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는 ‘벤젠’ 수치 기준치 89배 달해
환경관리공단·미군 첫 조사
환경관리공단·미군 첫 조사
전북 군산시 옥서면 미국공군기지 내부의 토양이 심각하게 오염돼 있는데다, 지하수는 발암물질인 벤젠이 생활용수 기준치의 89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미군기지 안팎의 토양·지하수 오염 확인은 2003년 1월과 2005년 6월 잇따라 일어난 기지 주변 기름유출 사건 이후 시민단체 등의 요구로 진행된 ‘군산 미군기지 주변 유류오염지역 환경오염조사 중간보고서’에서 밝혀졌다.
이번 조사는 군산시가 용역을 의뢰해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환경관리공단이 미군 쪽과 함께 진행했다. 군산에 미공군이 들어온 1950년 이래 처음 벌인 측정 조사로, 시료 채취는 기지 내부 및 외곽 89곳(토양 54곳, 지하수 35곳)에서 이뤄졌다.
중간보고서를 보면, 유류 오염항목인 석유계 총탄화수소(TPH)는 기지 안의 4곳 시료채취 지점 가운데 1곳이 최고 5224㎎/㎏으로 기준치 500㎎/㎏의 10배를 넘어서는 등 조사지점 4곳이 모두 토양오염 우려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기지 안 한 지점의 지하수는 벤젠(B)이 기준치 0.015㎎/ℓ에 무려 89배에 이르는 1.332㎎/ℓ로 나타났다. 기지 밖의 다른 한 지점도 벤젠이 0.022㎎/ℓ에 달해 기준치를 넘어섰다. 기지 경계 인접지역 일부 지점 토양도 역시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오염물질이 지형 기울기와 지하수 유동방향에 따라 외곽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정승우 군산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오염도가 생활용수 기준(0.015㎎/ℓ) 이하이면 농작물 생육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발암물질인 벤젠 오염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산 미군기지에서는 2003년 1월 2만2700~2만6500ℓ의 제트엔진 연료가 유출됐고, 지난해 6월에는 기지 주변에 기름 수만ℓ가 흘러 농수로와 농경지를 오염시켰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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