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9시 기준 어스 널스쿨(earth.nullschool.net) 화면 갈무리.
여름 휴가철 성수기는 통상적으로 자녀들의 방학이 시작되는 ‘7말8초’다. ‘극한 호우’로 불릴 정도로 유난스러운 장맛비가 연일 이어지고 있어, 휴가 일정을 결정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여름 휴가철 성수기에도 비가 계속 내릴까?
기상청은 24일 오전 수시브리핑에서 현재 필리핀 남쪽 해상에서 발달해 북서진 중인 제5호 태풍 ‘독수리’와 열대저압부(열대저기압의 한 형태) 움직임에 따라 정체전선의 변동성이 크겠다고 밝혔다. ‘독수리’가 어디로 날아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박중환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이 브리핑에서 “독수리가 북태평양 고기압을 밀어올려 정체전선이 한반도 북쪽으로 이동할 경우, (여름 휴가철 피크 기간인) 27일~8월1일 사이 맑거나 흐린 가운데 국지적으로 소나기가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태풍이 북태평양고기압에 영향을 주지 않고 서진해 중국 내륙 쪽으로 빠질 경우, 정체전선이 수도권 등 중부지방에 걸쳐지며 긴 시간 많은 장맛비가 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 예보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독수리의 이동 경로에 따른 ‘두 가지 시나리오’를 들어, 여름 휴가철 성수기 강수 형태를 전망했다.
먼저, 현재 필리핀 인근 해역에서 강한 세력을 품고 중국 방향으로 북서진 중인 태풍 독수리가 북쪽을 향해 느리게 이동하는 경우다. 독수리가 북태평양 고기압을 왼쪽 아래에서 누르게 되면,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가 한반도 북쪽으로 밀려 올라간다. 정체전선은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에 형성되므로, 우리나라가 정체전선에 의한 장맛비 영향권에서도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다만, 따뜻하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권 안에 든 상태에서, 낮 동안 태양에 의해 지표면이 달아올라 대기가 불안정해질 경우 소나기성 강수가 국지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독수리가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중국 내륙 쪽으로 향하는 경우다. 이때는 독수리가 북태평양 고기압을 한반도 북쪽으로 밀어 올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으로 크게 확장하지 못하면서 수도권이나 중부지방에 정체전선을 형성하게 된다. 이 경우, 정체전선에 의해 체계적으로 비구름대가 발달해 긴 시간 많은 비가 내릴 수 있다.
주말을 하루 앞둔 지난 21일 강원 강릉시 경포해수욕장이 한산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해수욕장 개장 이후 계속된 궂은 날씨로 피서객이 크게 줄어든 동해안은 이번 주말에도 비가 예보돼 있어 상인들이 울상이다. 연합뉴스
한마디로 “예보가 계속 바뀔 수밖에 없는 기압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그러니 “반드시 강수와 관련한 대응을 하고 휴가를 떠나길 권한다”며 “특히 산에서 야영을 하는 경우 계속 기상 정보를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한편, 24일 오후 현재 호우특보가 발효 중인 전라권과 경상권, 제주도 중산간 및 산지 등을 제외하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비는 일시적으로 소강 상태다. 밤부터 한반도 북쪽의 건조한 공기의 세력이 약해지면서 정체전선 또한 잠시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5일 오전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으로 확장함에 따라 정체전선이 다시 형성돼, 남북으로 진동하며 전국에 비를 뿌릴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새벽~오전 전라, 경상, 충청권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리고, 26일 새벽~오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예상 강수량은 광주·전라 40~80㎜(많은 곳 120㎜ 이상), 대전·세종·충청(많은 곳 80㎜ 이상), 수도권·강원 내륙 및 산지 10~60㎜(많은 곳 80㎜ 이상) 등이다.
신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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