 강수량은 380.8㎜로 지난해(205.7㎜)보다 175.1㎜ 더 많이 내려 가뭄 해소에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봄철에는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아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었다. 올해도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았으나 5월 중국 남부지방에서 접근하는 저기압이 통과할 때 매우 많은 비가 내렸다. 5월 강수량 순위에서 올해 봄철(191.3㎜)이 역대 3위로 집계됐다. 또한 5월 일강수량 극값 1위도 5월5일 남해(258.3㎜), 5월29일 군산(143.7㎜) 등 총 10개 지점에서 나타났다.
지난 4월16일 오후 북악산 팔각정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가 황사와 미세먼지로 뿌옇다. 연합뉴스
올해 봄철 황사는 평년보다 심했다. 특히 서울 황사일수는 역대 2위를 기록했다. 봄철 전국 평균 황사일수는 9.7일(역대 7위)로 평년대비 4.4일 더 많았다. 서울은 평년대비 8.2일 더 많은 15일로 집계됐다. 중국 북동부지방이 평년보다 강수량이 적고 기온이 높은 가운데 이 지역에서 저기압이 발생할 때 모래 먼지가 북풍계열의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특히 4월에는 황사 발원지 주변에서 발생한 모래 먼지가 매우 강한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 깊숙이 유입되면서 전국적으로 황사 농도가 높았다. 주요지점 일 최대 황사농도는 4월12일 고산 723마이크로그램(㎍/㎥), 서울 472㎍/㎥, 4월21일 울릉도 679㎍/㎥로 나타났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지난 봄철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서유럽·남미 등 전 세계적으로 고온 현상이 나타났고, 특히 5월에는 이례적으로 많은 비가 내려 침수 피해가 발생한 곳도 있었다”며 “기상청은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감시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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