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부터 올해 봄까지 미국 꿀벌 중 절반가량이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비영리단체 ‘꿀벌정보 파트너십’(Bee Informed)은 22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내어 “메릴랜드대, 오번대와 함께 미국 양봉가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지난해 4월부터 1년 동안 관리 중인 꿀벌 봉군의 약 48%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봉군은 벌통에 깃든 꿀벌 무리로, 한 마리의 여왕벌과 수천∼수만마리의 일벌, 수백마리의 수벌로 구성된다.
조사 결과, 지난해 여름(4~9월)의 봉군 손실률은 25%로 평년과 비슷했다. 반면 겨울(10~3월)의 봉군 손실률은 37%로, 평소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았다고 한다. 양봉가들은 허용 가능한 겨울철 봉군 손실률을 보통 20% 내로 보는데, 이보다 훨씬 높았던 것이다.
이에 따라 1년간 봉군 손실률은 48.2%로, 2007∼2008년부터 매년 진행한 꿀벌 조사에서 두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꿀벌정보 파트너십은 밝혔다.
2007∼2008년부터 매년 미국 양봉가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이 조사는 지난 4월 한 달 동안 미국 양봉가 3006명이 자발적으로 온라인 설문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지난해 10월1일 기준으로 31만4360개의 벌통을 관리하고 있었으며, 이는 미국 내 약 270만개 벌통 중 12%에 해당한다.
꿀벌정보 파트너십은 이런 결과를 두고 “봉군 손실률이 높다고 미국에서 관리되는 총 봉군 수가 반드시 감소하는 것은 아니”라며 “봉군 손실률을 꿀벌의 개체 수 변화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꿀벌의 사망률로 받아들이는 게 맞는다”고 설명했다. 많은 꿀벌이 폐사함으로써 봉군을 못쓰게 되더라도, 양봉가들이 벌통을 나누거나 새로운 여왕벌을 구해 와 봉군을 늘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봉가들의 노력으로 전체 봉군의 꿀벌 개체 수는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22일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2006년 미국에서 벌어진 꿀벌의 군집붕괴현상(CCD) 이후 양봉가들이 꿀벌 개체 수를 회복하는 방법을 배운 것이다.
메릴랜드대 꿀벌 연구원인 나탈리 슈타인하우어는 “꿀벌 대재앙은 아니”라면서도 “상황이 나빠지고 있진 않지만, 그렇다고 더 나아지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슈타인하우어는 진드기의 일종인 ‘바로아응애’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바로아응애는 꿀벌 몸에 달라붙어 면역력을 떨어뜨림으로써 바이러스를 더 쉽게 퍼지게 한다. 과거에는 바로아응애가 꿀벌 60%에게 퍼졌을 때 바이러스가 문제를 일으켰지만, 지금은 1~2%만 퍼져도 큰 문제를 일으킨다고 한다.
그는 또 변덕스러운 날씨와 농약으로 인해 꿀벌이 질병에 취약해진 점도 원인으로 꼽았다. 한 예로, 워싱턴에선 한겨울인 1월에 섭씨 27도를 기록하면서 꿀벌이 벌통 밖으로 나왔다가 엄습한 추위에 피해를 입은 일도 있었다. 보통 겨울에 꿀벌은 벌통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꿀벌정보 파트너십은 “미국 내 꿀벌 봉군 수는 지난 20년 동안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지만, 봉군의 손실률은 여전히 높아 양봉가들이 매년 새로운 봉군을 만들어 손실을 복구해야 한다는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농무부의 곤충학자 제이 에번스는 “(꿀벌에 대한) 위협이 환경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꿀벌은 계속 살아남고 있다”며 “꿀벌이 멸종할 것이라고는 생각진 않지만, 앞으로 이런 종류의 도전에 계속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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