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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녹조 대응도 지역차별…낙동강 땐 시큰둥, 소양강엔 “총력전”

등록 2023-08-10 14:54수정 2023-08-10 15:08

환경부, 뜰채 들고 나갈 정도로 소양강 녹조에 ‘총력 대응’
지난 2일 소양호 상류인 강원 인제군 소양강 인제대교에 녹조가 발생한 모습. 인제/김봉규 bong9@hani.co.kr
지난 2일 소양호 상류인 강원 인제군 소양강 인제대교에 녹조가 발생한 모습. 인제/김봉규 bong9@hani.co.kr

이달 초, 강원 인제군 소양강에서 소양강댐 건설 50여년 만에 첫 녹조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환경부는 “유관기관이 총력 대응”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낸 뒤, 녹조제거선을 투입하고 남한강 유역 가축분뇨 배출처리장까지 특별 점검하는 등 긴밀하게 움직였다. 심지어 수자원공사 직원이 강물에 들어가 뜰채로 녹조를 걷어내는 장면까지 목격 됐다.

환경부 등의 요란스러운 움직임 뒤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소양강에서 녹조가 자주 일어나지는 않지만, 이곳에서 녹조가 발생한 게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10일 환경단체 낙동강네트워크와 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낙동강 녹조 때와 달리 정부가 올해 유달리 소양강 녹조 대응에 적극적이라며, 녹조 위험 대응에서도 심각한 차별이 있다고 주장했다.

두 단체는 지난 3일 소양강에서 녹조가 발생했던 인제대교 주변 6개 지점에서 녹조 샘플을 채취했다고 밝혔다. 이승준 부경대 교수 연구팀이 이 샘플을 분석한 결과, 녹조 독소인 총 마이크로시스틴(MCs)이 인제대교 1-2지점에서 ‘300ppb 이상’이 나왔을 뿐, 관대리(100.29ppb)와 인제대교 1지점(40.2ppb) 등 그밖의 지점에선 100ppb 이하의 수치를 보였다고 전했다. 인제대교 1-2지점은 300ppb까지만 나오는 효소면역측정법(ELISA)의 한계상 재분석할 예정이다. 두 단체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물놀이 금지 가이드라인에 견줘, 인제대교 1-2지점은 37배가 넘고, 관대리는 12.5배, 인제대교 1지점은 5배 수준”이라고 밝혔다.

수자원공사 관계자가 띠를 이용해 녹조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수자원공사 관계자가 띠를 이용해 녹조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두 단체는 정부의 녹조 대응이 4대강 보가 원인으로 지목된 지난해 ‘낙동강 녹조’ 때와는 딴판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지난해 낙동강에서 측정한 총 마이크로시스틴은 최대 8600~1만6952ppb로 미국 환경보호청 물놀이 금지 기준의 1075~2119배였다”며 낙동강 녹조의 상황이 더 심각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난해 낙동강 녹조 때는 최근 행정기관이 보여준 적극적인 녹조 제거 활동은 없었다”며 “같은 녹조인데도 행정기관 대응이 현저히 다르다”고 꼬집었다.

소양강의 강물은 소양호에 모였다가 다시 소양강댐을 통과해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이 된다. 낙동강도 중∙상류부터 하류까지 곳곳에 상수도 취수관 있어, 사실상 전 구간이 상수원에 해당한다.

정수근 대구환경연합 사무처장은 “이 나라가 한강권역은 1등 주민으로, 낙동강권역은 2등 주민으로 보고 있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 ‘느려진 유속으로 녹조 생긴다’는 말 싫어하는 환경부

녹조는 수온, 유속, 영양염류 등 세가지 때문에 발생한다. 낙동강은 4대강 사업 때 세워진 8개 보로 유속이 크게 느려졌다.

그런데 이번 정부 들어 ‘4대강 보 재활용’을 내세운 환경부는 갑자기 “낙동강 주변에 보관된 퇴비를 미수거하면 고발하는 등 강력히 조처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녹조의 원인을 영양염류의 과다로 몰아간다는 해석이 나왔다. 일부 언론 또한 “보 없는 소양강에도 녹조가 생겼다”며, 이런 ‘영양염류설’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 6월22일 낙동강 강정고령 지점에 조류경보 ‘관심’ 단계가 발령된 가운데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 상공에서 바라본 낙동강이 녹조로 인해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22일 낙동강 강정고령 지점에 조류경보 ‘관심’ 단계가 발령된 가운데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 상공에서 바라본 낙동강이 녹조로 인해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연합뉴스

댐이나 보 모두 물의 흐름을 막는 시설물이다. 소양강댐이나 낙동강 보 둘 다 유속을 느리게 하는 점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1972년 완공된 소양강댐과 달리, 4대강 보는 2008년 녹조와 환경 파괴를 우려한 이들의 강한 반대 속에서 공사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간 소양호 일대에서 녹조가 자주 일어나지 않았던 이유는 산간 지역의 특성상 수온이 낮고, 많은 유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양염류의 투입이 적기 때문이다.

두 단체는 “지난 20여일 동안 소양호 수위는 변화 없이 거의 정체됐다. 영양염류 유입과 댐으로 인한 물의 정체가 겹치면 어디든 녹조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의 이철재 생명의강 특위 부위원장은 “조선일보는 소양호에 보가 없어서 이번에 발생한 녹조는 자연 현상이라고 주장하는데, 기본적인 사실조차 왜곡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양호 또한 댐으로 생긴 인공호수이고, 4대강 보 역시 강물을 고이게 만드는 시설”이라며 “같은 조건일 때 유속이 느려지면 수질이 나빠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낙동강에서 매년 녹조라떼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8개 보 수문을 개방하지 않은 이유가 크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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