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세계녹색당 총회 참석차 방한한 에블린 하위테브루크(65) 유럽연합 녹색당 전 공동의장이 9일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천/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기후위기와 환경문제가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깨달은 시민들은 이를 정치적 의제로 받아들입니다. 기후와 환경이 우리 건강에 영향을 미칠 뿐더러 기후대응에 적극적이어야 경제에도 좋다는 걸 설득하는 게 중요합니다.”
벨기에 생태당(ECOLO) 소속으로 브뤼셀 지방의원으로 활동 중인 에블린 하위테브루크(65)는 한국에서 기후 문제를 정치적으로 의제화하긴 위해선 법·제도 개선, 예산 배분, 그리고 대중 교육 등 세 가지가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의 녹색정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유권자들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정작 기표소에서는 관련 정치세력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기후위기가 좀처럼 치열한 정치적 의제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90여개국 100여개 녹색당 계열의 정당 소속 정치인과 활동가 250여명이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모여 세계녹색당(글로벌 그린즈) 총회를 열었다.
이번 총회에 참석한 하위테브루크는 유럽연합의 대표적 녹색 정치인이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는 벨기에 생태당 공동대표를 했고, 2004년부터 10년 동안 환경∙에너지∙도심재생부 장관으로 브뤼셀 지방정부를 이끌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는 유럽연합녹색당의 공동의장을 지냈다.
그는 9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브뤼셀에서 오랜 기간 환경장관을 하면서 단열 효과를 높이는 주택 개조와 태양열 패널을 보급하는 데 예산을 투입했다. 70㎞의 녹색 산책길과 자전거도로를 만든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브뤼셀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유럽의회 의사당이 위치해 ‘유럽의 수도’라고 불린다.
8일부터 11일까지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세계녹색당 총회 참석자들이 세계 녹색당(Global Greens) 깃발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녹색당 제공
세계녹색당 총회는 녹색정치 기치를 내건 정당들의 연대체다. 대륙별로 4개의 협의체가 있다. 이번 총회는 다섯번째로, 아시아에서는 처음 열렸다.
유럽연합에서는 최근 여러 국가의 녹색당 계열 정당이 연정에 참여하는 등 세를 늘리고 있다. 하위테브루크는 “유럽의 녹색당은 기후위기와 감염병 사태 이전부터 독일 사민당과 녹색당의 ‘적녹연정’에 참여하는 등 영향력을 키워와 현재는 유럽연합 7개 정부에서 연정에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주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회의에서 포르투갈, 슬로베니아, 리투아니아, 헝가리에서 활동하는 녹색 계열 정당이 2년여의 심사 후 가입 승인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들이 최근 주력하는 이슈는 ‘에코사이드’(환경파괴·생태학살) 법제화다. 환경을 심각하게 파괴하는 행위를 국제형사재판소의 ‘국제 범죄’나 국가 법률에서 ‘형법상 범죄’로 규정함으로써, 국가기관이나 기업 뒤에 숨은 주요 환경 파괴자들에게 압박을 가한다는 내용이다.
하위테브루크는 이번 녹색당 총회에 에코사이드를 주제로 한 회의를 소집했다. 9일 오후 열린 회의에는 에코사이드 반대운동을 시작한 환경단체 ‘스톱 더 에코사이드’의 조조 메타
대표를 비롯해 유럽연합 의회에 에코사이드에 관한 보고서를 채택하는 데 공헌한 마리 투생 유럽의회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아마존강 열대우림 파괴에 저항하는 환경단체 활동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일본 지방 정치인, 강정 해군기지에 비판적인 제주도민 등 청중과 함께 세 시간 넘게 격의 없는 토론을 이어갔다.
세계 녹색당총회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의 콘트리트댐 저장 등을 촉구하는 내용 등 18개 결의안 등을 채택하고 11일 폐막됐다. 결의안은 검토위원회를 거쳐 7월 말 최종 발행된다.
인천/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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