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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IAEA 1~6차 보고서 집중해부…일 오염수 방출 ‘족집게 컨설팅’

등록 2023-06-19 17:00수정 2023-06-19 20:25

서울대 해양연구소 소장인 조양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연구된 세슘 표층 확산 시뮬레이션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 해양연구소 소장인 조양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연구된 세슘 표층 확산 시뮬레이션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계획의 안전성을 검토한 최종 보고서를 조만간 발표한다. 오염수 해양 방출을 추진하는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압도적인 방출 반대 여론에 포위돼 있는 한국 정부도 이 보고서가 객관적·과학적 검증의 결과물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가 6차례 내놓은 중간 보고서 내용을 살펴볼 때,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어렵게 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대체 왜 그런 평가가 나오는지 살펴봤다.

■ ‘해양 방출 지원 프로젝트’로 시작된 IAEA 안전성 검토

국제원자력기구는 2021년 9월 소속 직원들과 한국,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아르헨티나, 베트남을 포함한 11개국의 원자력 전문가들로 특별팀을 구성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안전성에 대한 검토를 진행해 왔다. 한국에서도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김홍석 박사가 참여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공신력을 인정받은 기구를 통해 한국을 포함해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11개 국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검증인 만큼, 결과가 객관적·과학적일 것이란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번 안전성 검토의 최종 목적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해도 되느냐 아니냐’를 판가름하는 데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안전성 검토를 시작한 배경에 대해 “(2021년 4월 해양 방출 계획을 발표한 직후) 일본이 방출을 안전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방출 계획과 관련 활동의 모니터링과 검토를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해 받아들였다”고 밝힌 바 있다.

즉,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해도 되느냐 아니냐를 판가름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이 계획한 오염수 방출을 지원하는 게 안전성 검토의 목적이란 얘기다. ‘일본의 요청’에 따라 ‘오염수 해양 방출을 전제’로 이뤄지는 검토인 만큼, 중립성 측면에서 근본적인 약점을 지닐 수밖에 없다.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국제원자력기구의 최종보고서 결론이 방출에 부정적이더라도 일본이 따를 의무도 없다.

■일본이 동의한 범위 내 검토…방사성 핵종 거르는 ‘알프스’ 성능은 검토 대상도 아냐

일본의 지원 요청으로 시작된 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성 검토는 철저히 ‘일본이 동의한 범위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일본이 요청한 것은 ‘오염수 해양방출 계획과 그에 따라 진행될 방출이 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 기준에 맞는지’를 기술적으로 검토해달라는 것이었다. 일본과 국제원자력기구는 2021년 7월 원자력기구의 지원 방법 등을 정의한 ‘참조 조건’에 서명하고, 이에 근거해 검토의 범위와 일정 등을 협의해 결정했다.

구체적으로는 △방출될 처리수(오염수)의 방사능 특성 △방출 제어를 위한 시스템과 공정의 안전 관련 측면 △방사선환경영향평가(REIA) △방출을 위한 규제와 승인 △처리수(오염수)와 환경 모니터링 프로그램 △이해 관계자 참여 △직업적 방사선 방호 등을 포함한 8가지가 검토 대상이다.

보다시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함유돼 있는 방사성 핵종들을 걸러내 주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는 검토 대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실제 최근까지 6차례 나온 중간보고서에는 알프스의 성능과 운영에 대한 부분은 담겨 있지 않다. 알프스는 지난 10년 동안 8차례나 고장을 일으켜 오염수 해양 방출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쪽에서 특히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설비다.

■ 문제될 부분 채워주는 ‘맞춤형 컨설팅’ 형식 진행

국제원자력기구가 그간 발표한 6차례의 중간보고서를 보면, ‘제안했다’ ‘조언했다’ ‘인정했다’ ‘동의했다’ 등의 표현이 많이 등장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성 검토가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해도 되느냐 아니냐’를 판단하기 위한 게 아니라 방출 이행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목적 하에, 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성 검토는 대개 특별팀이 도쿄전력과 관련 정부부처인 경제산업성, 규제기관인 원자력규제위원회(NRA)를 방문해 검토 주제에 관련된 설명을 듣고 질의응답과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질의응답과 토론은 일본의 방출 계획에서 안전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을 찾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기에 부족한 부분을 찾아 보완해가는 과정으로 이뤄졌다. 한마디로, 오염수 해양 방출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국제원자력기구가 일본에 ‘족집게식 맞춤형 컨설팅’을 해주면서 함께 방출계획의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는 셈이다.

한 예로, 국제원자력기구 특별팀이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검토 임무를 수행한 결과를 담은 제4차 중간보고서에는 “(방사성 물질 해양 확산) 시뮬레이션 경계 영역 해수 속에 있는 (저농도의) 탄소-14와 요요드-129 추정치를 (시뮬레이션 결과에) 포함시키면 이런 방사성 핵종의 농도가 무시할 정도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제언이 담겨 있다. 저농도로 나타나는 탄소-14 등의 수치 등을 제시하면, 사람들에게 별로 영향이 없다는 인상을 주기 좋다고 도쿄전력 쪽에 ‘친절한 코칭’을 한 셈이다.

게다가 중간보고서들을 보면, 국제원자력기구가 일본이 제출한 자료와 설명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도 자료와 설명의 신뢰성을 확인하는 ‘교차 검증’을 소홀히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도 발견된다.

국제원자력기구 특별팀이 지난해 2월 내놓은 첫 중간보고서에서 일본 경제산업성과 도쿄전력이 주변국을 포함한 이해 당사자들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며 투명한 소통을 했다고 인정하고, 도쿄전력에 대해서는 ‘칭찬했다’고까지 표현한 대목이 한 예다. 지난해 6월 공개된 제2차 중간보고서에선 일본 원자력규제위회가 이웃국가에 정보를 제공한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대목도 있다.

이런 내용들은 일본 정부가 ‘방사성 물질 방출 허가 과정에서 정보 교환이 필요한 이해 당사자에 이웃국가도 포함될 수 있다’고 규정한 안전기준(GSG-9 ‘환경에 대한 방사능 방출 규제’)을 잘 지키고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일본 쪽에서 관련 정보를 제대로 주지 않아 현황 파악에 애를 먹었던 주변국 입장에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평가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있는 오염수 저장탱크들. 일본은 이렇게 저장 중인 원전 사고 오염수 133만t을 30년에 걸쳐 바다로 방류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있는 오염수 저장탱크들. 일본은 이렇게 저장 중인 원전 사고 오염수 133만t을 30년에 걸쳐 바다로 방류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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