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지철스님과 함께 해수면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솔로몬제도를 위해 축원하고 있는 세계 녹색당 대회 참가자들. 남종영 기자
9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의 행사장. 솔로몬제도와 오스트레일리아, 필리핀에서 온 이들이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앞에서는 조계종 월정사의 지철스님이 축원을 올렸다.
“해수면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솔로몬제도를 위해 축원을 드렸습니다.”
전세계 녹색 정당의 정치인과 활동가들이 모이는 ‘세계 녹색당 총회’가 8일 인천에서 막을 열어 11일까지 일정에 들어갔다. 세계 녹색당 총회는 각 나라의 환경주의를 기치로 내건 정당 인사들이 환경 의제를 토론하고 미래 전망을 나누는 자리다. 오스트레일리아 캔버라(2001년), 브라질 상파울루(2008년), 세네갈 다카르(2012년), 영국 리버풀(2017년)에 이어 다섯번째인 이번 총회는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한국에서 개최됐다.
100여개국 250여명의 정치인과 활동가들은 8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모여 개막식을 연 데 이어 9일에는 부문별 토론회를 진행했다. 유럽녹색당 공동대표를 역임한 에블린 위테브로이크 벨기에 브뤼셀 지방의원과 세계 최초로 녹색당을 창당한 크리스틴 밀른 전 태즈메이니아주 상원의원 등이 참여했다.
전국 녹색당이 걸어놓은 플래카드가 행사장에 걸려 있다. 남종영 기자
2017년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세계 녹색당 총회. 올해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한국 인천에서 열리고 있다. 세계 녹색당 제공
녹색당은 녹색정치와 비폭력, 사회정의를 표방하는 정당이다. 녹색당의 기치를 내걸고 활동하는 세계 100여개국의 정당은 대륙별로 연대체를 구성하고, 지구적 차원에서는 ‘세계 녹색당 네트워크’(Global Greens)를 통해 가치를 공유한다.
9일 부문별 행사에서는 ‘선거 캠페인 전략’, ‘정당 후원과 모금’ 등 실무적 주제부터 ‘탈성장과 녹색정치’, ‘지방의회 의원 세션: 도시의 생물다양성’, ‘여성과 다양성: 변화를 위한 협력’ 등의 현안을 다룬 토론회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에는 한국 선언문을 작성하기 위한 협의도 있었다. 녹색당 관계자는 “한국 선언문을 비롯한 다양한 결의문을 11일 채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결의문에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관한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녹색정치를 기치로 내건 최초의 정당은 1972년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메이니아에서 처음 생겼다. 1970년~80년대 유럽에서 녹색당 창당 바람이 불었으며, 독일 녹색당은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이른바 ‘적록연정’을 통해 연방정부에 참여하기도 했다. 탈원전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확산이 앞선 최근 독일의 성과는 당시 녹색당이 주춧돌을 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오스트리아, 벨기에, 핀란드, 독일,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카탈루냐 자치구(스페인) 등 유럽 7곳에서 녹색당이 연정에 참여하고 있다.
2012년 창당한 한국의 녹색당은 올해로 11주년을 맞았다. 당원 수는 약 1만명이다. 제19대 총선(2012년)과 제20대 총선(2016년), 제21대 총선(2020년)에서 각각 0.48%, 0.76%, 0.21%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했고 국회를 비롯해 지방의회에서 의석을 얻진 못하고 있다. 기후위기와 환경문제가 좀처럼 정치적 의제로 떠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동안 벨기에 브뤼셀 지방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낸 에블린 위테브로이크 지방의원은 이날 <한겨레>에 “환경이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시민들이 깨달을 때 정치적 의제로 부상할 수 있다”며 “법∙제도 개선, 예산 배분, 시민 교육 등 세가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천/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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